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1959년 4월 30일. 제가 애독하는 경향신문이 폐간 명령을 받은 날입니다.
이승만 자유당 정부 시절의 일이죠. 고정칼럼 '여적'에서 혁명을 운운했다는 죄목이었는데..
이승만은 강제로 그 입을 틀어막으려 했지만 혁명으로 향하는 역사의 수레바퀴까지 뒤집을 수는 없었죠.
바로 그 다음해 4.19 혁명이 일어났으니까요...

어제자 경향신문에 실린 <여적 필화사건> 관련 글입니다.
엠팍 시절 경향 1면 쇠고기 수입 반대 광고에 감사의 편지를 보내주었던 유신모 기자가 쓴 글입니다.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네요..

1959년 여적 필화 사건

“‘진정한 다수’라는 것이 선거로만 표시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가 진정 다수 결정에 무능력할 때는 결론으로는 또 한가지 폭력에 의한 진정 다수 결정이란 것이 있을 수 있는 것이요, 그것을 가리켜 혁명이라고 할 것이다.”

1959년 2월4일자 경향신문의 칼럼 ‘여적’에실린 일부분이다. 자유당 시절 한국의 정치 현실이 다수의 의사를 공정히 반영해야 하는 선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를 방치할 경우 진정한 다수의 의사가 혁명으로 표출될 수도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 글로 인해 경향신문은 4월 30일 이승만 정권으로부터 폐간 명령을 받았고 필자인 주요한과 사장 한창우는 사법처리됐다.

정부 당국이 경향신문을 폐간시키고 필자를 사법처리한 근거는 미군법령 88호를 위반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내란을 선동했다는 것이었다. 독립국가의 언론을 미군정 법령에 근거하여 없애버린 이 전대미문의 사건은 제1공화국 최대의 언론탄압으로 기록됐고 한국 언론사에서 지울 수 없는 수치로 남았다.

‘여적’은 ‘붓에 남아 있는 먹물’이란 사전적 의미처럼 우리나라 사회에서 일어난 각종 정치․사회․문화현상을 원고지 5장 내외의 짧은 행간을 통해 간결․명쾌하게 비평해왔다. 강한 주장을 펴지 않으면서도 예리한 시각을 견지해온 ‘여적’은 60년이 넘는 경향신문의 역사와 줄곧 함께해 온 유일한 고정 칼럼이다. 지금까지 ‘여적’을 집필해온 150여명의 필자 중에는 당대 최고의 논객들이 포함돼 있다.

이승만 정권은 권력의 힘으로 경향신문을 폐간시켰지만 ‘여적’이 지적한 ‘예언적 경고’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자유당 정권은 1년 뒤 4․19 혁명에 의해 붕괴됐고 경향신문은 그해 4월27일 복간됐다. 얼마전 창간호에 실린 주필 정지용의 제1호 여적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실린 글 가운데 219편을 뽑아 <여적>이란 제목으로 책이 나왔다.

‘여적 필화사건’이 발생한 지 꼭 반세기가 지난 올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구속됐다. 표현의 자유에 따른 의견 개진을 ‘허위사실을 유포해 국민들을 선동하는 행위’로 인식하는 독재권력의 망령이 21세기 민주국가 대한민국에서 같은 얼굴로 부활하고 있다.


.......................................................
따로 굵게 표시한 50년전 경향신문 폐간 명령의 이유..
많이 들어본 소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