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 천상병 시인
- 작성일
- 09-02-24 18:56
나 하늘로 돌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시에 전혀 관심 없던 제게 친구가 생일 선물로 사준 천상병 시인의 시집 요놈 요놈 요 이쁜놈
조금 읽어보다가 에이 이게 무슨 시야-_- 대충 독백했구만 독백. 맨날 마누라한테 돈타서 막걸리 먹은 얘기만 있고-_-;;
시인의 천진하고 순수한 마음을 이해하기엔 지겨운 문학수업과 무서운 문학선생님에 질려버린 난 너무 어렸다.
시집을 읽었어도 난 그에 대해 거의 모른다.
다만 간첩으로 몰려 고문을 받아 폐인이 되었고,
그래서 남은 생애 아내의 카페 '귀천'에서 빈둥대며
탁주 한사발 시 한구절에 즐거워하며 인생을 마감했다는 것 밖에.
나는 행복(幸福)합니다.
천상병.
나는 아주 가난해도
그래도 행복(幸福)합니다.
아내가 돈을 버니까!
늙은이 오십세살이니
부지런한 게 싫어지고
그저 드러누워서
KBS 제1FM방송의
고전음악을 듣는 것이
최고(最高)의 즐거움이오. 그래서 행복(幸福).
텔레비젼의 희극(喜劇)을 보면
되려 화가 나니
무슨 지랑병(炳)이오?
세상은 그저
웃음이래야 하는데
나에겐 내일도 없고
걱정도 없습니다.
예수님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찌 어기겠어요?
행복은 충족입니다.
나 이상의 충족이 있을까요?
고문받아서 죽게 생겼으면서 행복하시댄다. -_-; 저래보여도 꽤 젊다. 고문받아서 늙어서 그렇지...그리고 왜 아내는 자꾸 술달라는 거 못이기고 주는거야;;
이 할아버지가 젊을 적엔 요런 시도 썼는가보다.
새
이젠 몇년이었는가
아이론 밑 와이사쓰같이
당한 그날은......
이젠 몇년이었는가
무서운 집 뒷창가에 여름 곤충 한 마리
땀 흘리는 나에게 악수를 청한 그날은......
내 살과 뼈는 알고 있다.
진실과 고통
그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
내 마음 하늘
한편 가에서
새는 소스라치게 날게 편다.
치열한 시적 의식은 고문과 함께 다 날아가버린 걸까?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이 아자씨의 시가 나이가 먹어갈 수록 빛나보인다. 그건 아마 시인이 진심이었다는게 이제서야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아주머니도 하루 고통스럽게 사는 것보단 끝까지 남편이 즐기며 살길 원했기 떄문에 마지못해 가끔 탁주를 허락했겠지.
위에서도 썼듯이 인사동에 가면 이 아자씨 아내가 아직도 카페를 하고 있다. 예전엔 구석에 있었다는데 지금은 큰길에 있어서 찾기도 쉽다. 하지만 나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두시간을 헤매-_-
하여튼 갑자기 아줌마가 대충;; 만들어주는 쌍화차를 포근한 소파에 앉아 난로 때며 먹고 싶어지는 밤이다.
아 ㅆㅂ 돌아.가리라 '아.가리'가 금지 단어랜다. 이토록 순수한 시를 몰라보는 건 아마도 즟질유저들 때문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