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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오락실 게임의 소개에서는 대전액션 게임의 전성기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명작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스트리트 파이터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2, SNK의 유명 캐릭터 제네레이션 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아랑전설을 유저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아랑전설2, 그리고 역시 SNK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칼부림 대전액션 게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사무라이 스피리츠 역시 소개했다.

1990년대 초 이렇게 지금 게임을 해도 짜릿하게 승부를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1990년대 아케이드 게임장을 수놓았던 명작들을 소개하는 필자의 마음도 괜스레 두근거린다. 필자 역시 그런 게임들을 즐기면서 자라 온 세대이기 때문이다.

추억의 오락실게임, 1990년대 대전액션 그 세 번째 편에서도 한 시대를 풍미하기에 충분했던 대전액션 게임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 용호의 권2(1994. SNK제작)
용호의 권 시리즈는 여러 면에서,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아랑전설과 많은 비교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아랑전설의 배경과 용호의 권의 배경이 시대만 다를 뿐 같은 곳이었으며, SNK에서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길거리 격투의 최강자와 정통 권법을 배운 권법가들이 기묘하게도 유저들 사이에서 비교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야기는 이 두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그 만큼 매력적이라는 반증이기도 했다.

△ 극한류 가라데의 창시자, 중년의 로망 타쿠마 사카자키 등장!

하지만 시리즈 초반 게임의 작품성에 있어서는 아랑전설보다 용호의 권이 더욱 많은 유저들에게 점수를 받았다. 아랑전설 대초의 게임인 아랑전설1은 지난 추억의 오락실게임에서도 소개를 해 드린 바 있듯이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게임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용호의 권은 초기작부터 비록 ‘스트리트 파이터의 아류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지언정 게임성과 스토리성, 그리고 캐릭터성 모두 훌륭했었다.

그런 아랑전설의 라이벌 게임인 용호의 권이 1992년 첫 번째 작품을 만들어 놓은 지 2년 만에 후속작인 2를 유저들에게 선보였다. 특히 2에서는 전작에서 많은 유저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던 미지의 인물에 대한 정체가 공개가 됨으로써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용호의 권2에서 가장 먼저 유저들의 시선을 끈 것은 전작 마지막 엔딩에서 비밀이 드러날 듯하다가 끝까지 등장하지 않았던 ‘미스터 카라테’에 대한 정체가 나타난다는 점이었다. 미스터 카라데의 정체는 바로 유리와 료의 아버지이자 로버트의 사부인 극한류의 창시자 타쿠마 사카자키로, 범죄조직이 극한류의 힘을 빌려주기를 강요하자 변장을 한 뒤 그 음모를 없애기 위해 활동을 했던 것이었다.

또한 후속작에 들어오면서 플레이어는 다른 캐릭터들의 선택을 할 수 잇게 변경되었다. 주인공인 료와 로버트만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으며, 신 캐릭터인 타쿠마와 유리를 포함해 보스인 미스터 빅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용호의 권 팬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다른 캐릭터들 역시 극한류 캐릭터처럼 용호난무와 같은 초필살기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색다른 재미를 주었음에는 물론이었다.

△ 유리의 초 필살기는 용호난무가 아니라 비연봉황각이다

여기에 유저들의 흥미를 더욱 이끌어 낸 것은 용호의 권이 가지고 있는 회화적인 스토리의 훌륭함이었다. 용호의 권2는 대전액션 게임으로써 재미를 충분히 살리면서도 전작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역시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일본 기판이나 북미 기판이 들어온 국내에서는 당시 그 스토리를 충분히 알아낼 수 없었지만 열혈 마니아들은 다른 미디어들을 통해 용호의 권2가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를 찾아볼 정도였다.

여기에 용호의 권만의 에피타이저, 즉 탈의신이 확대되었다는 사실은 격투 게임을 즐겨하는, 아니 당시 아케이드 게임장을 출입하는 거의 대부분의 남성 유저들을 흐뭇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용호의 권2를 명작으로 수놓는 점은 바로 아랑전설의 최종 보스인 기스 하워드의 젊은 시절이 숨겨진 보스로 등장한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캐릭터로든 원코인에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상태로 마지막 스테이지의 클리어를 해 낸다면 젊은 시절의 기스 하워드가 등장해 최종 보스로 그 동안 용호의 권의 보이지 않던 스토리의 실마리를 제공하게 된다. 그 동안의 음모는 모두 기스 하워드의 짓으로, 이후 아랑전설의 무대가 되는 사우스 타운의 설립에 대한 시작과 테리, 앤디 보가드의 아버지인 제프 보가드의 이름까지 언급하면서 유저들을 흥분시켰다.

숨겨진, 그리고 진정한 보스인 기스 하워드를 없애면 극한류 가라데의 힘을 빌리려다 료 등에게 패배를 한 기스 하워드는 탈출을 하면서 극한류 가라데에 대한 경계를 숨기지 않고 이후 일본 고무술을 익히게 되는 계기로 삼게 된다는 엔딩이 등장한다. 용호의 권2가 용호의 권의 실질적인 후속작이자 마지막 작품이지만(이후 정통 후속작은 등장하지 않는다), 아랑전설 시리즈로 스토리를 이어나가면서 유저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는 모습을 보였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물러날 때를 아는 것. 왠지 무도가다운 느낌의 명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젊은날의 기스 하워드. 일본 고무술을 배우기 전이라 트레이드마크인 레이징스톰은 없다


- 진 사무라이 스피릿츠(1994년. SNK제작)
1년 전 ‘별 기대 없이 만들었으나’의외의 대박을 친 SNK는 자신들이 또 하나의 인기 대전액션게임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리나케 후속작을 만들어 낸다. 전작 역시 훌륭한 게임이었지만 계속해서 즐기기에는 아무래도 어느 정도의 식상함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후속작을 빨리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었다.

그렇게 1년 후 등장한 ‘진 사무라이 스피릿츠~ 하오마루 지옥변’은 역대 사무라이 스피릿츠 시리즈 중 가장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은 칼부림 대전액션의 최고 명작이 되었다. 물론 이후 사무라이 스피릿츠의 4번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아마쿠사 강림, 이른바 패왕전설 역시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진 사무라이 스피릿츠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 만큼 완성도도 높았다. 물론, 그래픽의 발전과 특유의 ‘베는 맛’의 증대는 말해봤자 입이 아픈 일이었다.

△ 이후 ‘고스톱 귀신변태’로 불리는 겐쥬로의 등장!

여기서 한 가지 사실 하나. 사무라이 스피릿츠의 부제에는 유독 ‘패왕’이라는 이름이 많이 붙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무라이 스피릿츠의 영원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하오마루의 일본식 한자 표기명이 패왕환(覇王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을 그대로 읽고 해석을 한 북미판 기판이 국내에 많이 보급되어 국내 유저들 사이에서 그렇게 불려 온 것이었다.

진 사무라이 스피릿츠에서 가장 먼저 유저들의 눈길을 끈 것은 하오마루의 라이벌인 키바카미 겐쥬로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마치 미야모토 무사시(하오마루)와 사사키 코지로(겐쥬로)의 구도를 그리고 있는 듯한 라이벌 구도는 이후 사무라이 스피릿츠 시리즈를 수놓는 또 하나의 축이 된다. 사실 죽도록 하오마루를 쫓아다니면서 하오마루를 죽이는 것을 인생의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 겐쥬로를 보고 많은 유저들이 변태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했으며, 이것을 이용해서 일본 현지에서는 하오마루와 겐쥬로가 사랑을 나누는 내용의 동인지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 화려한 필살기 이펙트는 유저들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SNK가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진 사무라이 스피릿츠에 도입시킨 시스템 중 으뜸은 단연 무기파괴 필살기일 것이다. 전작에서도 있었던 각 캐릭터들의 초필살기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는데, 진 사무라이 스피릿츠에서는 이것을 한층 더 강화하여 분노 게이지가 MAX상태가 되었을 때에는 초 필살기가 무기파괴 초 필살기로 발동이 되는 것이었다.

이 필살기를 맞게 되면 상대는 많은 양의 대미지를 받게 됨은 물론 무기를 파괴당하고 NPC가 무기를 던져 주기 전까지는 맨손으로 싸워야 하는 불리함을 안게 된다. 이후 사무라이 스피릿츠 시리즈를 하는 유저들은 이것을 이용하여 자신이 알아서 무기를 버리는 도발적인 행동으로 상대 플레이어의 심리를 건드리는 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물론 상대방이 무기로 공격을 하게 되면 맨손이 된 플레이어는 그 공격 자체를 막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치명적인 일이었다.

진 사무라이 스피릿츠의 또 다른 재미는 스토리였다. 전작에서 아마쿠가사 마왕의 봉인 해제에 실패한 뒤 평화롭게 이어지던 나날, 하지만 또 다시 마왕을 세상에 내 놓으려는 미즈키라는 정체불명의 무녀와 그것을 막기 위해 떠나는 무사들의 모습을 배경으로 게임이 이루어져 있었다. 몇 가지 유저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빠뜨렸던 점을 언급해 보자면, 아마쿠사가 선한 마음을 되찾고 미즈키에게 조종당할 뻔한 하오마루와 쿄시로, 쥬베이를 지키려 한 스토리가 등장해 신선한 아마쿠사의 모습을 유저들에게 선사하기도 했다.

△ 하기는, 남자 폐병환자보다는 자연을 사랑하는 미소녀가 더 인기있을 법 하다

하지만 경천동지를 하게 만든 사실은 엄청난 남성 팬들을 보유하고 있던 나코루루가 대지와 자연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한다는 스토리, 즉 이 게임에서 죽게 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각혈을 시시때때로 하는 폐병환자 우쿄 역시 여기서 사망을 하게 되는데, 이에 격분한 팬들(정확히 말하자면 나코루루의 팬들)은 SNK에게 집단적으로 항의를 했고, SNK는 이후의 사무라이 스피릿츠를 진 사무라이 스피릿츠의 전 시대를 배경으로 만들어 나코루루를 계속 등장시켰으며 숨겨진 스토리라고 할 수 있는 ‘사무라이 스피릿츠~ 무사도열전’을 세가세턴으로 발매하며 나코루루가 다시 살아나는 스토리로 유저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 이른다. 즉, 진 사무라이 스피릿츠가 게임 시대상으로 보면 사무라이 스피릿츠의 가장 최후의 작품이며,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폐병환자 우쿄를 보고 ‘참 오래도 살아남는다’라고 생각했던 유저들은 우쿄는 이미 죽은 목숨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를 바란다(나코루루는 살아나는 스토리가 있지만, 우쿄는 가차 없이 사망한다).

이런 여러 가지 요소로 파문과 재미를 함께 선사한 진 사무라이 스피릿츠의 최종 보스는 당연히 봉인된 마왕을 풀어내려는 무녀 미즈키였는데, 지금 생각해 봐도 아찔할 만큼의 강함을 자랑하는 보스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즈키마저 이기게 되면 각 캐릭터별로 묘한 여운을 주는 엔딩을 선사해, 유저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그 여운만큼 여전히 유저들의 뇌리에는 명작으로 남아있는 진 사무라이 스피릿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