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아니 뭘 안다고 이런 부탁을 해 진짜! 형 나 못해 진짜!"

"야. 내가 내 딸래미 남자친구 얘길 너한테 들었다. 나랑은 말을 안할래는데 어쩌냐"

"그럼 형수더러 하라 그래! 여자끼리 통하지 내가 무슨 말을해 진짜!"

"니 형수도 은아 남자친구 얘기 나한테 들었어-_-"

"안돼 나 못해"

""
"아 진짜 ㅠ 근데 형.. 나 믿을수 있어? 형이 날 알면서.. "

"알지.. 잘알지.. 그래서 절대 못 믿지.. 절대 못 믿지.. 그래도 별수 있냐.. 말을 안하는데.."

"알았어 한번 해볼게 "

""




한달쯤 전이었나요. 호형호제 하는 형님에게서 부탁을 받았어요.
바로 열살된 따님의 성교육이었죠.
으헉. 내가 무슨 -_- 절대 안된다. 못한다는 생각을 하고 거절을 했지만.
차츰 설득 당하며 호기심이 일더라고요.
형님의 말씀을 요약한 바.

니가 나 군대가고 니네 형수 돈벌러 직장 다닐때 은아 니가 돌보지 않았냐.
그때 니가 얼마나 뻘소릴 많이 했으면 남자 얘길 너한테 하겠냐.
이거슨 니 책임이다. 니가 책임지고 잘 교육시켜서 '우리처럼' 비뚤어지지 않게 만들어라.

사실 오래전부터 자녀 및 청소년 성교육에 대한 나름의 소신이 있었어요.
모두가 누리는 생활을 모두가 비밀로 하는 한국 사회. 왜 모두가 죄인이 되어야 할까.
성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성인에 의해 알게 되었다면 내 학창시절은 어떠했을까.
적어도 이렇게 망가지진 않았을텐데-_-











드디어 디데이 입니다.
많은 이들의 의견을 묻고 '니가 성교육을? 깔깔' 많은 이들의 질타를 가볍게 무시하고.
나름의 개똥 철학을 정리하고.
은아가 제일 좋아하는 멕시칸 레스토랑 온더보더에서 은아를 만났습니다.


- "삼춘이 오늘 할 얘기가 있어. 너 생리도 하고 브라자도 한다면서?"


얼굴이 발개집니다.
나도 사실 부끄럽지만 간신히 참습니다.


- "근데 너 작년에 남자친구 생긴 얘기 삼춘한테만 했다며? 느네 엄마 아빠 얼마나 섭섭해 하셨는데
은아야. 너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아니?"


얘가 갑자기 존댓말을 씁니다.


- "근데 삼춘, 꼭 그걸 해야 아기가 생기는 거에요?"


하하.
웬지 얘기가 잘 풀릴거 같은 예감.


- "왜. 그게 나쁜거 같애?
은아야. 그건 나쁜게 아냐. 물론 부끄럽고 민망하고 웬지 쪽팔려서 입밖으로 내기가 어려운거지만 은아도 인제 다 컸는데 알건 알아야 하지 않겠어?
그건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랑한다는 증거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전부 뽀뽀하잖아?
정말 사랑한다고 서로가 생각할 때 그걸로 사랑을 표현하는 거야. 사랑하니까 결혼하는 거야.
알지 은아도?

삼춘이 은아한테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는 건. 은아는 숨기지 않고 부끄러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중에 은아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서로가 많이 사랑하게 됐을때 은아 가슴한테 많이 물어봐. 정말 사랑하니? 물어보고 또 물어봐. 그리고 정말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게 되면 이제 그 사람에게 물어봐. 그리고 그 사람의 진심을 확인해. 그 사람이 은아를 사랑하는지.

그렇게 사랑한다는 확신이 생기면 이제 그건 나쁜 것이 아니야. 당당히 사랑하면 돼. 숨길 필요도 없고 부끄러워 할 필요도 없어. 만약 그게 어른이 되기 전이더라도 은아가 정말 사랑한다면 어느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아. 삼춘이 책임질게"


사실 말하는 저도 부끄럽고 혹여나 잘못 전달될까봐 가슴이 막 떨립니다.


- "다만 은아야. 그 사랑의 표현으로 아기가 생기는건 알고 있지? 아기는 사랑의 증거로 세상에 태어나게 돼. 그런데 아기를 보살필 준비없이 아기가 태어나게 된다면 그건 아기한테 잘못하는 거야. 그치? 그래서 사람들이 피임이라는 걸 해."

- "피임이 뭔데 삼춘?

-"응 그건 엄마한테 물어봐-_- 삼춘은 남자라서 남자꺼 밖에 몰라; 은아 저번에 남자친구 사랑했었어?"

- "아니 첫사랑인줄 알았는데 자꾸 짜증나게 맨날 지각하고 선생님이 우리 얘기 맨날하고 쪽팔려서 헤어졌어"

- "거봐. 사랑하는거 정말 어려운거야. 그래서 삼춘도 아직도 결혼 못하고 있어 사랑하는 사람을 못 만나서(ㅜㅜ) 삼춘도 은아 나이때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거든? 5년을 짝사랑하고 쫒아 다녔는데 걘 날 안 좋아하더라고. 나중에 삼춘도 사랑하는 사람 생기면 얘기해줄테니까. 은아도 사랑하는 사람 생기면 엄마 아빠한테 말해주고 삼춘한테도 말해줘 알았지?"





당당히 그 긴장된 시간을 마치고 형과 형수를 만났습니다.
형수에게는 오만 욕을 다 들었고 형님과는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모릅니다.
아직 성교육에 대한 옳은 해답. 바른 해답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제대로 한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은아가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며 부끄러워 하지 않고 그 해답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 같아. 웬지 가슴이 벅찹니다.


베팍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어떠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