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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특정한 한두마디의 말이나 글로써, 행동으로 모든 것을 규정짓는건 대단히 위태로운 발상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 대화명,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으로써 그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조금은 짐작해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이러한 어림짐작은 넘겨짚는 경우가 많아서 위험한 발상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겉으로 표출되는 그러한 모습에 기인하여 특정한 주제를 회피하게 되는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어쩔 수 없이 속물적인 인간임을 반성하게도 됩니다.

아무리 시국이 시국이라 할지라도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 같은 느낌으로 슬픔과 상념의 무게에 스스로를 구속시킬 수는 없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연 중에 지인들에게도 그러한 모습을 요구하는 것은, 이것이 단순한 개개인의 슬픔이 아닌 그만큼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서 일까요, 아니면 이러한 여러가지 사안을 개개인의 판단 준거에 맡기기보다 국민적인 슬픔으로 이해하고 있어서 일까요?

가만히 메신저를 넋놓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다양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근조 표시를 단 수많은 물결들, 슬픔, 분노, 허탈감 등의 다양한 감정이 휘몰아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적인 이야기, 좋은 일이라도 있는 양 유쾌한 글귀의 대화명도 수십명의 명단 중에 간간히 섞여있는데, 마치 흰 도화지에 검은 먹물 떨어진 것마냥 자꾸 눈에 밟히는군요. 어찌보면 저도 그들과 딱히 다를 바가 없을 지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습에 대해서 아쉽고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은 이것조차 자기부정의 한 단면일까요.

주말 이틀동안 간단한 아르바이트를 할 예정입니다. 해서, 어제 같이 하는 동생이 최종적인 공지를 위해 문자를 돌렸죠. 너무나 밝은 메시지, 일면의 엄숙함도 담기지 않은 글귀에 전혀 그래야할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슬펐습니다. 하긴, 그런 것가지고 '너도 좀 더 슬퍼야 하는것 아니냐'며 다그칠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그래서 더 안타까웠습니다. 사실, 그 친구는 정말로 무관심하고 그렇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녀석인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답장을 하거나 전화해서 얘기하다간 제 속이 더 쓰릴 것같아서 그냥 조용히 핸드폰을 닫았습니다.

또 다른 아는 동생이 종종 문자를 보내옵니다. 취미삼아 춤을 추는 아이인데, 오늘 길거리 공연을 한다는군요. 어제는 이러이러한 책을 빌려보는데 어떤건지 아냐고 물어보더군요. 차마, '난 지금 서울에서 노제 참석하러 가고 있는데 그런 얘기가 나오냐'며 다그칠 수도 없어서 간단히 답장하다가 그쳤습니다. 조금은 지치더군요. 오늘도 그냥 잘하라고만 하고 말았습니다.

엊그제 서울역에서 시작하여 대한문을 거쳐 어제 시청광장까지 지나온 그 자취에 비해서 일상은 너무나 평범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머릿속의 시계는 며칠째 멈춰있는데, 시간은 흘러흘러 당장 다음주면 기말고사를 본다는군요. 어제 내가 걸었던 길은, 그 수많은 사람들과 감정 교류를 하면서 보냈던 시간은 허상인가- 하면서 조금 슬퍼지기도 합니다. 물론 무난히 현재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저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 슬프고 엄숙한 마음을 묻어둔채 일상을 연기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가장 괴로운 것은 군중 속의 고독, 이해받지 못하는 슬픔이었습니다.

차마, 친척 어른들께 연락드리거나 인사드리러 찾아갈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그분들도 혹시 나처럼 생각하진 않을지, 이해받을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알아오던 그분들은 되려 절 이상하게 생각하실까봐 차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조금 감정의 표류상태가 가라앉고나면 저 또한 일상을 가장하겠죠. 한 집의 장남이자 똘똘한 손자이자 조카, 학교에선 다소 차갑고 과묵한 분위기의 어려운 선배 등으로요. 아 젠장 이와중에도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 라고 농을 던지고 싶어진 자신에 대해서 환멸감이 드는군요.

언제까지 슬퍼하기만 할 수도 없고, 결국 저도 일상의 챗바퀴를 돌리며 다시 살아가겠죠. 아니 당장 이 글을 올리고 난 뒤에 일하러 갈때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제 하루종일 달고 돌아다녔던 근조 리본이 슬픕니다. 누구도 원망하지 말고, 살아가야겠지만,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그에 대한 마음의 표시로, 스스로에 대한 다짐으로라도 한동안 근조 리본을 달고 움직일까 합니다. 어쩌면 이것조차도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수여하기 위한 부끄러운 자화상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