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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때 노무현대통령을 찍었지만 이랜드사태 때 우리조합원들이 공권력에 의해 무자비하게 맞고, 끌려가서 경찰에 의해 팬티까지 벗으라는 상황을 당하고, 억울해서 점거하면 출입구를 용접해버리고 하는 일을 격으면서 그를 비난했습니다. 공안권력을 전혀 통제 못하는 대통령에, 서민들의 삶을 외면하는 대통령이라고 하면서 말이죠.

실제로 그는 공안권력을 잘 통제하지 못했습니다. 대통령 신분으로 검사와의 대화를 했다는 것도 반증이 되기도 합니다. 또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고위 인사가 집회/점거 현장에 와서 지지선언을 해도 공안권력은 며칠 후 노동자/서민을 잡아갔습니다. 국민에 의해 뽑힌 사람들의 통제를 벗어나버린 공안권력이 어느새 되어버린 것이죠.

그런데 이제 그분의 죽음에 많은 후회와 반성을 하게 됩니다. 왜 그리도 그를 비난만 했을까...하고 말이죠. 왜 저는 개혁세력이 대통령만 되면 쉽게 그런 기득권층(언론, 재벌, 공안권력)을 단시간내에 장악해서 서민들을 위한 행정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했었을까요…

공안권력이란 우리 사회에 집요하고 뿌리깊게 박혀있습니다. 저도 죄없어도 수사받아봤고 결국 무혐의 받았지만 그 와중에 말도 안되는 협박도 받아본 바가 있습니다. 참고인으로 조사받았음에도 핸드폰까지 강제로 압수당해서 주소록까지 확인당하기도 했고, 노동조합 전임 위원장을 범인으로 진술하라는 거짓자백을 강요받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같이 살지도 않는 부모님 주소까지 들먹이며 협박하더군요. 이게 공안권력입니다. 추석날 가족들 앞에서 체포해놓고는 죄목도 없고 영장도 없습니다. 그리곤 나중에 집으로 꺼지랍니다. 이게 우리나라의 공안권력이란 말입니다.

저나 저희 조합원 같은 무명인 사람들 조차 이런 상황에서 심한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끼는데 하물며 일국의 국가원수였던 사람을 파렴치범으로 몰아가는데 어떤 감정이었을까요? 게다가 인권변호사였던 사람을…

자살….자살이죠. 그런데 제 눈에는 공안권력에 의한 타살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검경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기소하여 사법부의 처리를 기다리는 건조하고 객관적인 기관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목적을 가진 수사를 하도록 길들여진 기관입니다. 목적에 맞춰서 수사를 기획하는 기관이 된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공정하다면서 왜 삼성과 이건희, 이재용은 처벌받지 않습니까? 공정하다면서 왜 이명박BBK수사를 그렇게 종결시킵니까? 기득권에 도전하는 자만이 처벌받도록 기획되는 겁니다.

반성이 됩니다. 왜 그토록 강한 기득권, 언론, 공안권력을 대통령이라면 빠른 시간내에 척결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지. 왜 그걸 못하냐고 비난했는지. 또 돌아가신 분이 겪었던 그 수치심이 이해가 됩니다. 기득권층과 공안권력은 그를 인권변호사 출신 전직대통령으로 기억되지 않게 하려고 했습니다. 대중들에게 부패한 정치꾼으로 기억되게 하려 기획한겁니다. 그리고 대중들은 그 기획에 어느정도 놀아났습니다. 그 기획의 진행을 막기 위해 노대통령은 목숨을 버리는 길을 택한 것이겠죠.

우리사회에는 그릇된 권력집단이 있습니다. 이들은 선거로도 바뀌지 않고 정권이 바뀌어도 자신들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합니다. 그리고는 반대세력을 하나둘씩 제거해 나갑니다. 말 안해도 알겁니다. 이 집단이 어디인지 무엇인지.

각성하지 않으면, 서로 연대하지 않으면, 나 자신부터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계속해서 그들이 지배할겁니다. 그리고 전직대통령조차도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바뀌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