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지난 밤 꿈자리가 어찌나 사납던지, 축축한 배개에 얼굴을 처박은 채
눈이 뜨여졌을 땐 머리칼이 온통 곤두서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위에 짓눌렸던 것 같기도 하고 사연모를
사람들도 몇 꿈 속을 왔다 갔다 싶다.

번사가 빼곡한 몇 주를 날 선 눈초리로 아락바락 버텨냈더니 그만
신경줄이 너덜너덜해졌나보다. 그나마 두어가지 큰 몫들은 마감을
해 한 숨을 돌렸지만 아직 손을 대지 못한 것이 하나 남아있어서
명치 쯤에 턱하니 자리를 꽤차고 앉아 답답하게 한다.

어제는 샤워를 하면서 비눗물로 안경을 씻어주다 안경대 한 쪽을
날려먹었다. 저절로 풀려서 달아나버린 조그만 너트 한 쪽을 찾아
욕실 바닥을 기어다니다 종내 짜증이 솟구쳐서 때려치고 말았다.
빌어먹을 너트 녀석은 지금 쯤 어디 시궁창을 굴러다닐테다. 
매인 삶이 지겨워 뛰쳐나갔으니 하수구의 썩은 찌꺼기야 제 놈이
감수하겠지. 제길.

그래서 어제부터 가끔 운동하는 날이나 비오는 날 촬영 때나 쓰려고
맞춘 렌즈를 끼고 다닌다. 자주 착용하는 것이 아니니 무지 신경이
쓰이고, 평소의 감각에 마맞지 않지만 안보이는데야 별 수가 있나 어디.

배갯머리에서 머리를 일으키며 든 첫 생각은 렌즈를 또 어떻게 끼나
하는 것이었다. 뭔가 버석버석하고 뻑뻑한 느낌도 상그럽지만
끼고 뺄 때마다 일일이 세척해주고 하는 것이 너무 번거롭다.
안경이야 그냥 척 걸쳐주면 그만인 것을 이리저리 손 가는 게 많은 
렌즈야말로 사실은 내 성정에 참 맞지 않는 물건인 것이다.

그래서 한 쪽 지지대가 없어 자꾸만 흘러내리는 안경을 한 쪽 손으로
지탱하면서 대강 버텨볼 요량을 했지만 몇 분 만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아직 제대로 소세를 할 생각은 없어서 세면대에서 대강
눈 주위 눈꼽만 떼어내며 씻어주고 온갖 정성을 들여 렌즈를 꼈다.

잘보이니 살만하긴 하다만 참 번거롭고 또 신경이 쓰인다.
느긋하게 늦잠을 자며 게으름을 부리는 일요일 오전 같은 때에
렌즈란 정말 유감스런 존재다 싶다. 아무래도 내일은 필히 안경을
맞추러 가야겠다. 

별 내용 없이 이렇게 길게 글을 써대는 것도 재능이 아닐까?..ㅋㅋㅋ
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