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을지로입구역 1, 2번 출구를 막고 있는 경찰
도 넘고 있는 ‘도심 집회금지’
<헌법 제21조>를 알고 계십니까? 잠시 잊고 계셨다면, 한번 상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헌법 제 21조’.
①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여러분은, ‘헌법 21조’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최근
도심에서의 집회 및 시위가 사실상 원천 금지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시민사회 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경찰이 신고제로
운영되어야 할 집시법을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확인 하셨듯 ‘헌법 제21조’는 '집회가 허가 대상이
아닌 신고제'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물론, 이전 정부에서도 집시법은 사실상 허가제처럼 운용되어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집회 금지의 수준이 도를 넘고 있다”고 시민단체에서 문제제기 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해 촛불집회 이후 사실상 도심에서의 집회는 원천 금지되었습니다. 시민들이 집회 신고를 한
경우 받아들여지는 사례는 손에 꼽습니다. 특히 용산사태 관련 집회는 한 번도 허가된 적이 없습니다. 정부와 경찰이 “불법집회
엄단”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허가되는 집회 자체가 거의 없어, “불법집회 엄단”이라는 말은 ‘아예 집회를 하지 말라’는 지침과
같아졌습니다.
(집시법 제12조에서는 ‘관할경찰관서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교통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불법집회 대응방식, 방어에서 ‘적극 대응’으로 바뀌어
정부의 집회 및 시위에 대한 대응이 최근 왜 이렇게 악화되었을까. 그 원인을 알아보았습니다.
역시, 이유가 있었습니다. 경찰청의 ‘2009년 집회시위 관리지침’을 입수해 분석해본 결과, 경찰의 집회 대응방식이 전환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먼저 ‘불법 집회시위 대응방식’이 기존의 ‘방어적 질서유지’ 목표에서 ‘적극적 법 집행’으로 대응기조가 전환됐습니다. 다음은 경찰청 내부 문건 내용입니다.
#불법 집회 시위에 대한 대응방식 전환
-방어적 질서유지에서 ‘적극적 법 집행’으로 대응기조 전환
-차벽에 의존하던 기존 대응방식에서 과감히 탈피, 불법행위에 적극 대응하고 국민 불편을 최소화
최근 경찰이 시민들이 특정 공간에 모이는 것 자체를 막는 사례가 빈번하게 증가한 데에도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촛불집회 1주년 기념 집회 등이 원천 봉쇄된 것도 이런 기조 때문으로 보입니다. 다음은 경찰청 내부 문건 내용입니다.
#불법 폭력이 우려될 경우, 초반부터 강도 높게 대응
-금지통고된 집회 강행시, 사전에 충분한 경력을 집회 예상 장소에 선점, 집결 무산조치
-집회 장소 진입로 등 강도 높은 검문검색 및 주변 사전수색, 불법시위용품 반입 차단 및 불법심리 약화
최근 경찰의 작전이 해산이 아닌 연행 자체에 목적을 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았습니다. 집회 해산 뒤, 술집과 커피숍까지 경찰이 따라 들어와 참가자들을 연행하는 사례도 자주
목격되었는데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해산 시 추적조를 운영하고 있더군요.
#시위 현장에서 반복되는 고질적 불법행위는 반드시 근절
-경력 폭행 또는 차벽 손괴 등 불법폭력행위자는 물포.분사기(캡사이신) 등 장비를 적극 활용, 현장검거 위주로 대응
-필요시 지침에 따라 최루액 또는 유색물감을 혼합하여 활용
-현장에서 불법행위자 검거가 어려울 경우, 해산 과정에서 추적조를 운영하여 주동자 및 극렬행위자 등 우선 검거
기자회견 변형되면 적극 조치
요즘은 기자회견을 하다가도 잡혀가는 시대입니다. 4월 10일 대학생들이 서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등록금 인하 촉구’ 기자회견을 하다가 대거 연행됐고, 5월 초에도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 하다
연행됐습니다. 가장 최근인 14일에는 검찰청 앞에서 ‘용산참사 관련 수사기록 3000쪽을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던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연행됐습니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경찰은 ‘기자회견.촛불문화제 등을 빙자한 변형된 불법집회시위의 경우, 개별법률과 집시법을 엄격히 적용, 현장에서 적극 조치’ 한다는 내부 지침을 마련하고 있었습니다.
‘백골단 논란’ 경찰 기동대 급격히 는다
최근 '2008년 불법 폭력시위 관련단체 현황 통보' 공문에서 경찰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한 전국 1천842개 단체를 불법 폭력단체에 포함시켜 논란이 됐었죠. 이것 역시 내부 지침이었습니다. (뭐, 사실 새로운
팩트는 아닙니다.) 경찰은 ‘‘불법 폭력시위 관련단체 현황’을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정부 보조금 지원’을 제한한다’는 내부
지침을 갖고 있었습니다. 2007년 2개 기관, 2008년 3개 기관을 신고했던 경찰은 2009년 2월 행안부에 무려 14개
기관을 통보했습니다.
‘21세기 판 백골단’으로 불리는 경찰기동대의 숫자는 급격하게 늘고 있습니다. 경찰은 시위대와 대치 현장에 집중 배치하는 경찰관 기동대를 현재 34개에서 올해 17개(2,106명)을 더 늘릴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시위 관리 결과를 평가해 포상 등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내부 지침도 확인됐습니다. 이제 각 경찰서마다 ‘누가 누가 시위 진압 잘하나’ 경쟁을 벌일 것 같습니다.
물리적 충돌의 악순환 끊어야
오늘 저는 한승수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치안관계장관회의를 다녀왔습니다. 노동부 장관도 참석했더군요. 회의 전에 의례적으로 하는 모두 발언 정도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한 총리는 단호했습니다.
“대전 도심 시위에서 죽창을 휘두르며 경찰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한 것은 국법을 흔드는 범법행위입니다. 죽창시위 가담자를 전원 검거하고 엄정한 사법조치와 함께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어제 “폭력 시위 때문에 국가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한탄하셨습니다. 정부는 불법 집회만 뿌리 뽑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는 듯 합니다.
죽창이 등장한 건지, 만장 깃발이 사용된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느 국민도 폭력집회가
만연한 사회를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광범위한 집회 금지→노동계의 집회 강행→물리적 충돌’의 악순환 역시
바라지 않을 겁니다. 집회가 왜 점점 과격한 양상을 띄는 지도 함께 헤아려야 바람직한 대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덧글1
경찰의 ‘2009년 집회시위 관리 지침’ 중 바람직한 부분도 물론 있습니다. 이 부분 역시 함께 소개해 드립니다.
경찰은 가능한 충돌보다는 갈등 해결에 노력한다는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경찰 내부 문건을 보면,
‘주최 쪽 요구 사항 등 갈등 요인을 파악해 관계 기관에 통보 하는 등 갈등 해결에 노력한다’는 지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평화적 준법 집회시위는 최대한 보장하고 보호한다’는 지침 역시 갖고 있습니다. 또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을 때 부상자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 장비를 반드시 규정에 따라 사용’하고, ‘시위대 검거 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덧글2
사실 이 경찰청 내부지침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만, 여러분께 공개해드리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경찰의 시위 대응방식’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어 여러분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해 드립니다.
물론, 내일 자 <한겨레>신문에서도 관련 보도가 있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