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안녕하세요. 수원팬 대인배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새 글을 쓰네요. 시간이 없는지, 실컷 준비해놨던 수원의 시즌 전 전력분석도 때를 놓쳐 결국 쓰지 못했고, 올해는 개막전 중계마저 놓쳤네요.=_=;; 실질적으로는 올시즌 처음 본 수원의 경기였고, 상대는 J리그의 챔피언이었습니다. 거기에 개막전에서는 포항에 3-2로 패배한 상황. 모든 것이 불안했고, 작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의 K리그 클럽들의 부진이 다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인 예측이 흘러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지겨운 K리그 VS J리그 떡밥과 함께,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겨울 이적시장에서 지난 시즌 우승에 주역들이었던, 조원희,이정수,마토, 신영록 등이 모두 J리그와 해외로 팀을 옮기면서, 작년의 전력을 그대로 유지한 서울에 비해 수원은 모든것이 미지였고, 불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거기에 개막전 포항과의 경기에서 패배하며 팀의 분위기도 쳐진 상태였고, 오늘의 선발 라인업은 그 불안감을 더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수비진인 알베스-리웨이펑-곽희주의 플랫3였습니다. 당연하게도 수원은 전반 초반 가시마에게 밀리는 모습이 역력했고, 역시나 차붐은 작년의 공식대로 송종국을 라이트백으로 내리며 플랫4로의 변화를 꾀합니다. 

 전반 중반까지도 전체적으로 밀리던 수원이 수비진에서의 안정을 바탕으로 서서히 라인을 끌어올리며, 가시마에 대한 전체적인 압박의 강도도 높여가기 시작했습니다. 한편의 클래식을 듣는 기분이랄까요? 느슨하게 시작한 전반초반부터, 조금씩, 조금씩 압박의 강도와 라인의 간격을 좁히면서, 선수들의 호흡까지. 하나의 팀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는 듯 했습니다.
 
 클라이막스는 전반 후반, 원정팀인 가시마가 0대0인 채로 전반을 마치려는 그 안이한 틈을 비집고 들어가 리웨이펑의 피지컬을 바탕으로한 강슛, 홍순학의 아름다운 크로스에 이은 에두의 가벼운 터치, 최고조에 오른 수원은 한 악장을 끝낸 음악처럼, 전반전을 마무리 합니다.

 후반에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해석은 제각각일 수 밖에 없겠지만, 차붐은 새로운 선수들로 구성된 팀의 앞으로를 위해서, 최대한의 쿠션플레이를 시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원터치 패스, 수비진 사이의  연결, 장,단 스루패스 등등 선수들은 비록 위협적이지 못했지만 여러 팀플레이를 실전에서 연습하듯 구사하며, 점유율을 높이고, 가시마의 힘을 빼 놓았습니다.

  김대의의 위협적인 두번의 슈팅을 포함, 잠긴 가시마의 골대를 차근차근 두드리며, 체력과 집중력이 같이 저하될 수 밖에 없는, 후반 30분이 지난 시점, 역시나 전반과 마찬가지로, 홍순학과 박현범의 오늘의 활약을 보상 받는 듯한 팀플레이에 의한 멋진 골을 성공시키며, 가시마를 저 멀리 안드로로 보내버립니다.





[오늘의 엄마. 김대의]



-주요 선수들 개개인의 평가.

 김대의는 오늘 빛났던 수원에서도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90분을 모두 뛰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의 폭넓은 활동량, 노련함, 간결한 슛팅, 또 만만치 않은 수비력까지 과시하며, 홍순학과의 스위칭 플레이로 가시마의 양쪽 사이드를 초토화 시켰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보아온 그 어떤 경기보다 김대의가 찬란하게 빛났던 경기였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의 두 플레이어인 리웨이펑과 알베스는 기대만큼의 활약을 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알베스의 호흡이 아직은 조금 부족했지만, 조직적인 면에서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았고, 특히나 걱정했던 리웨이펑의 '성질머리'는 투지로 치환되며, 거친 면이 조금은 부족했던 수원 선수들에게 적당한 흥분을 더해주었습니다. 아직 한 경기일 뿐이고, 물론 시즌 중반 정도까지는 지켜봐야 두 선수의 클래스를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현범은 역시나 잠재력이 훌륭한 선수입니다. k리그 그 어느 선수보다, 공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고, 유연하며, 한국 선수답지 않은 트래핑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볼처리가 조금은 미흡하고 시야가 부족하지만, 이제 프로 2년차인 선수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침착한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서울에 기성용과 이청용이 있다면 수원에는 박현범과 조용태가 있다고 할까요? 차붐의 아이들인 이 선수들을 어떻게 키워낼지 수원팬으로서는 최대의 관심사 입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새롭게 영입 된 이상호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전반 가시마의 수비진을 흔들며 체력과 조직력을 흐트러 놓았고, 직접적으로 마무리를 짓지는 못했지만, 후반까지 충분히 자신의 장점을 살린 플레이를 보여주며,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를 높여준 플레이를 해냈습니다.




[이번 시즌 내내 수원의 화두가 될 리웨이펑]





-대승에도 불구하고,


 수원이 좋은 모습을 보인 경기였지만, 역시나 약점이 더 눈에 띈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조원희의 공백으로 인한 중원 장악력의 저하는 어쩔 수 없더군요. 체력이 저하된 후반 들어, 수비진과 미드필더진 사이의 공간이 눈에 띌 정도로 벌어졌고, 노련한 송종국의 커버 플레이가 아니었다면, 가시마에게 수많은 공간을 내주며, 자멸할 수 도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박현범과 백지훈의 중원조합이 공격적인 면에서는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수비적인 면에서 경기 전체를 풀어나가기엔 부족한 모습이었습니다.

 어쩌면 리웨이펑 보다 훨씬 더 올시즌 차붐과 수원을 괴롭힐 중원이 될 것입니다. 지난 시즌 박현범이 호조를 보일 때, 차붐의 말대로, 박현범과 백지훈 모두 공격적인 면에서 그 능력을 발휘하는 선수들입니다.  여기에 안영학과 이관우, 송종국이 중원을 책임질 수 있지만, 송종국은 라이트 백으로의 기용이 더 많을 것이고, 수원이 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플랫4에서는 더더욱 중원에 수비적인 성향의 선수가 부족할 것입니다. 단순히 공격적인 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균형이 무너지며, 자칫 수원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도 있는 중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리웨이펑과 알베스도 한 경기만으로 수비진의 안정을 꾀하지는 못 할 것입니다. 많은 선수들이 부상을 당했던 지난 시즌 후반에 훌륭히 제 역할을 수행해 낸, 최성현의 존재가 든든하긴 하지만, 몇년동안 수원의 핵으로 활약했던 마토의 짙은 그림자를 지워내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고, 오늘 보여준 수비진의 약점도 대인방어 능력의 부재였습니다. 특히나 조직적으로는 훌륭했지만, 1대1의 장면에서 자주 선수를 놓치고 특히나 세트 플레이시의 역할 분담과 위치 선정에서도 위험한 플레이를 연출했습니다. 단순히 시즌 초반의 컨디션 저하 상태라면 다행이겠지만, 이 문제도 수원의 적잖은 고민거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입니다.






[수원 부임 이후 첫번째 큰 변화를 겪게 된 차범근]






 그래도 첫 단추를 잘 꿴 경기였습니다. 홈에서 기분좋게 첫 승을 신고했고, 부상 이후 오랜만에 공식전에 모습을 드러낸 선수들이 골을 기록하며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시즌 J리그 챔피언을 기분 좋게 꺾으며, K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의 흥행에도 기여할 수 있는 여러 의미를 담은 승리였습니다. 비록 개막전에서 일격을 당하긴 했지만, 오늘의 승리를 발판삼아 선수들이 더욱 자신감 있게 플레이 해줬으면 하네요. 올시즌 리그에서의 우승은 조금 힘들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K리그에서 가장 수준높은 플레이를 보여주는 수원 다운 시즌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루하고 두서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는 감사를 드립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