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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전직 문제 때문에 부당해고 승소를 도와주신 민주노총법률원 변호사님 상담을 갔습니다. 제 내용을 잘 들으시더니 이랜드의 대응이 사회적인 상식으로나 도의적으로는 말이 안되는 내용이지만 최근의 법원판례에 따르면 승소는 매우 힘들다고 하시더군요.

부당해고 승소해서 돌아온 사람에게 원직복직시키라는 명령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인사이동시키면서 보직을 하향시키는 것이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인지 물었죠. (팀장에서 점장으로 다시 그 아래로...)

그러자 명백한 보복행위이고 불이익처분을 하는 것이지만 최근의 판례는 서민편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시네요. 이미 사법부의 보수화는 정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시던데...
그러면서 최근 판례 두가지를 들어주시더군요.

1.
서울에 사는 애가 둘인 주부사원을 부산으로 인사이동시켰습니다. 부당전직 소송을 냈지요. 법원은 원고패소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유는 애는 시부모에게 맡기면 되고 주말에 서울에 올라오면된다는 것이었습니다.

2.
중견기업의 부장급 직원이 있었습니다. 나이도 꽤나 있으시고. 회사에서 사내 매점 판매원으로 발령냈습니다. 당연히 소송으로 들어갔죠. 이것 역시 원소패소입니다. 급여상의 불이익을 주지 않았고 회사가 경영상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기에 합당하단 판결이었죠.

원래 인사권은 사측의 고유한 권한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면서 사측은 '업무상 필요성'을 약하게라도 들면 법원은 인정합니다. 반대로 서민인 노동자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현저하게 저해"됨을 증명해야 됩니다. 그런데 <현저하게 저해>라는 부분에서 대체로 법원은 인정을 안하려는 성향이죠.
쉽게 말해서 "돈받으면 시키는대로 해야된다" 입니다.

인사권이나 경영권이 확대해석되는 경향도 꽤나 많이 감지됩니다. 심지어는 경영권-인사권을 이유로 법원의 판결도 효력을 발휘못하는 경우도 있죠. 예를 들어 부당해고로 판결받고 돌아가려는데 회사가 인사명령을 안내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이 경우 법원이 강제할 수 있을까요? 못합니다. 인사명령을 내도록 이행강제금 등을 부과할 수는 있지만 이는 <직접강제>가 아닌 <간접강제>죠. 즉, 돈이 많은 대기업은 이행강제금 정도 껌값입니다. 내고 안지키면 그만이죠.

반대로 서민인 노동자가 항의(농성 등의 행위)를 하고 이를 이유로 사측이 손배를 걸었다고 칩시다. 이럴 경우엔 <직접강제>를 해서 재산을 경매로 처분해버립니다.


제가 나름대로 내리게 된 결론은,
1. 법원에 호소하는게 1차적으로는 맞다. 그러나,
2. 궁극적으로 법의 적용 및 판례의 축척은 사회적 약자보호라는 측면에서는 반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3. 따라서 법이나 조례 자체를 세밀하고 꼼꼼하게 약자보호 및 사회정의 구현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한다.

왜냐하면 사법부는 우리(국민)가 판사를 끌어내리거나 올릴 수가 없습니다. 그냥 고시패스하신 분들이 알아서 양심적으로 판결해주시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 천수답과 같은 존재입니다. 따라서 이분들이 판단의 근거로 삼는 법전 자체를 바꿔주는 수 밖에는 없죠. 그래서 선거라는게 중요하기도 합니다.

대통령을 비난하고 국회의원을 욕하지만, 결국 그런 사람들을 뽑은 건 주권자인 국민들이었고 그 수준에 맞는 재판결과를 받아들게 되는 것도 국민입니다. "나는 안뽑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좀더 깨어있다고 한다면, 이 세상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판단을 하는 주변 지인들을 다소라도 변화시켜야할 의무도 어느정도는 있습니다.

나쁜기업, 나쁜 정치인이 판치는 것은 무지한 소비자, 무지한 유권자가 많기 때문아닐런지요?

방치만 하지말고 내 주위부터 바꿔보도록 노력해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