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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샤워를 하면 오늘은 무슨무슨 일을 어떻게 처리하고 누구누구에게 몇 시 정도 연락을 해서 어쩌고 저쩌고 이런 생각들이 떠오르게 마련입니다. 오늘은 느낌이 다르더군요. 외국 바람쐬면 조금은 나아지려니 했었는데 역시나 노 대통령 서거 이후부터 계속된, 절망으로 인한 짜증, 이렇게 살다보면 노숙자 아니면 행려가 될 확률이 90% 이상이겠구나라는 불안감, 그러면 뭘 해야 하는거지? 에서 퍼져나오는 막막함. 서른 중반에 맞는 사춘기구나 싶었습니다. 이런식으로 면피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근래들어 점점 생각이나 말이 거칠어지고 언어중추가 대뇌가 아닌 척추로 내려오는 듯한 말들이 튀어나오더군요. 하지말아야 할 뒷담화나 쓸데없는 격렬한 반응이 나타나기도 하고요. 이런 모습은 적대하다보니 닮아있더라고 그저 치부해 버리기에 도를 넘어서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근래 만나 대화를 나누던 베팍인들이나 주변인들에게 상처나 불쾌한 감정을 전달한 것 같아 여기를 통해서나마 사과를 전하고 싶어졌습니다. 오늘의 할 일: 반성하고, 주의하고, 언어중추를 대뇌로 옮기고, 조금 더 전략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무언가나마 준비를 해 보자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그간 인정하고 싶진 않았으나 후지고 날선 제 말들로 상처나 불쾌함을 느꼈던 모든 분들께 심심한 위로와 사과를 드리고 싶고, 앞으로 후진 멘트는 즐겁게 낄낄거릴 수 있는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p.s 왜 이글을 썼냐 물으신다면 제목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달콤, 살벌한 연인>의 박용우가 침튀기며 썰풀던 장면이 제가 항시 취하는 자세이긴 하나 오늘 하루는 RH +/-의 중요도보다 통계상 그렇더라고 생각해 볼까 합니다. 어쩔 수 없나봐요. 낄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