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아는 변호사 형님이 하나 있습니다.

그 형님과 만나서 시국 얘기를 하는데, 형이 그러더라구요.

"나는 실은 끝까지 가보길 원했어. 법조인 내부적으로도 조사했을 때 이 건은 무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절반 이상의 의견이었고, 아마 무죄가 됐을거야."

"대신 검찰은 비열한 짓을 했어. 피의사실 공표죄(맞나요.. -_-;)를 위반한 셈인데, 기본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피의사실을 이번처럼 중계하듯 브리핑해선 안되는 거였어."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언론도, 검찰도 모두 법원의 판결이 난 이후 그 내용에 대한 분석 기사를 내. 그러나 우리는 굉장히 후진적이어서, 검찰의 수사현황에 대한 발표에 관심들을 갖지. 검찰도 기자들한테 그렇게 말해. '기자님들은 우리랑 같이 수사하시는거니까...' 라면서."

"이미 브리핑을 하는 순간, 피의자는 형용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되지. 그건 검찰의 의견일 뿐인데 말야. 마치 구속수사가 그 사람을 처벌하는 효과가 있는 것과 같지."

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유족들이 국가나 검찰을 향해 민, 형사상의 소송을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피의사실 공표죄(맞는지 모르겟네요)를 확실히 해 다음부터 이런일이 없도록 해야한다면서 말이죠.


더불어,

"애초 사건이 애매했던 것이, 대통령도 돈을 꿀 수는 있는거거던. 그런데 돈을 꾼다고 무조건 처벌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은 사실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거지." 라는 말도 했습니다.

소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포괄적 뇌물수수 적용죄'  부분이었습니다...

"포괄적 뇌물수수죄라는 것 자체도, 그 두 사람간(뇌물을 준 사람과 받은사람)의 관계를 모두 동일선상에 놓고 적용하진 못할거야. 내가 예전 판례를 제대로 못읽어서 정확히 말은 못하지만, 기본적으로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관계, 를 고려할 수밖에 없어."

"임채진 총장, 이인규 중수부장, 법무부 장관 모두 충격 받았을거야. 놀라지 않았다면 그 사람들은 인간이 아닌거야. 인간이라면 아무렇지도 않다고 할 수가 없어. 그렇지 않겠냐?"

며 씁쓸히 술을 들이켰더랬습니다.(그러나 저는 저 사람들이 과연 그럴까요, 라며 한숨을 쉬었고... 형님도 아무말 못하셨습니다.)


형님과 저 모두 노무현을 인간적으로 좋아했지만, 이라크 파병과 fta를 거치면서 외면하기 시작했던 사실을 고백하며 후회했더랬습니다.

어쩌면, 그 때 저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은 아니었을까. 저 사람은 자신의 진정성으로 추진한 것은 아니었을까. 여전히 저는 fta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그걸로 그의 인간성 자체를(아, 저 사람도 그저 정치인이구나) 의심했던 바에 진심으로 후회를 했습니다.


이번일을 통해 다른 건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사회 사유화된 권력과 그 권력들의 고삐풀린 듯 폭주하는 것만은 수정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의 분노와 후회를 그저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을 위한 새로운 설계와 검토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anti-이명박, anti-한나라당 보다는, 그네들의 어떤 정책이, 어떤 정치가, 어떤 행동이 문제가 있으며 이는 어떻게 수정되고 반영되어야 하는지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범민주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대연정이 이루어지기도 희망합니다.


저는 이번 국민장 기간 내내 "잊지 않겠다"를 반복했습니다.

잊지 않겠다.

내 지금의 후회와 비통과 원통함을 잊지 않겠다는 말은, 변화를 위해 더 많은 참여와 노력을 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잊지 맙시다.

단순히 국면전환을 위해 정적을 무리하게 수사한 이 정권을. 그 언론플레이에 이리 들썩, 저리 들썩 거렸던 나의 냄비근성을. 무엇이 문제인지 구조적인 부분을 보기보다는 단순히 지금만을 바라보는 근시안적 시선을.

잊지말고, 고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