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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갔었어요.

작성일: 09-05-24 01:34

글쓴이: [싸나이]노리
IP: 118.♡.♡.8; 글쓴이의 다른 게시물 보기

추천: 4

조회: 2,314

댓글: 7단계; 시간별 역순 댓글

갔다가 지금 돌아왔네요.

출발부터...차가 많다? 했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참 많은 분들이 봉하마을에 있으셨습니다.

사람도 많고 언론사에서도 많이 나오고 그래서 1.5km 가량부터 차가 들어가는 걸 통제했어요.
(언론사 차는 그냥 들어갑니다~)

천천히 걸어들어가면서 사람들을 살펴보는데,
노 전 대통령님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참 다 다르더라고요.

별스럽지 않게 지나가던 분들부터
술 마시고 그분은 어딘가에 살아있을 거라고 외치시던 분,
조용히 촛불만 들고 가시던 분, 한숨 쉬며 목 조이던 넥타이를 풀어버리시던 분, 조중동을 욕하는 분들까지.

그분들을 보고 있자니 저도 답답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10분을 넘게 걸어가니, 봉화마을 회관 등장.
몇 번 갔던 곳이었기 때문에 익숙한 풍경이었어요.

차이점이 있었다면 회관 앞쪽에서 故 노 전 대통령의 VTR을 스크린으로 내보내고 있었다는 것.
사시 합격부터 대통령이 된 순간, 취임 후 연설 정도를 편집한 영상이었는데
한 5분쯤 보고 있다가 도저히 더 못 보겠다 싶어서...들어갔어요.

논밭 쪽에 창고...로 쓰던 건물인가요.
여튼 거기 있던 건물로 갔는데, 거기서는 권양숙 여사님과 국민들과 함께 보냈던 소탈한 시간들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내보내고 있더라고요.

그때 정말 찡했어요.
이제까지 저런 대통령 참 없었고 앞으로 없을 텐데...
그런 멋진 분이 먼저 떠나가신 게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전에 가 보신 분들은 아실 지도 모르겠지만 봉화 마을 회관 앞에 공터? 같은 게 있잖아요.

거기 공개 분향소가 있었어요. (그 맞은 편에는 손님들 모시는 곳 + 기자들 쉬는 곳)
경호원인지 언론사 사람인지 모를 분들이 둘러싸서 분향소에 입장하는 줄을 세우고 있었고
포토라인;으로 보이는 곳에서 사진찍는 기자님들도 있으셨네요.

저는 그냥 사람들 사이에 줄을 서서 기다린 후, 하얀 국화 한 송이 놓고 나왔어요.
사람이 정말 많아서 1시간 반은 기다린 것 같아요.
국화 놓고 나올 때 울 뻔 했는데 환한 영정 사진 앞에서 울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나왔어요.
웃고 싶었는데 웃음은 안 나오더라고요...

아, 중간에 촛불 켜고 돌아다녔었는데요.
그 촛불은 가로등 밑에 두고 왔어요, 고인이 쓸쓸하시지 않게 촛불이라도 켜놓고 싶어서요.
(옆에 검은 천으로 한자 쓰인 게 있었는데 한자 잊어먹었어요;)

사람이 참 많았는데,
그 분들은 적어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신 분들일텐데
그 분들은 두고 세상을 떠나신 게 너무 안타깝네요.

돌아오는 길에 온유, 종현이의 잠꼬대를 들었는데,
정말 그 가사처럼 지금 제가 잠을 자고 있고 잠꼬대를 하는 것 같아요.
믿을 수가 없어요...

그 때 담배가 있었더라면
조금만 생각할 여유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 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그냥 참 먹먹하고 안타깝고 화가 나고...그랬네요.

여튼,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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