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萊)나라를 정벌한 안약장군
- 작성일
- 09-07-03 17:19
권세가이자 야누스같은 최저의 등장으로 고씨와 국씨의 이경(二卿)이 몰락하면서 제나라는 동쪽에 있는 래(萊)라는 나라에 눈을 돌립니다. 래나라? 열국지 속에서도 수많은 소국이 있었지만.. 사실, 이런 나라는 또 처음 들어봤습니다. 래나라는 지금의 지도로 보면 산동반도의 밑동에 해당되는 지역인데.. 래(萊)라는 것은 풀이름으로 명아주를 뜻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황무지가 난무하는 척박한 땅으로.. 남방의 초나라의 별칭이 형(荊)인 것처럼 여기서 형은 가시나무를 뜻해서 가시를 가진 관목이 끝없이 펼쳐지는 땅이라는 개념으로 그 형이란 땅에서 초나라라는 강대국이 탄생한 것처럼 래라는 땅에도 민족이 살고 있었으니.. 그 민족의 정체는 태고로부터 동해 부근에 살고 있던 민족과 그곳으로 도망쳐온 상민족이 섞여 이루어진 민족이라는 설명입니다. 주왕조에 의해서 동해 부근에 봉지를 받은 태공망이 봉지로 부임하는 과정에서 『사기』에 '래후(萊侯)가 와서 치다'라는 구절이 있다는데.. 태공망의 군대와 래나라의 관계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에 내용은 전개해 보면 이렇습니다.
태공망 이래 제나라 군주들의 생각은 '래를 치고 싶다'였으니.. 이 래를 정복하면 산동반도 전역을 지배권을 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영공의 조부인 혜공대에 제나라는 일차 래를 공격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제영공에 들어서 래나라 정복에 다시 눈을 돌려 황량하고 광활한 명아주 들판을 정벌하는데 나서게 된다. 이 정벌을 부추긴 사람은 경봉으로 경봉은 국좌에게 살해된 경극의 아들이다. 이때 제나라의 4경은 최저와 경봉, 포국(포견의 아우), 국약(국좌의 차남)으로 압축되고.. 이 4경에서 좀 물러나게 된 고고의 아들이며 고무구의 아우인 고후가 고씨 집안을 물려받고 있었는데.. 이 고후가 공자 아(영공의 후궁 중자의 아들)의 태부가 되면서 최저 투를 연상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게 된다. 암튼, 래나라 정벌에 영공이 직접 나서게 되는데.. 래나라에는 제에서 참수당한 국좌의 최측근 거물 대부 왕추가 망명해 래나라 실권을 좌상 정여자와 함께 국정을 운영해 온다. 당연 왕추는 국좌를 참살한 제영공, 최저 일당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결전을 다짐하는데.. 1차정벌때 영공은 뜻하지 않은 래나라쪽의 책략으로 마소를 받는 조건으로 회군하니 다들 수군대며 시끌벅적한 비난이 일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 귀국한 영공은 곧바로 2차 정벌을 나선다.
이때 영공은 래나라 2차 정벌의 선봉과 총 책임자로 안약을 지목하며 장군에 임명한다. 이 소식에 휘하의 채조와 남곽언은 이젠 안약 장군 아래서 싸우다 죽어도 여한이 없어 좋다하니.. 이 둘은 마치 태공망에서 망의 휘하 오와 반을 보는듯 하다..ㅎ 이때 안약의 아들 안영은 10살쯤 소년으로 그 또한 아비의 장군 승진 축하와 래나라 정벌의 무사를 빌며 주군과 백성의 안녕을 염원한다는 어른스런 발언으로 주위를 놀라게 한다. 하튼 난 인물들은 어린시절부터 말솜씨가 쩐다는..ㅎ 이렇게 안약이 2차 래나라 정벌에 나설때 영공은 열병식에서 최저를 상경과 태부로 임명해 영공의 적자인 광(제장공)의 교육과 보좌를 맡겼으니 그의 권력은 한마디로 무소불위.. 또한 정벌에 나서는 안약에게 데리고 가서 잘 활용하라고 젊은 신예 대부 진무우를 소개하니.. 이 인물이 또 누구던가.. 바로 정나라 남방에 위치한 소국 진(陳)에서 제나라로 출분한 미완의 공자로 영공의 사위가 되겠다. 안약은 진무우의 첫 인상에 깊은 인상을 받으며 그 크기를 알 수 없는 재기(材氣)를 보게 된다. 이제는 래나라의 왕추와 정여자.. 제나라의 안약, 채조, 남곽언, 진무우의 래도(萊都)결전이 벌어진다.
이 전투는 리얼하게 전개되는데 삼국지의 삼대 대전씬 못지 않게 그림이 그려지면서 디테일하다. 첫번째 붙은 못 가에서 펼쳐진 공략에 위계로써 왕추 군대를 크게 무찔렀으니 왕추가 안영을 평이하게 본게 미스였다. 이에 안약은 래도로 짓쳐들어가 성을 무턱대고 공격하는 정공법 대신 제나라 병사를 성과 같은 곳에 넣고 안전을 확보하면서.. 래나라 도읍 주위에 둘러쌓겠다는 발상으로 즉 성 밖에다 또 성을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서 장성쌓기 진두지휘는 진무우가 맡게된다. 이 발상은 예전 진문공때 정나라의 수도를 공격했을때 성 밖에 흙을 쌓아 올려서 공격한 전례가 있었다. 결국 이런 성쌓기 장성 공략에 래나라 측은 안절부절 나날이 옥죄듯 다가오니.. 정여자가 래나라 각 읍의 수장들에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요지부동.. 안약이 미리 포섭작전을 펼친지라 응수하지 않는다. 급기야 래공은 당(堂)읍으로 도망치지만 안약의 공격에 그 안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고.. 왕추와 정여자는 거나라로 도망갔다가 그곳에서 살해된다.
이로써 주나라 영왕 5년(B.C.567년) 11월 래나라의 역사는 최후를 맞이하여 제나라에 병탄됐으니.. 제나라가 수백년간 못해온 래나라 정벌사업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자 그 판도의 동서 길이가 850리 넘는 거대한 영토를 가진 나라로 변모하게 된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제나라의 군대 이를 크게 물리치다.'로 기록되어 있고.. 『춘추(春秋)』에도 12월, 제후(齊侯), 래나라를 멸망시키다. 로 기록되어 있다. 물론 여기서 공적으로 제후는 제영공을 말함이고.. 당연 최일선 전장에서 활약한 안약 장군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이에 영공은 크게 기뻐하며 안약 장군에게 내무대신에 임명해 자신의 켵에 두려 한다. 하지만 이때 래나라 정벌의 논공행상으로 안약은 래나라의 이유(夷維)땅을 하사받고 이유는 후에 이안(夷安)이라 불리며 산동반도 아래쪽 중앙에 위치한 곳이다.
이렇게 개선장군을 축하는 안씨 집안은 축제 분위기로 연회가 벌어졌는데.. 이때 안영은 10대 중반쯤 나이에 아비의 개선 축하와 신민(臣民)의 안위와 사리사욕에 대해서 애기를 나누며 또다시 뛰어난 말솜씨를 보이는데.. 이때 래나라로 이사가자는 아비의 말에 안영은 그것이야말로 백년의 안태(安泰)라며 심미안을 보여준다. 안약도 현재 자신의 영지인 안읍은 서쪽에 있는지라 싸움에 말려들기 쉽고 쟁탈의 표적이 되기 쉽기 때문에.. 척박한 래나라 이유땅에서 이런저런 곤란도 피하면서 래나라 백성들에게 안씨의 정치를 보여줘 백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지지기반을 쌓으려는 복안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에 안씨 집안은 이유로 이주를 하게 되는데.. 『사기(史記)』에 '안평중영(晏平仲嬰)은 래나라의 이유 사람이니라.' 라고 쓰여져 있으니.. 안약의 아들 영이 어른이 되기 전에 이유로 옮겨갔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이후에 안씨 부자의 운명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갈수록 흥미진진한 안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