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아침일찍 아르바이트를 하러 대형마트로 나갔다.

옷을 갈아입고 잠시 쉬는데 직원한분이 들어시면서 "노무현이 자살했대."라고 한다.

평소에 실속없는 말은 잘 안하는 사람이 왜 이런 거짓말을 하나 싶었다.

마트 계산대에서 손님맞이를 하는데 손님들 가운데 한 분이 "노무현이 자살한거 알아요?"라고 물어본다.

그때까지는 아무 느낌이 없었고 정말인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TV뉴스에서 노무현 대통령 서거라고 한다. 같이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밥먹으면서 그분의 죽음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신다. 대학생인 내가 뭐라고 한마디 거들어 주길

바라는 눈치들이지만 이순간 난 한마디도 할 수 없다.

출근할 때 입었던 검은색 셔츠가 상복 같다.

집에와서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더 접했다. 서울에서는 전경들이 전교조, 민주노총 시위집단과 추모집단 구분이

어려워 전경버스와 병력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막고 있다고 한다.

소위 보수논객이라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아직 시신의 온기가 가시지도 않았을 시간임에도 그분을 비난하는 글을 써내어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노무현때문에 경제가 이꼴이 됐다고 하는데 난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동안 우리나라 경제가 위험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고 밥도 굶지 않았다. 아버지가 다니시던 직장도 올해 망했다. 요새는 끼니를 거르는 때가 종종 있다. 돈이 없어서... 이건 물론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지만 한 공간에서 글을 쓰고 읽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다 하고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셨다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어느때와 같았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인터넷을 좀 하고 TV도 좀 보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다만 좀 다른것이 있다면 어제는 인터넷을 하면서 자주 구경가던 예쁜 여자애들 사진이 많은 사이트는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 정도? 그리고 거의 1년만에 9시 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는 정도?

내일 아르바이트 하러 갈 때도 검은색 셔츠를 입어야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