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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 며칠간 마눌과 냉전중이었다.


한 2주쯤 되었나?


언제나 그렇듯이 마눌이 뭔가 나의 잘못된 태도를 지적했고, 평소같으면 "예, 잘못했습니다"하며

납작 엎드렸을텐데, 그날따라 뭐가 그리 억울했던겐지 나도 좀 쎄게 나갔다.

그랬더니 좀 삐졌나보다.


마눌은 화가나면 취하는 태도가 뻔하다.

나와 전혀 말을 안하려하고 내가 전화를 해도 받지 않으려하고, 꼭 전할 말이 있으면 딸한테 한다.


마눌 : 아빠한테 밥 먹으라고 해라

딸    : 아빠, 밥 먹으래~~

영계 : 안 먹는다고 전해라

딸    : 엄마, 아빠가 밥 안 먹는대~~

마눌 : 굶어죽으라고 전해라



메신저 역할을 하는 딸만 괴로울 뿐이다.


이런 증상이 짧으면 2~3일, 길면 1주일 짜리였다.



보통은 이런 침묵이 부담스러워, 내가 그리 잘못한것도 없고 억울할지라도 보통은 내가 무릎꿇고

싹싹 빌거나, 갖은 애교를 떨어서 마눌의 마음을 풀어주고 가능하면 침묵의 시간을 줄여보려고

노력하는게 평소의 풍경이었다.



갖은 애교와 주접을 떨어서 피식 웃게하면 보통은 마눌이 풀리게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내가 좀 달랐다.

왠지 별로 잘못한것도 아닌것 같아서 억울하기도 했고, 사실은 이 침묵이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마눌이 삐져서 말을 안하기 시작하면, 일단은 잔소리 들을 일도 적고 심부름도 안 시키기 때문이다.

마눌과의 냉전중에는 마음은 불편해도 몸은 오히려 편하다.



이 침묵이 계속되다가 하필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의의 서거 소식이 들린날, 하루종일 기분도 우울하고 몸도 안 좋고해서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기운없이 누워 있는데.....

영문도 모르는 마눌이 자기딴에는 화해의 제스춰인지 뭔지 뜬금없는 장난을 걸어왔다.



평소같으면 장난을 받아주면서 슬그머니 화해하고 분위기는 예전으로 돌아가게 마련인데......

장난을 받아줄 마음 상태가 아니었던 내가 벌컥! 화를 내고 말았다.

마눌이 평소와 다른 나의 모습에 꽤 놀랐나 보다.

이렇게해서 마눌과의 냉전은 또 한참 늘어나게 되었다. 나는 나대로 이번주에 너무 바쁘고

잠도 못 자고, 할 일은 워낙 많아서 마눌과의 냉전따위에 신경쓰지 않고 내 할일만 했었다.



그런데, 오늘 저녁쯤......

다시 마눌이 화해의 제스춰를 보내 왔고, 그냥 슬그머니 화해가 되었다.



결론은,

결혼생활 10년이 넘어서 처음으로 마눌과의 버티기에 이겨봤다는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