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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 영화 '가능한 변화들'에 이러한 대사가 나왔습니다.

"이 고기 말이예요.
이게 사실은 죽은 살이 타는 건데 냄새가 너무 달콤해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돼지가 죽기 전에 꽤 오랫동안 불안감에 떨었을 테고
또 아주 짧은 순간 극도의 공포감을 느꼈을 텐데
근데 이 냄새에서는 그런 기미가 전혀 없어요.
오히려 감칠맛 나는게 천연덕스럽고 뻔뻔스럽지 않아요?
근데 그게 죽음의 맛이래요."

글쎄,
정작 '천연덕스럽고 뻔뻔스러운' 건 돼지의 죽은 살이 타는 냄새를
그저 달콤하고 감칠맛이 난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후각 쪽이 아닐까요.
돼지의 살이 타는 냄새는 같은 돼지에겐 역겨울 수도 있다고 봅니다.
역으로, 사람의 살이 타는 냄새 역시 육식을 주로 하는 맹수의 입장에서는
식욕을 자극하고 군침을 흘리게 만드는 걸로 느껴질 수도 있지 않습니까.
'지독히 자기 중심적인' 이 달콤함을 두고 죽음의 맛 운운하며 폼을 잡는 이 장면에서
미안하지만 전 그만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장면을 넣은 감독의 의도가 무엇이었느냐와는 관계 없이 말이죠.

마찬가지로,
선험적이든 아니면 타인과 교류하며 후천적으로 학습된 것이든 간에
특히 끌리거나 혹은 꺼리게 되는 무언가가 누구에게나 다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특정한 사람이나 물건일 수도, 또 사소한 단어 하나일 수도 있지만.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에겐 정서적 친밀함을 느끼게 되고
점차 정서적 유대 관계가 강화되어 '집단'이란 것을 형성하게 됩니다.
반면에 공감대를 찾기가 힘든 사람들을 자신이 속해 있는 영역 밖으로 쉽게 몰아 내어 버립니다.

한마디로,
이렇게 '집단지성화' 된 가치는 최소한 그 집단 내에선 절대적인 '선(善)'이 되고
따라서 그것과 배치되거나 모순되는 것은 자연스레 배척당할 수 밖에 없으며
또 그게 어느 정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일단 저부터도 그렇고 적지 않은 다른 사람들 또한
'그 모든 것'들이 그저 '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겠거니 하면서
자신이 포함된 집단이나 주위 환경에 대해선 비판의 날을 거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생각이 다들 비슷하고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주위 사람들도 존중해 주니까요.
하지만 그 '집단'이란 것이 가진 파괴력이 무시무시하다는 것을 안다면,
그리고 '집단'에 끼지 못하는 소수자 혹은 이방인에게 필요 이상의 아픔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이것이 과연 '집단지성'인지 아님 '집단감성'인지 한 번쯤은 고민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