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한국에 온지 이제 2주가 지났어요.

그동안 글을 좀쓸까 연재를 올릴까 고민만 하고
별로 한 일은 없네요..


2주동안 한번도 맑고 상쾌한 하늘을 본적이 없어요 우울하게.
어쩌다 비가 안오는 날에도 하늘이 회색빛에 뿌옇기만하고.


한국으로 오기전에는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앞으로는 이렇게 살아야지. 이런것들..


뭐, 요즘엔 남들 다 해보는 외국에서 공부하기..
짧은 시간이라 뭐 그리 대단한 경험을 하고 왔냐.싶겠지만..

20년이 넘게 서울에서만 살아온 저에게
아일랜드에서의 생활은 정말.
정말 매일매일이 행복함 그 자체였어요..
다른사람들에 치이지 않고 내가 하고싶은것들은 다 해 볼수 있던 시간들..
대충 따져보니 10달동안 여행다닌 시간만 따져 보니 두달 반정도 되더라구요..

꼭 오늘 한국 날씨처럼 비바람부는날이 많았지만
거기선 그런 날씨 조차도 기분나쁘게 낮은 하늘도 참 좋아했는데.


길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5층이 넘는 건물만 봐도 머리가 아픈데 서울에 건물은 5층 안넘는게 없는듯. 
버스를 안타다가 타니까 멀미도 나구요
친구들은 취직을 했거나 공부를 하거나. 바쁘네요..
밖에서 밥약속이라도 잡으면
나가서 밥먹으면 살찐다고 밥약속잡지 말라는 엄마 눈치도 보이고..
지하철에서 밤 11시에 정확히 핸드폰 울리고, 왜 이시간까지안들어오냐고 소리지르고 끊는 엄마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각자의 삶을 보면서 느낀건.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그러면서 또 난 뭘 위해서 살고 있는지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나는
그저 위에는 뭐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하면서
내 발 밑에 바로바로 보이는 계단만 밟고 올라가는 중이었어요.
남들이 이쪽으로 밟아라 하는 방향으로..

지금은 다시 내려갈수도 없고 근데 어딜보고 올라가야 할지 잘 모르는 채로
그냥 서 있네요..


지금은 금지어가 되신 그 사람.
어떤 생각으로 모두에게, 또 저에게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단 하나 고마운건

전 제 주위에 제가 잘 알고 지내는 누군가가, 혹은 내가. 어느날 갑자기 죽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본적이 없거든요
물론 언젠가 사람은 누구나 죽겠지만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니까.  

제가 제일 먼저 알았다고 불펜에 적었던게 좀 민망하긴 하지만
(제가 제일 먼저 속았다고 불펜에 이야기 한셈이니.)

그 이후로 내가 하고싶은건 정말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됐어요..
다른 무엇보다도, 내가 '지금' 할수있는것, '지금'원하는것을 해야겠다는 생각..
돌아오기 전까지는 나름대로 그렇게 지낸것 같은데

돌아오니 이리저리 발에 채이고 걸리는게 왜이렇게 많은지.

집에 돌아와 이리저리 진로에대한 고민을 하다가..벌써 4학년 2학기인지라..

하고싶은 공부가 생겨서 엇그제 부터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치만.. 뭐랄까
한국에 가면 이런건 꼭 해야지 했던것들이 참 희미해 지네요..


이나이에 엄마 눈치 보는것도 너무 싫은데, 사실 엄마도
다 핑계고 좀만더 부지런 해지면 좀 해볼수 도 있을것 같지만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못한것들
하려고 했던데 못하는 것들..

아... 이만큼 쓰니까 이제 뭐라고 쓰는 건지 모르겠네요..


돌아와서는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자꾸 나만 뒤쳐지는것 같은 이 느낌이 너무 싫은데
그간 경쟁속에서 달려오던건 몸이 다 기억하나봐요.


남자친구랑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데 한국에 오니 연락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친한 친구들이 그 친구 만나는걸 별로 안좋아 하네요..
간단히 얘기도 해주고 사진도 보여주고 했는데 외국인이라 무섭다고 그러구..
정신 차리라는 말 하고 그래서 서운하고..
그런데 남자친구는 연락도 잘 안돼고... 그러다가 엊그제는
남자친구가 바빠서 미안하다고.. 일이너무 많구 좀 안좋은일도 있고해서 힘들다는데. 보고 싶다고 하는데
해줄수 있는건 문자보내는거랑 전화.. 자주는 못하지만..

아파트 옆동 사는 사람 만나는게 바람이었는데,
이건 뭐 아파트 옆동은 커녕. ㄱ- 구천킬로떨어진곳에서 다른시간대에사는 사람.
진짜 여기에 씨오비이런건 하시면 안돼는거 알죠.. :)

뭐하나 확실한게 없고 앞이 잘 안보이는 나날이지만
그래 또 그렇게 다 정해진대로, 알고 그길대로 살면 재미 없는거겠죠..

다음주가 지나면 좀 적응이 되려나..


불펜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이런말 이렇게 남기고 잘수 있는 곳이 있어서.

다들 좋은 밤 보내시구 안녕히 주무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