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얼마 전, '밤의 피크닉(2004)'이라는 책을 읽었다. 온다 리쿠라는 추리소설로 유명한 작가의 단편소설. 사실 이 작가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발군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작가라는 평가가 있다고 한다(몰랐던 사실인데, 2006년에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만 스물 네 시간동안 밤을 새워 80KM를 걷는 고교생활의 마지막 대 이벤트인 '야간보행제'에 나선다.

이야기는 들뜨는 마음으로 주인공들과 주변인물들이 보행제를 출발해, 보행제를 마치는 것으로 끝난다.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하는 보행제의 아침, 높아지는 해와 함께 지쳐가는 낮, 지칠 대로 지쳐 쓰러질 것 같은 저녁, 모두가 함께 걷는 생기가 도는 밤으로 시간은 흘러간다.
 
평소 하지 못했던 가슴 속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깊은 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여 맞이한 새벽. 친구의 뺨이 발그레하게 빛을 내리던 아침. 가슴에 맺힌 것들을 몰고 고백하고 화해하며 스물네 시간의 보행제를 마무리하는 청춘의 주인공들.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지는 하늘빛과, 논두렁길, 언덕길, 찻길, 건널목, 해안길, 주택가 한적한 길 등등 가는길마다 달라지는 풍경들, 여기저기서 고충을 항의하는 몸에 대한 묘사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비단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몸의 히로도도 함께 전해주고 있다.

인물들간읜 은말한 갈등을 드러내는 부분도 상당히 탁월하다. 여러 사람들의 내면이 제시되고 등장인물 수만큼믜 줄거리가 얽혀나가면서도 전혀 혼란스럽지가 않다.

잔잔한 듯하나 결코 지루하거나 가볍지 않게 펼쳐지던 이야기는 이윽고 도오루와 다카코를 둘러싼 본래의 테마를 만나 긴장감을 띄며 마지막 장면을 향해 달려간다. 그 힘 있는 스토리텔링과 다채로운 인물 묘사란!

무엇보다 훌륭한 것은 다양한 에피소드 하나하나에서 인간이 가진 따뜻함과 관대함, 그리고 우정의 본질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그저 걷기만 할 뿐인, 아무것도 아닌 행사가 이렇게 특별한 것인줄 몰랐어'하고 누군가도 되뇌지만, 정말로 만 스물네 시간동안 그저 걷기만 하는 단순한 행사를 소재로 한 소설이, 빛나는 청춘과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바알갛게 물들여 가슴 속에 들어오는 것만 같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해도 가슴설레는 말이다'라는 청춘예찬이 시종일관 가슴에 쾅쾅 울려퍼지는 듯한 느낌이랄까.

오늘 웹 서핑을 하던 도중, '20대에는 인생설계가 아니라 미친듯이 연애를 하라'라는 누군가가 말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청춘의 하루는, 어른이 되어서 10일 보다 더 소중한 것이다'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아직도 청춘이라고 말하고 있는 나도 지금 빛나는 이 젊음, 빛나는 이 순간을 헛되고 덧없이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의 손을 잡고, 그 사람의 생각을 손 끝으로 읽으면서, 내 빛나는 청춘의 한 페이지를 만끽하면서 하염없이 걷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