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용산참사’ 유가족 돕기 콘서트…“우린 뭘 해야 할까?”
‘용산참사’가 발생했다. 그럼 우린 뭘 해야 할까?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다 돼가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건 없다. 그럼 도대체 우린 뭘 해야 할까?
이 질문에 가수들은 ‘노래’로 응답했다. 23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추계예술대학에서 ‘용산참사’ 유가족 돕기 콘서트가
열렸다. ‘라이브 에이드(Live Aid) 희망’이란 제목 아래 열린 이날 콘서트에는 가수 이승환, 이상은, 오! 부라더스,
윈디시티, 흐른 등이 참여했다.
‘용산참사’ 현장을 찍은 사진들, 유가족들의 영상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 등이 나올 때 분위기는 잠시 숙연해졌지만, 공연은
대부분 유쾌하게 진행됐다. 가수들 역시 여느 공연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농담을 하기도 하면서 공연 분위기를 신나게 이끌었다. 물론
노래하는 중간 중간 ‘뼈 있는’ 말도 잊지 않았다.
| ▲ 이승환 ⓒPD저널 | ||
<슈퍼히어로>, <그대가 그대를> 등을 열창한 가수 이승환은 “내 음악으로 위안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음악을 하면서 불행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불행을 덜어드릴
순 없지만 잠시나마 그분들을 행복하게 할 수는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인 것 같다”고 말해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승환은 특히 이번 공연에 참여하기 전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이 자리에 선다고 하니까 주위 분들, 특히 팬분들이 걱정을 많이 하더라. 왜
걱정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유치하거나 경직된 나라가 아니다.(관객들 웃음) 어릴 때부터 배워온 사람의 도리,
가수의 도리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거니 팬분들, 너무 걱정하지 마라.”
가수 윈디시티는 ‘용산참사’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지는 것을 경계했다. 윈디시티의 김반장은 “우리나라가 정말 정보화 사회라는 것이 느껴진다”며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용산참사’가 뭔지 잊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인터넷과 TV에서 나오는 수많은 정보들이 우리들이 잊어야 하는 것과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을 헷갈리게 만든다”며
“대체 정보화 시대의 정보는 누굴 위한 정보인가”라고 되물었다. 김반장은 또 “드라마를 보고 울게 아니라 이 사회가 진짜 슬픈
드라마”라고 꼬집었다.
“우린 지금 고난의 시간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 고난의 시간을 울음으로만 보내지
않을 거다. 이 분노와 화를 아름답게 표현할 거다. 왜냐하면 그것을 오래 기억해야 하니까. 촛불을 들고 밖으로 나오지 않지만
우리들의 마음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가수 흐른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지만 상식이 통하길 우리 모두 염원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 오! 부라더스 ⓒPD저널 | ||
언제나 유쾌한 그룹 오! 부라더스가 등장했을 땐 관객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공연을 즐겼다. 오! 부라더스는 공연 중간 중간 계속 “그럼 우린 지금 뭘 해야 될까요?”를 관객들에게 되물었다.
“‘용산참사’를 뉴스에서 보면서 생각했다. 그럼 우린 뭘 해야 하나. 그래서 이 무대에 선 것 같다. 그런데 청와대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가수 이상은은 “어른이 되고부터 노래를 부르고 돈을 받는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노래를 불러 돈을 모아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이번 공연에 의미를 부여했다.
| ▲ 가수 이상은 ⓒPD저널 | ||
공연 도중 ‘용산참사’로 희생된 시민 5명의 유가족들이 보내는 영상 메시지도 나왔다. 유가족들은 ‘용산참사’가 잊혀지는 것을 가장 염려했다.
고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는 “이번 콘서트로 말미암아 ‘용산참사’가 잊혀지지 않고 젊은이들의 머릿속에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고 양희성 씨의 부인 김영덕 씨 역시 “젊은이들이 ‘용산참사’로 희생된 사람들의 죽음이 어떤 죽음이고, 서민들이 얼마나 고통 받고 살아가는지 깊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윤용현 씨의 부인 유영숙 씨는 “‘용산참사’는 ‘참사’가 아니라 ‘학살’”이라며 “‘용산참사’가 묻히지 않고 젊은이들이 나서서 밝은 빛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29일이면 꼭 100일이 된다. 우린 도대체 뭘 해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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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수 이승환 ⓒPD저널 | ||
| ▲ 가수 흐른 ⓒPD저널 | ||
| ▲ 윈디시티 ⓒPD저널 | ||
| ▲ 가수 이승환 ⓒPD저널 | ||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