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가슴에서 머리로 가는 길이 왜이리 긴걸까?

그를 보내는 날

퇴근길 차안에서 배철수가 첫 멘트를 시작한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길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길보다 더 먼 것 같다고..

그날

전날의 과음탓에 무거운 머리를 흔들며 회사에서 버티고 앉아 있을 때 들었던 믿기지 않은

비보...

그리곤 인터넷으로 비보를 재확인하고 그대로 퇴근해 버렸다. TV가 보고싶어서

집에서 멍청히 TV속보를 보다가 지끈거리는 두통을 가라앉히려 잠을 청했다.

한참후, 집사람이 깨운다. 오늘 저녁약속있잖아...

갈까? 취소할까? 잠시 고민하다 자랑스러운 의사라이센스가 왜이리 돈벌이가 되지 않는지

항상 고민하는 친구 내외와 저녁을 먹었다.

만나자마자 시작된 그의 대한 화제가 귀에 거슬렸다. 그냥 조용히 혼자 술잔만 기울였다.

식당에 앉은지 30분도 채 되지도 않은 시간인데 벌써 주량에 도달함을 느꼈지만 술잔을

멈출수가 없었다.

그리곤 통곡 했다. 가슴속 저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슬픔을 도저히 삭힐 수가 없었다.

갑작스런 사태에 집사람, 친구내외 모두 놀라 날 진정시키려 했지만 도저히 멈출수가 없었

다.

친구가 이야기한다. 니가 노사모였는줄 몰랐다며...

기억이 없다...이후론...

다음날 늦으막이 잠에서 깼다. 어제...무슨일이 있었지? 어렴풋이 조각 조각 기억이

되살아났다.

창피했다.

전날의 전화통화내역을 살펴보니 어림잡아 7~8명의 지인들과의 통화내역이 남아있었다.

창피했다.

맘속에 뭔가를 들켜버린 것 같은...마치 커밍아웃을 한 것 같이... 벌거숭이가 된듯했다.

그리곤 아무일 없듯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평소 같은면 최소 한번이상은 갖었을 술자리

한번 없이 조용히 그를 보내는 오늘까지 왔다.

계속 나를 괴롭히던 질문을 애써 외면한채...왜그리 울었을까...또... 왜그리 챙피했을까...

한때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한없이 당당할 수 있었던 그를 희망이라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았는데...

오늘 그를 보내는 마지막을 생중계로 첨부터 끝까지 지켜보다가 문득 의문이 풀렸다.

난 투정부리는 어리애였다. 그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너무 컸었다.

탄핵사태를 마지막으로 난 더 이상 신문의 정치면을 보질 않았다. 관심이 없었다.

그의 치열한 정책들이 하나둘 꺽이는걸 보면서도 애써 외면했다.

뭐가 옳은지에 대한 판단도 희미해졌다.

그리고 MB정권을 탄생시키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랬다... 시대가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변한건 내 자신이였다.

정치가 감동도 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유일한 정치인,

전라도 깽깽이 출신이란걸 자랑스레 생각하게 해준 유일한 정치인,

뿔뿔히 흩어져 버린 그의 지지자들에게 나를 버리라고 했던 그의 깨끗한 양심이...

그를 보내고 나서야 이제야 깨달았다.

내가 나도 모르게 흘렸던 눈물의 의미를...

그건 그를 향한 눈물이 아니라 변해버린 나에 대한 눈물이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