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간만에 좀 긴 정치글 하나 써볼까 합니다.

한국현실정치는 노선이나 가치보단 인물이나 명망가들에 의해 움직여온게 사실입니다.

 허나 80년대를 거치며 현실독재권력이 퇴장하고, 형식적-실질적 민주주의가 점차 심화되어 가면서, 각 정당은 서구정당들의 가치들을 자신들의

정강-정책으로 수렴하며 정비해갑니다. 여기서 잠깐 현실정당들의 노선들의 얼개를 키워드로 요약해보면,

 한날당은 권위주의우파, 보수적자유주의, 신보수주의, 신자유주의우파,,,반공주의와 개발주의를 여전히 담지한채,서구보수정당의 가치인 도덕적 권위주의와 경제적으로 신보주주의가치를 현실정치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작은정부, 감세, 민영화,,,

 반면 민주당은.. 자유주의우파, 저항적자유주의, 신자유주의좌파,,,민주당은 오랜 독재정권시절, 자유주의에 기반한 기본적 헌법가치를 실현하려한 세력이었으며, 이후 개인주의와 자유와 인권을 기반으로한 서구 리버럴들의 가치들을 수렴해왔습니다. 경제적으론 김대중이 기든스주의에 영향을 받아 집권하면서 제시했던 "생산적복지"개념을 계승하고 있으며, 최근엔 노무현 정부시절의 비전20-30과 유시민의 사회투자국가론에 드러나는 것이고요. 그리고 얼마전 알려진 "뉴민주당플랜"구상도 거기서 크게 벗어남이 없습니다.
 
 집권세력으로써, 한국적 복지국가 구상을 장기적 국가의제로 최초로 제시한걸로 평가받는 <비전20-30>은 노무현의 것이기도 하고,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유시민의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많은 내용이 기든스의 제3의길주의, 사회투자국가론에서 원용된것이고, 그 정책에 밝은 학자들이 두루 참여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진보신당-민노당은 소위 말하는 종북주의 논란은 우선 접어두고나면, 둘다 서구 사민주의나 사회주의 언저리에 존재하는 전통적인 서구의 좌파의 내용과 거의 흡사한 노선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몇달 전 진보신당내에 사회주의냐 사민주의냐를 놓고 노선갈등이 있다는 얘길 들었는데 이후 어캐되었는진 몰겠습니다. )

 한국사회는 현실적으로 이념과 노선에따라 잘 분화된 유권자층이 엷습니다. 전쟁과 분단의 영향으로 "좌파"이념이 대중에 뿌리내릴 기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당을 구성하는 지지층은 크게 세부류로 나뉘는데 그 정당의 가치와 노선을 열정적으로 추종하는"핵심"지지층이 있고, 그보단 당성은 덜하지만, 정당이 표방하는 정체성에 동의하는 "중간지지층 그룹" , 그리고, 정체성의 형성이 약하고, 당성 역시 강하지 않아, 여차하면 지지를 철회할수 있는 "연성"지지자층입니다. 

 한국에는 연성그룹들이 숫적으로 많죠. 어느 정당이나 숫적으론 연성그룹이 많고, 그들이 당의 외연확장에 있어 현실적인 텃밭이 되는 것이긴하나, 상대적으로 당의 중핵을 이루고, 미래를 담보해야할 핵심지지층과 중간지지층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원래는 노선과 가치에서 그 노선과 가치에 부합하는 인물로 옮아가야하는것이나, 순서는 좀 거꾸로지만 좀 다른 방법론, 그래서 이 연성지지층을 보다 확고하게 정당의 중심으로 가져가는 방법론이 필요하겠죠. 그래야 이번 진보신당에서 벌어졌다는 그 노무현 죽음에 대한 입장을 둘러싼 갈등과 그로인한 탈당사태등을 줄일수 있을겁니다. 

 어차피 인물들에 주목하는게 어쩔수 없다면 이런 경로를 따라가 보는게 어떨까 합니다.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이 유시민이라면, 그 유시민이 말하는 어떤 <가치와 노선>이 좋은건지를 살펴보는 것이죠. 민주정치는 본래 편을 가르면서 시작됩니다. 내가 표방하는 가치가 다른 "그들"과 다름으로써, 다른 국가비전이 도출되고, 그에 동의하는 무리들이 정파와 정당을 따로이 형성하는 것이죠. 곧, 내가 지지하는 유시민의 가치와 노선이 어떤것인가를 알아보다보면, 유시민을 싫어하거나 반대하는 그룹들의 노선까지 자연히 눈길이 가게 됩니다. 유시민의 어떤 비전이나 정책에 노회찬이가, 진중권이가 반대하는지 살펴보는거죠. 

그리고 유시민의 정치적 울타리가 될수 있는 현실적 정파를 살펴봅니다. 현실정당이라면 그 노선의 간극이 최소한인 어느 정당을 선택하는게 가능하고, 그들 사이의 화학적결합을 꿈꾸어볼수 있습니다. 물론, 이념과 정체성의 간극이 커서 그게 안될거 같으면 독자세력화를 생각해볼수 있습니다. 이건 현실정치세력화를 위한 일종의 중요한 방법론이 되겠죠. 

 그렇게 자신의 관점을 인물 중심에서 점차 이념과 노선에 기반한  정파적 관점으로, 그 정파적 관점을 실현할수 있는 정당으로 옮겨갑니다. 

 곧, 좋아하는 인물에 대한 성찰이, 그 인물이 표방하는 가치에 대한 호감과 지지로, 그게 다시, 그 가치를 현실적으로 실현해줄수 있는 정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그림이 되는거죠. 그러면서 내가 지지하는 인물, 내가 지지하는 인물과 함께 할수 있는 현실정당과 그 인물과 그 정당에 반대하는 인물과 정당의 노선에 대한 정리와 구분이 이루어질수 있습니다. 민주정치는 서로 다른 가치를 담지한 정당들 사이의 경쟁으로 나타나고, 그 경쟁의 기저에는 다원주의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곧, 서로 상이한 국가비전을 가진 둘 이상의 정파가 서로 경쟁하는게 민주적 정당정치이고, 그 기저에는 "다름"에서 기반하는 것이니까요.           

 좀 긴글..^^ 결론은 이것입니다. "인물" 에 대한 지지를 "노선과 가치"에 대한 지지로 옮겨가보자라는것. 인물은 어차피 유한하고 가치와 노선은 비교적 호흡이 긴것입니다. 그래야만이 특정 인물에 매몰되어, 그가 사라지면, 갈곳을 잃어버리는 불안정한 연성지지층의 한계를 넘을수 있을거라고 봅니다. 그래야 정당도 건강해지는 것이고 유권자들은 항구적으로 자기 정체성을 실현할 현실적 기반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코멘트 환영합니다. 이견이든 호응이건, 비판이든 비난이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