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작전' 등급 논란은 역시 노이즈 마케팅이었네요
- 작성일
- 09-02-11 16:53
<기자수첩> 영화 작전의 등급작전 유감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9.02.11 16:05
4장으로 된 이 자료에는 영등위가 발급한 '영화등급분류결정서'까지 포함돼 있었고 거기에는 폭력성과 대사, 모방 위험에 대한 지적이 들어 있었다.
영등위 심의에 대한 비판은 이날 시사회의 핫 이슈였다.
배우 박희순은 "마약, 불륜도 통과됐는데 주식이 '18금'이다"며 심의를 꼬집었고, 이호재 감독도 "청소년들이 이 영화 한 편으로 주가 조작을 할 수 있을 거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아주 밝다"며 비꼬았다.
제작사의 이 같은 성토는 곧바로 영화를 본 기자와 평론가들의 공분으로 옮겨갔다. 이날 시사회에서 상영된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영화치고는 지나치게 순하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었기 때문이다.
온ㆍ오프라인 매체들과 영화잡지들은 제작진의 성토를 기사로 작성했으며 영등위의 심의를 둘러싼 논란을 다른 사례들과 함께 박스기사로 소개했다.
이후 보름가량이 지난 10일, 영등위는 이 영화에 대해 '15세 관람가' 등급을 내렸다. 비단길은 "매우 고무적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영화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받은 듯해 한국 영화 산업의 앞날은 밝은 듯하다"며 보도자료를 냈다.
균형감을 되찾은 영등위의 심의에 박수를 보내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개운치 않은 점이 많다. 시사회 때 공개된 편집본과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편집본이 사실상 같은 것이라는 점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비단길은 11일 "시사회에서 공개한 편집본은 영등위에 첫 심의를 요청한 버전에서 6분이 삭제된 것이다. 같은 편집본을 욕설이 나오는 두 곳에 다른 소리를 덮고 나서 다시 심의를 넣었고 그게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시사회에 참가한 영화 담당 기자와 평론가, 극장 관계자들이 본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문제의 그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나중에 '15세 관람가'를 '받게 될' 영화를 보고 영등위 비판을 쏟아냈으니 번지수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던 셈이다.
비단길은 "영화가 다소 길다는 내부 지적이 있어 상영 시간을 줄였을 뿐 기자나 평론가 등을 속일 생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시사회에서 영등위 제출본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은 실수이지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영화의 등급 논란에서 장면의 수정과 삭제가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고려하면 그저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죽어도 좋아'에서부터 '천국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장면의 수정과 삭제 여부는 영등위 등급 논란이 일 때마다 영화계와 영등위가 첨예하게 갈렸던 논쟁의 핵심이었다.
영화 '작전'은 주가 조작 사건을 둘러싼 음모를 다룬 영화로, 제작사는 영등위에 낸 심의 사유서에서 "가치 투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육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식 시장의 '작전'은 심증이 있어도 물증을 확보하기 어려워 단속이 쉽지 않다고 한다. '작전'의 제작진이 기자와 독자를 상대로 의도적으로 '작전'을 펼쳤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작전'이 진짜 의도적인 '작전'을 폈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잘못된 정보를 얻은 독자인 영화팬들, 즉 일반인이다. 영화 속 주식 시장의 작전 세력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개미투자자인 것처럼 말이다.
bkkim@yna.co.kr
기자들 보여준 버전하고, 등급신청한 버전이 달랐군요...
결국 나중에 기자들 보여준 버전으로 다시 등급신청해서 15세 받았고...
덕분에 한동안 매스컴에 보도되었으니 참... 얍삽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