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1.

하반신 마비가 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는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다. 이유는 원래 이 프로그램의 참가자였던 쌍동이였던 형의 죽음으로 유전자 구조가 같은 제이크가 참여하게 된 것. 카메론은 왜 이런 곁가지 같은 스토리를 굳이 설정했을까?

이유는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제이크 설리가 다리를 못쓴다는 것은 전쟁 피해자로 설정해놓기 위해서다. 하반신 불구자가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여할수 있게하기 위해서는 '쌍동이' 설정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제이크 설리는 <7월 4일생>의 론코빅을 연상하게 한다. 그런 그가 '판도라' 행성에서 하늘을 날며 싸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는 '평화'와 '치유'를 연상케하게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 이 영화는 3D 영화의 신기원을 이룩한 영화라는 점과 관련이 있다. 그건 어쩌면 흑백에서 컬러로, 무성에서 유성 영화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지 모른다. 카메론은 그것을 인간의 직립보행과 같은 수준으로 비유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2.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주는 문제는 <작은 거인>, <늑대와의 춤을>과 같은 수정주의 서부극에서 지적되었던 문제가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판도라 행성'의 원주민들(그것은 미국의 역사와 관련해서 인디언, 베트남인, 그리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인일 수 있다)은 평화와 자연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 '자연'으로 비추어진다. 이에 비해 제이크 설리는 양심적인 미국인을 상징한다. 게다가 그의 능력은 '나비'족 수십명보다 더 뛰어난 존재로 묘사된다. (카메라가 제이크 설리를 잡을 때는 단독 숏으로 잡지만, '나비'족을 잡을 때는 집단 숏으로 잡는 점에 주목하라! 제이크 한명의 비중이 '나비'족 전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그는 '예수 그리스도'이다. 카메론 영화에 <성경>의 서사구조가 나타난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예컨대 <터미네이터>에서 존 코너는 미래에 강림할 메시아다. 사라 코너는 성모 마리아며, 터미네이터는 헤롯왕이 보낸 자객인 것이다. 기독교적인 종말론적인 세계관이 그의 영화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다시 이 영화에 대해 말해보자. 제이크 설리가 흰옷을 입고 관처럼 생긴 캡슐에 들어갈 때의 모습을 보면 그는 현실계에서 죽었다가 '판도라'행성에서 부활하는 것 같다. 영화가 중반으로 가면 그는 수염을 깎지 않아 영락없는 예수의 모습이다. 그리고 쿼러치 대령의 공격으로 캡슐이 부숴지고 설리가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네이티리의 무릎에 쓰러진 모습을 보라. 그건 성모자상의 모습을 강렬하게 연상시킨다.(밑에 사진 참조)
마지막 장면에서 거대한 나무아래서 설리가 눈을 뜨는 장면은 당연히 예수가 부활하는 장면과 같다

결국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영화가 미국이 제3세계에 끼친 과오를 반성하며, '환경'과 '평화' 문제를 내세우지만 그것은 기독교와 미국 중심의 질서에서 벗어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을 무슨 종교적 임무처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3.

이 영화에는 많은 영화들이 차용되었다. 일일이 그 영화들을 다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다. 하야오의 이 애니메이션을 매직 아이 버전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한다.

4.

제임스 카메론은 불법 다운 로드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가장 효과적인게 블록버스터 3D 영화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바타>는 시리즈로 3편까지 기획되어 있다. 아마 이 영화에 들어가는 모든 기술은 특허 등록이 되어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이 영화 상영에 알맞는 사운드 시스템과 영사시설을 팔아먹을려고 전세계 극장주들에게 설비가 완비되지 않은 곳에는 상영하지 않겠다고 협박할 수도 있다.(<스타워즈>가 만들어졌을 때 조지 루카스가 이런 식의 협박으로 THX 시스템을 팔아먹었다)

영화에서 지구인들이 '판도라 행성'에서 탐을 내는 '언옵타늄'이라는 화석이 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이 돌이 어디에 사용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 외적인 면에서 비유해서 본다면 '언옵티늄'은 사실 3D 기술이다. 영화에서 자본가와 쿼리치 대령은 패배를 하지만 '언옵타늄'(3D)을 손에 쥔 헐리우드는 승리할 것이다. 그러기에 <아바타>는 참으로 모순적인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