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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은 동계올림픽.

상업성, 정치색과 무관할 수 없기에 많은 비난을 듣기도 하지만, 어쨌든간에 스포츠 부문에서는 몇 년에 한 차례씩밖에 경험할 수 없는 대단한 볼거리를 많이 제공해주기는 합니다.

동계올림픽의 종목 중 가장 많은 이목을 받는 것은 첫째, 하키일 테고 그 다음은 역시 피겨스케이팅이지 싶은데요,(다른 종목을 깎아내릴 의도는 없습니다)

동계 종목에서 하키는 하계의 축구와 맞먹는 위상을 가지고 있는 종목이니 당연한데,
피겨는 하계 쪽에서는 딱히 비교할 만한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군요. 기껏해야 수영의 싱크로 부문과 기계체조 정도인데, 글쎄요, 종목의 형태만 비슷할 뿐이지 그 위상의 차이는 안드로 급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성을 판정하여 점수화하는 스포츠'.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이는 이 설명이 피겨의 매력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문제점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잠깐 여자단식 선수 위주로 올림픽 때 쓸 음악 몇 곡을 올려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각 종목별로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들의 동영상을 위주로 올려볼까 합니다.

피겨스케이팅 대회는 관례적으로

혼합복식(Pair)-남자단식-아이스댄스-여자단식 순으로 진행되기에 저도 혼합복식을 소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군요.

혼합복식이든 아이스댄스든 두 명이 출전하는 종목이 요구하는 가장 큰 덕목은 두 남녀 선수 간의 호흡입니다. 혼합복식은 여기에 묘기에 가까운 동작을 좀더 추가했다고 보면 되겠지요. 발레를 보면 남녀 주인공 둘이 추는 것은 Pas de deux라 부르는데 혼합복식 종목이 이것에 가장 가깝다고 봅니다. 제 마음대로 한줄 요약을 하자면,
여자 혼자서는 불가능한 동작을 남자의 힘을 빌어서 보여주는 종목
이라 하고 싶군요.
대표적으로 남자가 여자를 들어올리기, 위로 던졌다가 받기, 멀리 던지기 등등...

이 종목의 전설이 아닌 레전드가 된 조는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고르데예바/세르게이 그린코프 (줄여서 G/G조라 합니다) 부부로, 당대에 따를 자가 없는 기량, 눈빛만 보아도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표정, 페어 선수들 중에서는 군계일학 격의 외모까지, 그야말로 선남선녀 커플이었지요.

이 커플의 1988년 캘거리 올림픽 영상입니다. 만장일치 금메달.



이들은 1991년 결혼, 프로 무대로 갔다가 1994년 릴리함메르 올림픽 때 복귀, 다시 금메달을 땁니다.
금메달리스트가 프로 전향 후 복귀하여 또 금메달을 딴 건 이들이 유일합니다. 카타리나 비트는 은퇴 자체를 안 했던 경우-_-;;




성공적인 두 차례의 올림픽을 마치고 미국에서 아이스쇼 공연을 하며 평화롭게 살던 그들에게 불행이 닥쳤습니다. 남편 그린코프가 쇼 준비 중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것이지요. 당시 피겨계의 충격은 대단했고, 그를 추모하기 위한 그녀만의 단독 공연이 열렸습니다. 마치 두 사람이 공연하는 듯한 한 사람의 동작.



전설 얘기는 여기까지. 이번엔 시계를 가까이 돌려 지난 번 올림픽 금메달 조인 타티야나 토트미야니나/막심 마리닌 조의 연기를 보시지요.

  SP - 스비리도프: '눈보라'
  LP - 로타: 영화음악 '로미오와 줄리엣'

페어 종목은 근 60년 가까이 러시아(쏘~련)이 지배하던 종목이었습니다만, 이번 올림픽에서 드디어 그 지배가 끝장날 것 같습니다. 러시아 쪽 유망주가 씨가 말라버린 듯.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두각을 나타내었던 대륙 선수들이 이제 전면에 등장합니다. 지난 번 토리노에서도 대륙의 두 조가 은/동메달을 땄었지요. 진정한 서커스의 나라 대륙이니 이 종목에 강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그 당시에도 이들의 테크닉은 대단했지만 상대적으로 딸리는 비주얼과 아직까지는 벗지 못한 촌빨이 이들의 한계였는데, 이제는 그것도 많이 극복한 것 같습니다.

토리노에서 동메달을 딴 후 페어 무대를 지배하다가 결혼과 함께 은퇴했던 션쉐申雪/자오홍붜(ᅿ가 더 적절해보이는 발음이지만...) 赵宏博 부부가 올림픽을 목표로 복귀하여 다시 무대를 휩쓸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에서는 이들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독일의 알리오나 사브첸코/로빈 솔코비 조를 우승후보로 꼽지만, 제가 돈을 건다면 션/자오 부부에게 걸렵니다.

아이스댄스가 아닌 피겨선수로는 환갑진갑 다 지나고 고려장을 해도 모자라보이는 나이인 31/36세에 금메달이 유력한 션/자오 부부의 카리스마 넘치는 올림픽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뽀나스로 이들의 LP 음악을 곁들입니다.


SP - Queen: Who wants to live forever



LP - 알비노니: '아다지오'

Tomaso Albinoni

Adag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