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1.

싫다는 여자 쫒아다녀서 결혼한 것도 아니고, 도망다니는 남자 모가지 끌고와서 결혼한 것도 아니라면,

결혼으로 귀착된 대부분의 연애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눈이 맞아 사귀게 되어 결혼하게

된 것일게다.


하지만, 결혼후엔 이걸 가지고 꽤나 투덕거리게 된다.(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여자는 당연히 남자가 쫒아다녀서 결혼하게 된거라고 말하고, 남자는 인정하기엔 뭔가 억울하다.

자기입장에서 보면 여자가 꽤나 적극적으로 나왔는데 말이다.


그래서, 네가 먼저 살자고 옆구리 쿡쿡 찔렀지? 내가 먼저 살자고 등허리 박박 긁었냐? 를 따지면서

승부를 내려고해도 쉽사리 승부가 날 리 없다.

특히나 남자의 입장에선 절대 자기가 먼저 대쉬한거라고 인정할리 없는 여자와의  싸움이기에 꽤나

힘에 겹다.

어쨌거나, 십여년이 넘도록 네가 먼저 찝적거렸니, 내가 먼저 대쉬했니......하면서 다투던 승부는

이제와서야 의외로 쉽게 종결이 났다.




언제부터인가 엄마랑 아빠가 이런 주제로 투닥거리고 있으면 딸내미가 끼어든다.


"아빠가 엄마 좋아해서 죽어라고 쫄쫄 따라다닌것 다 알아. 이제 좀 그만해"




이기고 싶으면 자식색희를 세뇌시켜라. 2대 1로 싸우는데 당할 재간이 없다.







2.

결혼해야 할 성격과 독신으로 살아야 할 성격을 간단히 판명해 보겠다.



삶이란 기나긴 여행이다.

당신이 만일 어디 유럽쯤으로 몇달간 배낭여행을 가는데, 혼자 가기는 두렵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비용도 부담되고, 신변 안전도 걱정되고.....

어쨌거나 혼자 갈 엄두가 안 나고 누군가와 같이 가는게 훨씬 맘이 편한 성격이라면,

결혼을 하라.


하지만, 당신이 만일......

유럽아니라 남미든 아프리카든 혼자 다니는게 무섭지도 않고, 편하고, 홀가분하고......

오히려 누군가 동행이 있을 경우, 의견충돌로 맨날 싸운 기억만 있는 사람일 경우....

혼자 살아라.


다시 말하지만,

삶은 기나긴 여행이다.



그리고 결혼이란 여행을 함께 할 길동무를 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3.

여자란 공감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녁 늦게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면서 베팍질도 하고, 책도 읽고 한창 나만의 시간을 갖고 있는데

마눌이 슬그머니 와서......



그날 회사에서 일어난 일도 이야기하고, 자기 상사나 동료를 씹기도 하고, 친구들 뒷다마를 까기도 한다.

그러다가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드라마의 줄거리를 읊어대기도 한다.



한참 나만의 시간을 향유하고 있던 나는 은근히 짜증나기도 하고 마눌이 빨리 끝내고 나가줬으면 싶다.

게다가, 누군지도 모르는 마눌 회사 사람들 이야기가 궁금하지도 않고, 안다고한들 마눌이 해결할 일이지

내가 별로 도움될 것 같지도 않다.

드라마를 거의 안 보는 나는 마눌이 왜 나한테 보지도 않는 드라마의 내용을 주절대는지 이해가 안 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때 짜증을 내거나 하면 싸움의 발단이 된다.



이 상황에서 남자들이 취하는  행태는 대충 세가지이다.


첫째는, 짜증을 내면서 "나보고 어쩌라고, 왜 그런 이야기를 나한테 하는거야?" 또는

"아, 관심 없어, 당신이 알아서 해" 이런식의 반응이다. 가장 하수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는 마눌이 지껄이는걸 묵묵히 듣고 있는것이다.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마눌이 떠들어대고 있는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좋은 태도가 아니다.

마눌은 할 말을 다했지만 결코 속이 시원하지도 않고, 남편의 태도에 원망이 생긴다.



가장 올바른 태도는 마눌이 이야기를 하면 공감한다는 표시로 고개도 끄덕여 주고,

"맞아" "아, 그래?" 따위의 추임새도 넣어주면서, 때로는 "아, 그 사람들 참 못됐네"

"세상에 참 나쁜 사람들 많네" "회사생활하기 힘들지?" 등등 적절한 공감을 해주는 것이다.

마눌이 말하는 내용을 다 이해하거나 숙지할 필요도 없다. 분위기 대충 봐가면서

적당히 찔러주면 된다.



이렇게 조금만 해 주다보면 마눌 스스로 알아서 결론도 내리고, 해답도 찾고,

기분도 풀린다. 그리고, 이 방법이 시간도 가장 적게 잡아 먹는다.




기억하자.


여자는 공감을 먹고 사는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