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밤입니다...
- 작성일
- 09-05-29 00:25
어제 회사에서 어떤분이 전체메일을 보내셨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며'라는 제목의 메일이었죠.
A4 6장분량의 짧지않은 글이었지만 뛰어난 글솜씨로 잘 써내려간 메일이었습니다.
슬픔, 자책, 미안함, 분노, 그리고 비판...
글을 읽는 저의 마음과 똑닮은 글이었고 노 전대통령님 서거 후 너무나 명확하게 제 마음에 새겨져있는 생각들이
한꺼번에 정리가 되서 표현돼있는 듯했습니다. 읽는동안 몇번 심호흡을 하면서 읽어내려갔죠..
그런데 얼마 안돼서(30분?) 그 메일은 받은메일함에서 열 수 없는 메일로 변해있었습니다.
메일계정에서 삭제되어버린겁니다.. 누군가에 의해서 말이죠...
(저는 출근하자마자 열어보아서 운좋게도 그 메일을 확인할수있었지요..)
갑자기 무서워 지더군요..
내가 지금 살고있는곳이 민주주의국가가 맞나 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메일이 검열되다니요.....
그리고 그제서야, 그 메일을 보내셨던 분이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지방에 있는 정부부처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요즘 한창 욕먹고있는 기관이죠.
정체성의 혼란과 함께.. 그분의 드라이브를 어셔옵쇼로 맞이하는.. (어딘들 아니겠습니까마는..)
자존심은 지하벙커에 양도한지 오래된..
눼.. 거깁니다..
무신무신색깔성장하면 아실겁니다. 요즘 고양이나쥐나토끼나거북이나강아지나송아지나 다 쓰는 그색깔 그거 말입니다.
그색깔의 얼굴마담을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정말부끄럽게두요.. 그리고 그분의 삽에다 그색깔뺑끼를 칠해드리고있지요...
메일의 발신자는 그부처 모지방기관의 꽤높은자리에 계셨던 분이었습니다.
그분이 보냈던 메일은 전체메일..서버에 등록된 모든 메일로 보내집니다.
저같은 말단직원부터 시작해서..
메일 트리라고 할까요? 서열순으로 따져서 메일트리를 만든다면..
제일 윗칸이 누구일까요....
장관입니다.
대단한 용기입니다.. 정말 대단한 용기입니다.
'지난 정부는 최소한 우리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만들지는 않았다'라고 적어놓으셨더군요.
장관에게 똑바로하라고 질책하는것과 같은것이죠. (별로상관없는얘기지만.. 그분은 노조도 아닙니다.)
1년 반정도의 시간동안 많이 힘드셨나봅니다.
최소한 15년이상을 같은 자리에서 국가의 녹을 받으셨고 후배들 숫자만도 몇천명이 되는 분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할정도라..
드라이브의 송곳이 내리꽂히는 자리에 계셨으니..
충분히 예상은 됩니다만 지금은 아무도 말하지도 말할수도 없는 상황이죠..
일꾼은 주인이 시키는 것만 잘하면 됩니다. 일꾼의 세상에는 그이상도 그이하의 노력도, 성과도 없는 것이죠.
제가 일하는 곳은 한마디로, 잘하면 뭐되는줄 아는 그런 세상입니다. 참으로 비효율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런 세계입니다.
그런데 그 냉소적인 업무의지마저도 의심하게 만드는 훌륭한 쥐인님이시라니.. 너참대단하시다이거죠..
윗선에서 전소속기관으로 급하게 전화를 뿌렸다는 소문이 들리더군요.
"그 메일을 읽었던 사람들아..
그냥 머릿속에서 지워라. 아무것도 기억하지 말아라."
뒷통수가 멍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그들이 바라는 건 완전한 삭제구나.. 그래서 이렇게 바락바락 악을쓰면서 이를 가는구나..
먼저가신 그분도 그 증오의 폭풍을 온몸으로 맞았던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지않을수없었습니다.
위로의 글자하나 없는 홈페이지를 보면.. 가슴한구석이 다시 또 먹먹해집니다.
그리고 내일은.. 야외행사가 있답디다...
참 열심히 합니다. 과도하게 열심히 합니다..
이시대.. 도대체 누가 불행한것일까요.. 그리고 누가 행복한것일까요..
그리고 이시대가 지나면 행복해질 사람은 누구이며 불행해질 사람은 누구일까요
흠......
이 먹먹한 가슴에 술을 적시지 않으면 잠이 들지 않을 것같은 참..
억울한 밤입니다. 무엇이 억울한지.. 알지도 못하면서 억울한 그런 밤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횡설수설했습니다... 음.. 베팍은.. 정말 좋은, 그리고 멋진 커뮤니티에욧!
요즘 저에게 최고로 위로가 되는 곳이 되버렸습니다.
따스한 독거불페너님들..오널밤 잠시 기대도 되나요? 훈훈한 가슴팍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