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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변희재 관련 글을 보고
문득 생각이 나서 끄적여 봅니다.



우선 '변희재'라고 불러야 할 지 '변희재씨'라고 불러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진 찌질한 모습의 소유자로 인식이 되지만
한때 저는 개인적으로 '희재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한동안 친분관계를 유지한 적이 있었더래서
조갑제나 이명박처럼 막 부르기가 조금 거시기 한 구석이 있네요.
그래도 그냥 짧게 '변희재'라고 부르겠습니다.




제가 대학 3학년이던 2000년에 저는 학내에 한 동아리에 기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수많은 공도뤼 이미지의 공대생 중 하나였던 제가
지인의 소개로 주로 미학과와 고고미술사학과 학생들로 이루어진
학내 문화예술웹진 "美人"이라는 존재를 접하게 되고
무슨 생각에선지 제 당시 전공이었던 건축 글을 하나 써서 기고했더랬죠.

무심코 보낸 글이 홈페이지에 오르고 여러 사람들이 댓글도 달고 하는 것을 보며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글쓰는 활동에 매력을 느끼고
그 동아리에 관심이 생겨서 결국 가입하여 2002년까지 열심히 활동하면서
음악, 미술, 문학, 무용, 영화 등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였고
지금 생각하면 제 학부 생활 중 가장 의미있엇던 기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 찌질하네요 ㅋㅋㅋ)



당시에는 문화예술 잡지는 많았지만 문화예술 웹진이라는 것은 별로 없었고
그나마 인터넷에서 대자보, 서프라이즈 등과 같은 초기 인터넷 언론들이 막 인기를 얻고 있을 무렵이었죠.

암튼 이때 졸업생으로서 활동하던 변희재와의 인연이 있었습니다.
변희재는 당시 우리 동아리 문화예술웹진 "미인"의 멘토로서
학부 2~3학년에 불과했던 우리들과 함께 철학, 미학 세미나도 하고
전반적인 동아리 운영의 방향도 잡아주고 그랬댔죠.

학부 때 이미 '스타비평'이라는 단행본 시리즈를 출간한 그는
당시 제게 살짝 어려운 존재이자 저와 레벨이 확 다른 존재라고 느꼈더랩니다.




그는 당시 철저한 안티조선주의자였습니다.
또한 2001년에 들어서 한창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과정이 이루어지던 때에는
철저한 노무현 주의자로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었습니다.
강준만을 '결국 그도 DJ맨'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었네요.

문득 기억나는데 실제로 안티조선을 매우 싫어하던 한 학생을
동아리에서 쫓아내던 일화도 있었네요.

암튼 이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변희재와 형~ 동생~ 하는 사이로서
학내 동아리방에서 숱하게 토론하고 회의하고 고민하고
수시로 술도 많이 먹고 하면서 지냈답니다.



2001년 말에 변희재는 동아리에 불과했던 문화예술웹진 "미인"을 사업화시킬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나온 이름이 문화예술웹진 "두아"였고 당시 잘 나가던 모 인터넷서점으로부터 스폰서를 받게 됩니다.
우리가 작성한 컨텐츠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현금을 받는 아주 작은 수익모델을 만들었죠.
그래서 여기저기서 조금씩 돈을 끌어모아 벤처를 설립하게 됩니다.

당시 IT 붐이 일면서 기술적으로 IT와 인터넷이 풍성해졌지만 이를 채울 컨텐츠가 절대 부족한 시기였기에
우리의 사업화는 은근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더랩니다.
공중파 방송에도 나갔었고 다른 학교의 문화예술웹진 등과도 교류도 했었죠.

하지만 학생 중심의 조직의 한계라는 점과
최대 70~80명에 이르렀던 조직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과 역량이 절대 부족했던 우리들은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결국 창업 2~3개월만에 정리하게 됩니다.




이때까지가 저와 변희재와의 인연이었네요.
저도 이때쯤 대학원 생활이 바빠지면서 동아리 활동에 전념하지 못햇고
그 이후에도 결국 변희재와는 별 접촉없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변희재의 소식을 듣게 된 것이 불과 1~2년 전이었고
안티조선주의자이자 노무현주의자였던 그가 거의 180도 돌변한 모습에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화가 무척 나기도 하는 것을 감출 수가 없네요.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2001년 당시 학내에 성폭력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이것이 변희재가 소위 반 운동권이자 반 좌파로 출발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에 대한 이야기는 뭐 다른 이야기이니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암튼 갑자기 변희재 생각이 나서 끄적여 봤습니다.
변희재가 제게 미친 좋은 영향이라면 정치에 대해 별 주관이 없던 저를 노무현주의자로 만들어주었고
매우 뛰어나고 유능하며 창조적 아이디어로 넘치는 사람들과 만나게 해주었다는 점입니다.
또한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 전혀 고민도 없던 저를
드뎌 생각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는 것도 어찌보면 고마운 점입니다.


그랬던 그가 이렇게 변한 최근 모습을 보며
침 한 번 뱉게 되는 것이 못내 안타깝고 쓸쓸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