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상대를 치킨으로 만드는게 완승이고, 내가 겁쟁이가 되거나, 상대역시 겁쟁이가 안될려고 둘이 함께 달려들다 둘다 사망하는게 완패고요. 

 완승을 한번 노려볼까? 아님 완패라도 피할까? 치킨게임에 임하는 플레이어의 딜레마죠. 대개는 완승을 노릴만한 용기는 부족하고, 완패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크므로, 둘이 타협이란걸 하게 됩니다. 

 오늘 한날당이 단독국회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습니다.민주당이 5대선결조건..(많기도 하죠..-_-)내세웠으나 사실상 한나라당이 다 받을수는 없는 내용들이죠. 한날당이 받을리 없다는걸 민주당도 압니다. -_-

 한날당 결국 강수를 들고 나온거지요. '니들 계속 국회안열어주고 버티면 따로 국회열어 다 먹어버릴테다.' 

 이때 민주당, 겉으론  전의를 불태우면서도 속으론 긴장하게 됩니다. 막상 한날당이 단독국회열어 법안 처리라도 해버리면 손가락 빨게 되죠. 쪽박말입니다.  

 여기서 잠깐 분명히 해둘것. 

 의회주의의 본질은 다수와 소수의 몫을 사전에 합리적-선거-으로 나눈 후, 이후 의회내에서 다수의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발견됩니다. 선거에서 다수를 점한 다수파가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의회내에서 의사결정을 주도할 권한을 가집니다. 소수는 열심히 반대할수는 있으나, 다수가 굳이 원한다면 그걸 막을 수 있는 물리력은 가질수 없습니다. 상임위부터 본회의까지 열심히 반대하지만, 말의 성찬일뿐, 표결해서 다수의 의견대로 가는게 민주주의적인 절차죠. 의회내에서 그거 하라고 선거에서 국민들이 다수와 소수를 나눠주었으니까요. 국민다수가 반대하는 법안을 밀어붙인 여당은 다음 선거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고요. 

 허나 한국의 의회문화에선 야당의 확실한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물리적방해> 크리죠. 이건 의회주의원칙에 의하면 당연히 반칙이지만, 한국에선 용인됩니다. 누가 용인하냐구요? 국민들이요. 국민들의 태도는 그래서  좀 이중적입니다. 의회다수를 만든건 국민-평균적 국민-인데, 그 의회다수의 이니셔티브를 실제로 제한하는 의사표명을 야당을 통해 하게 합니다. '니들 몸으로 쟤들 막아.' 그렇게 국회에 망치와 정이 좀 난무하고, 멱살잡이 좀 해야..'아, 야당이 반대좀 하는가부다' 하는게 우리 국민입니다. 

 이런 정치문화아래선 다수파는 정치적 부담때문에 단독처리하길 꺼리게됩니다. 지금 한날당이 임시국회 단독개최 강행을 흘리는것은 실상 야당을 압박하기 위함일 가능성이 큽니다. '니들 잘못하면 족박찬다? 우리 진짜 단독으로 처리할지도 몰라? 겁나지? 그정도 하고 일단 국회로 들어오지 그래?' 이러는 거죠. 

 민주당은 아직은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국민 반대가 더 많은 법안이니 니들이 그걸 단독처리할수 있겠냐? 우리가 몸으로 막을거다. 어쩔건데? 국회 한 두어달 공전시킬 각오 해야할걸? 

 한날당도 쉽지 않습니다. 야당의 반칙은 시간이 지나면 여당의 정치적 무능함으로 국민들의 기억속에 남습니다.(4대개혁법안을 그렇게 통과못시킨 책임은 모두 당시 여당인 열린당과 참여정부가 안았죠)  

 '다수파 만들어줘봐야 니들이 하고싶다던 법안 하나  제대로 통과 못시키더구나','니들이 한게 뭐야?' 의회주의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국민들은 나중에 이런 결론을 내립니다. -_-

 이 게임은 한국적 현실에서 의회다수파가 절대 불리합니다. 원칙대로만 하면, 단독국회소집해서, 다수파끼리 표결해버리면 그만입니다. 허나 국민들이 용인하지 않을거 같으니 정치적 부담때매 망설이다 결국 못하죠.  어떻하던지 야당을 국회내로 끌어들이는 모양새를 갖추려합니다. 

 반면에 야당도 부담이 있습니다. 잘못하면,, 여당이 맘먹으면 단독처리해버릴수 있다는 걱정이 있습니다. 국회들어가 스크럼짜서 막으면, 역시 경위동원해 정리하고 표결할지도 모릅니다. 장외에서 "강행처리는 날치기다"하고 구호외치고 있다가는, 혹 여당이 역시 단독으로 본회의 열어 처리해버리면 결국 손가락 빠는 꼴 됩니다. 

 이 치킨게임의 딜레마를 양측이 모두 벗어버리고 싶어할 겁니다.

 아마, 초기엔 국회가 파행될 겁니다. 그렇게 시간이 몇주 가겠죠. 그 와중에 법안자체에 대한 호불호만을 표출하던 여론이, 국회파행에 피로도를 느끼면서 이런 주문을 합니다.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하라.." 항상 그래왔거든요.  

 여야 통밥 굴립니다. 양측다 정치적 부담을 계속 안고 가기엔 부담이 큽니다. 결국 양측 지도부가 따로 만나 타협안을 주고 받습니다. 여당이 먼저 손을 내밀수도 야당이 먼저 내밀수도 있습니다. 그게 중요한건 아니고. 

 그렇게 타협안을 들고 각자 자기 당 의총으로 들고갑니다. 양측의 강경파 개거품 뭅니다. 절대 합의해줄수 없다고 목소리 높입니다. 한나라당측이라면,,우린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다수파다. 이런 법안도 통과 못시킨다는게 말이되나. 지도부 바꿔라라는 소리까지 나옵니다. 

 야당 강경파도 마찬가지죠. 이제와서 야합하자는거냐? 절대 양보못한다. 끝까지 버텨보자. 결국 저들이 물러날지 모르쟎나.

 그렇게 시간이 조금더 흐릅니다. 국회공전 한 한달 넘어가면 양측의 정치적 부담은 조금씩 더 커집니다. 다시 양측 지도부 만납니다. 서로의 강경파들 입장 얘기하면서 조금더 상대의 양보를 요구합니다.  그러면서 타협안이 재조정됩니다. 

 다시 각자 의총으로. 그동안 국민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합니다. "여야가 와 만날 싸우나? 갱제도 어렵고 먹고살기 고달푸다. 그정도 하고 사이좋게 합의하라"라고 명령(?)합니다. 온건파의 목소리가 그러면서 더 커집니다. 더이상의 국회파행을 지탱할수 없다고 강경파를 설득합니다. 

 결국 그렇게 만든 타협안이 본회의 상정됩니다. 그렇게 주요정당들이 합의한 안이 표결처리 되죠. 이때 현실정치에서 아무런 책임질 일이 없는 소수좌파들은 여전히 국회밖에 있습니다. 치킨게임의 참여자라기 보단 관전자에 가까운 사람들이죠. 그들은 이렇게 외칩니다. "야합이닷!!!!!" 

 그렇게 소수좌파의 무의미한 메아리속에 또하나의 정체성법안이 누더기가 되어 통과됩니다. 여야모두 최악은 면했지만, 최상의 결과는 아무도  얻어낼수 없습니다. 다수의 이니셔티브가 관철될수 없는 의회문화에선 말이죠. 지난 국회때 열린당도 같은 운명에 처했었습니다.  

 미디어법안,  결국 그렇게 귀결될 걸로 보죠. 국회공전이 얼마나 가나의 문제로 봅니다. 드럽지만 타협해가야 하는게 "현실"정치죠. 내가 반대하는 그들의 현실적 지분이 강고한 한, 내 고집만 해서는 치킨게임에서 사망에 이를수 있습니다. 소수파는 "누더기법안"만드는걸로 만족할수 밖에 없죠. 다수의 정의실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한국의 의회문화 덕분에 그나마도 가능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