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오락실게임 1980년대(3)
- 작성일
- 09-02-05 16:01
본인이 어렸을 적 2개의 테이프로 빌려 본 영화 중 하나이자 ‘어떻게 영화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들게 해 준 터미네이터2에서는 어린 존 코너가 훔친 돈으로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다가 T1000에게 쫓기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 미국에 가 본적도 없고 TV에서만 봤던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미국의 오락실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미국의 오락실은 대부분이 작은 부스 안으로 들어가서 전투기를 조종하는 것들이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이거나, 혹은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비슷한 게임들로 앉지 않고 서서 버튼몇 개만을 가지고 외계인들을 해치우는 단순한 게임들뿐이었다. 당시 횡스크롤 액션 게임들이나 슈팅 게임들이 많이 등장해 있었고 대전액션들 역시 많은 인기를 누렸던 국내 오락실과 견주어서 생각해 볼 때는 결코 화려한 광경이 아니었다. 어쨌든 지금도 그렇지만, ‘미국’하면 대단한 나라라고 생각되던 때가 아니던가.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비행청소년들의 온상’이라고 여겨지는 것이었다. 외국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우리나라 역시 오락실이라는 곳은 어둡고 퀴퀴한 곳이었으며 매케한 담배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게임을 하고 싶어서 가는 ‘온전한’사람들도 그런 친구들과 어울려서 좋지 않은 길로 빠지게 되는 일도 더러 있기도 했다.
그러던 게임이, 국가 산업으로까지 발전한 지금, 우리는 얼마나 멋진 시대에 태어나 살고 있는 것인가? 실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아닐 수 없다.
- 마계촌 시리즈(1986, 1988. CAPCOM제작)
현대 게임사에서도 찬란히 빛나고 있는 그 이름. 당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아케이드 게임의 왕자 캡콤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아케이드 신화, 마계촌(魔界村) 시리즈는 80년대 빠질 수 없는 오락실 게임 중 하나일 것이다. 마계촌 시리즈는 아케이드로 시작하여 그 인기세를 더해 콘솔 게임으로도 이식되었고, 현재에도 GBA와 PSP등 미니 게임기로 이식되는 등 다양한 리메이크작들이 나오고 있는 게임 중 하나이다.
△ 리메이크되어 나온 마계촌의 PSP판 이미지. 원래 이런 스타일은 아닌데……
마계촌이 처음으로 등장할 당시에는 그리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사실 국내 아케이드 게임장에서는 그렇게 많은 유저들이 찾는 게임은 아닌 편이었다. 이유는 그 유명한 마계촌의 난이도 때문이었다. ‘100원짜리 하나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오락실에서 때울 수 잇는가?’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던 그 나이때의 어린이들에게는 결코 접근하기 쉬운 게임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계촌의 아슬아슬한 재미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푼돈 모으기에 잔뼈가 굵은 ‘오락실 아저씨’들의 기막힌 아이디어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타이머 기판’을 마계촌에 도입을 한 것이었다. 코인을 넣고 게임을 시작한 뒤 지정된 시간 내, 즉 ‘삐- 삐-’소리가 나기 전까지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이 방식은 마계촌을 즐길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대안이 되었다. 물론, 나중에는 재야의 고수들이 정상적인 기판이 탑재되어 있는 마계촌을 원코인 클리어 해 버렸지만 말이다.
마계촌은 상당히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한 게임이다. 악마에게 납치되는 공주님, 그리고 백마 탄 왕자님이 악마에게 납치된 공주님을 되찾아 온다는 것이 이 게임의 줄거리이자 기본적인 발상이다. 즉 누구나 아주 어렸을 적부터 들어왔던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 진 게임이라는 것이다.
△ 아니, 왜 공주와의 만남을 무덤에서, 그것도 빤쓰(?)만 걸친 상태로?
마계촌의 주인공이자 공주님을 구하는 기사인 ‘아서(아더왕의 패러디)’는 허름한 갑옷을 입고 게임 내에서 기본 무기인 창을 열심히 적들에게 던지며 공주닝믈 구하기 위한 전진을 시작한다. 코믹에 대한 설정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아서는 창이나 검을 ‘들고’적들을 멋지게 베면서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창을 ‘던진다’. 게다가 다양한 적들의 공격을 점프하면서 피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백마 탄 기사하고는 거리가 너무나 먼 모습이다. 게다가 적에게 한 번의 공격이라도 받으면 입고 있는 허름한 회색 갑옷이 훌러덩 벗겨지고 팬티만을 입은 그 ‘유명한’모습만이 등장한다. 비록 도끼나 단검과 같은 무기로 교체를 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마왕의 성에 갖혀 있는 공주님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 길이 편할 리 없는 것이다.
캐릭터의 상대적인 나약함과 스테이지 자체의 난코스가 얽혀 엄청난 난이도를 형성하고 있는 마계촌이지만, 그 특유의 아슬아슬함이 가져다주는 재미는 많은 유저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으며, 당시 나온 게임 치고는 단순하지만 깔끔한 조작감, 그리고 시스템은 명작 아케이드 게임을 연거푸 터뜨리고 있던 캡콤 다웠다는 생각이 든 게임이었다.
마계촌이 주목을 받으면서 속속들이 드러난 정보 중 유저들을 더욱 경악케 했던 것은 바로 ‘2회 클리어’시스템이었다(시스템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지만). 많은 유저들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 이 시스템은 1회 클리어로는 공주를 구출해 내는 엔딩을 볼 수 없고, 다시 스테이지 1에서 시작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많은 유저들이 이 게임의 지옥의 난이도를 극복하고 클리어를 하여 드디어 아리따운 공주를 구출해 내는 감동적인 엔딩을 기대하고 있을 때, 아서는 다시 스테이지 1로 돌아가 더욱 더 강화된 몬스터들을 맞닥뜨려야 하는 운명에 처해지는 것이다. 사실 이 정도까지 오면 ‘인간이 할 만한 게임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1코인으로 이 2번의 스테이지를 모두 클리어 해 내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니,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 창을 던져라! 그러면 좀비들도 쓰러질지니……
86년의 마계촌이 극악의 난이도와 코믹한 아서의 모습, 그리고 그 괴기스러운 게임 분위기를 만 천하에 떨치고 2년이 흐른 뒤, 캡콤은 여전히 훌륭한 자사의 아케이드 게임들 속에서 마계촌의 후속작, 대마계촌(大魔界村)을 88년 선보인다.
마계촌에서 3년 뒤를 그린 대마계촌은 3년 전 아서에게 봉인당한 마족들이 다시 부활하여 프링프링 공주를 다시 잡아가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다시 여행을 떠나는 모험을 그렸다. 배경 설정부터 코믹한 느낌을 주는 것이, 아서는 공주를 구하고 난 뒤에 별다른 이유 없이 백마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공주와 하트를 뿌리던 모습은 어디로?). 하지만 다시 납치된 공주를 구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애당초 왜 길을 떠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마계촌과 별다를 바 없는 설정이다.
그러나 대마계촌은 마계촌의, 어찌 보면 단순한 조작과 시스템을 일신하고 있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누추한 모습으로 시작하는 아서이지만, 아이템 상자에서 획득하게 되는 황금 갑옷은 외모뿐만 아니라 특수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기능까지 부여한다. 이 특수기는 아서가 가지고 있는 무기, 즉 창이나 단검, 도끼에 따라서 발동되는 그 효과가 다르다. 전작에서 무기에 대한 개념이 굉장히 희박했던 것을 감안해 본다면 획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한 번 맞고 갑옷이 벗겨지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 하트를 마구 뿌리다가 갑자기 떠난다. 공주의 성도 괴기스럽기 짝이 없다
이와 함께 좌우밖에 공격하지 못했던 아서가 아래와 위까지 모두 공격할 수 있게 바뀌어서 더욱 플레이어들을 뿌듯하게 하는 등, 대마계촌에서는 전작에 비해 여러 곳에서 플레이 유연의 묘가 발휘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마계촌은 전작에 비해 어려우면 어려웠지 전혀 쉬운 게임이 아니었다. 전작보다 업그레이드 된 몬스터와 지형지물들의 붕괴나 변형 등으로 플레이어들이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다양한 변수들이 역시 추가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가된 아서의 기능들과 함께 어우려져 또한번 극악의 난이도를 돌파하는 유저들이 생겨남으로써 ‘밸런스 붕괴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검증해 냈지만.
대마계촌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린 2회 클리어의 조건은 여전히 붙어 있었다. 이번에는 꽤 괜찮은 스토리적 설정이 붙어 있는데, 마지막 보스인 벨제붑을 쓰러뜨리면 공주의 영상이 나타나 진짜 마왕인 루시퍼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전투의 여신이 주는 마법의 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그 마법의 힘을 얻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그것은 바로 황금값옷을 착용한 채 아이템 상자를 여는 것이다.
이렇게 다시 첫 번째 스테이지로 돌아가 황금값옷을 입은 채 아이템 상자를 열게 되면 전투의 여신이 주는 마법의 힘을 받을 수 있는데, 캡콤의 2회 클리어 시스템에 대한 대단한 집념이 느껴지는 부분은 바로 처음 플레이 할 때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황금갑옷을 입은 채 해당 아이템 상자를 연다고 해도 전투의 여신을 만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두 번째 플레이 때 루시퍼를 쓰러뜨리면 차기작을 암시하는 듯한 엔딩을 감상할 수 있다.
이상하게도 다음 마계촌을 암시하는 듯한 엔딩을 대마계촌은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캡콤은 마계촌의 정식 후속작을 내지 않고 있다. PS2로 와서 맥시모나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PSP의 극마계촌 등을 선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류작일 뿐 후속작은 아니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 속에 ‘어려운 게임’, ‘범접하지 못했던 게임’으로 남아 있는 명작 마계촌. 그 코믹한 설정과 모습, 그리고 괴기스러움을 다시 갖춘 후속작이 나오길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 파워 업 황금갑옷, 아서! 덤벼라 괴물들아!!
- 골든액스(1989년. 세가 제작)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 성행했던 우리네 동네 오락실의 오락기기들은 제각기 다른 이름들을 가지고 있었다. 영어로 쓰여지지 않은 이름들은 오락실 주인 아저씨들의 독창적인 작명 센스에 맡겨져 비치되어야만 했다. 덕분에 스트라이더 비룡은 닌자맨 같은 이름으로 동네 꼬마들 사이에서 불리고 있었으며, 대부분의 슈팅 게임들은 대부분 ‘비행기 게임’정도로 불리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동네에 어딜 가든, 이 게임만은 하나의 이름만을 줄곧 유지하고 있었다. 너무나 해석하기 쉬운, 간단한 영어로 써져 있는 이름이기 때문이었다. 전국팔도 어딜가든 붙어 있는 액션 게임 ‘황금도끼’, 골든엑스가 바로 그것이다.
△ 지금도 눈에 아련히 떠오르는 캐릭터 셀렉트 장면
골든엑스는 당시 기괴한 캐릭터들의 모습과 캐릭터 셀렉트 화면에서부터 등장하는 해골의 모습, 그리고 호리병으로 사용하는 필살기와 탈것 등의 재미가 결합된, 당시 횡스크롤 액션 게임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는 시대를 풍미했던 게임이기도 했으며, 후속작까지도 많은 인기를 누린, 전설의 게임이기도 했다.
이 게임의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바바리안, 아마조네스, 드워프로 나눠져 있는 캐릭터들의 개성에 따른 호리병 공격을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골든엑스에서는 파란색 호리병, 설정 상으로는 마법의 힘이 깃든 마법의 호리병이 등장하는데, 이 호리병들을 잘 모아두었다가 한 번에 사용하면 한 화면에 등장하는 적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이른바 ‘필살기’가 등장한다.
골든엑스가 유저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것은 이런 판타지적인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아케이드 게임들의 중심은 거의 공격 버튼과 또 다른 공격 버튼, 아니면 점프 버튼을 혼합하여 발동되는 전방위 필살기 공격이나 폭탄 정도가 필살기였는데, 골든엑스에서는 이런 마법의 힘이라는 판타지적인 설정상의 마법을 게임 상에 새겨두어 관심을 받게 했다. 특히 캐릭터 레벨이 올랐을 때와 호리병의 양으로 달라지는 마법의 그래픽 이펙트는 ‘그것을 위해 골든엑스를 한다’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 화려한 아마조네스의 고레벨 호리병 마법!!
또 다른 강점으로는 바로 적들의 탈 것을 빼앗아서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적들은 정체 불명의 조류(……이건 지금 봐도 도저히 무슨 생물인지 알 수 없다)나 자그마한 드래곤 등을 타고 나오는데, 같은 종류라고 해도 탈것들의 기능이 모두 달라서 어떤 조작법으로 어떻게 사용을 하느냐에 따라 유저의 플레이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물론 두 번 탈 것에서 떨어지면 축생(?)이 그대로 달아나 버리지만. 지금도 브레스를 내뿜는 고성능 드래곤 덕분에 함께 플레이하던 친구와 싸우던 기억이 선명하다.
골든엑스는 사실 국내보다는 북미쪽에서 더욱 많은 인기를 얻었다. 캐릭터들의 생김새나 설정 자체가 유럽과 북미 성향에 딱 맞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북미에서도 그 매력을 충분히 발산한 골든엑스는 이후 90년대 초반에도 그 후속작으로 많은 유저들의 주머니(?)를 강탈했다.
- 더블드래곤 시리즈(1987, 1988년. TECHNOS JAPAN제작)
지금의 40대 초반, 30대 후반의 남성들은 그 예전 엄지손가락으로 코를 치면서 ‘와도오’를 외치는 노란색 츄리닝의 중국 권법가를 잊지 못한다. 이소룡의 이단 옆차기와 절권도의 화려함에 시 시대의 학생들은 모두 한 두 번씩 쌍절곤을 휘둘러 봤을 것이며 용쟁호투를 보고 따라해 봤을 것이다.
△ 이름하여, 깡패형제!!
그러나 30대 초반, 지금의 20대 중후반 게임 유저들은 한 게임을 보고 이단옆차기를 따라하고, 채찍을 휘두르는 극악무도한 형제들을 따라했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여행을 떠났지만 극악무도한 행위가 점철된 형제들이 등장하는 게임, 80년대 후반과 90년 많은 청소년들을 폭력적인 행위로 이끈 더블 드래곤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더블 드래곤 시리즈는 87년과 88년 연속으로 TECHNOS JAPAN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게임 제작사가 만든 더블 드래곤은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한 번쯤 이름을 들어 봤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으며(우리동네 오락실에서는 ‘쌍룡형제’라는 제목으로 나왔었다), 현재에 이르러서도 GBA로 이식되는 등 그 인기세를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TECHNOS JAPAN이라는 회사는 더블 드래곤으로 일거에 회사의 이름을 널리 떨쳤지만, 이후 별다른 작품을 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다.
더블 드래곤은 형제가 사랑하는 여인인 마리안을 납치해 간 폭력단 두목 윌리에게 복수를 하고 마리안을 되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단순무식하고 간단한 성격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게임은 여느 게임처럼 배경 스토리가 너무나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기본적인 복선만 깔려 있을 뿐, 왜 윌리가 마리안을 납치해 갔는지에 대해서(처음에는 윌리가 납치해 간 것도 안 보인다) 일언반구도 없다. 단순히 ‘아름다운 마리안을 납치해 갔다’라는 유저들의 추측만 있을 뿐이다.
△ 받아라, 이단옆차기!!
게임을 시작함과 동시에 차고 안에서 등장하는 형제들은 지포라이터를 양 손에 쥐고 윌리의 부하들을 마구 때려잡는 플레이를 일삼는다. 더블 드래곤의 매력은 바로 이것, 상당히 과감하고 다분히 폭력적인 모션으로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던 많은 청소년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원투펀치와 발차기 등 기본적인 횡스크롤 액션 게임의 액션은 기본, 상대방을 잡고 무릎으로 얼굴을 가격하는, K-1에서나 목격할 법한 무릎찍기도 등장한다.
어디 이뿐이랴, 양 손에 쥔 지포라이터가 모자라 적들이 들고 나오는 각목이나 쇠파이프를 빼앗아 휘두르는 모습은 분노에 가득 찬 형제들의 모습을 표현해 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채찍의 사용은 ‘대체 저 형제들이 무슨 직업을 가졌기에?’하는 질문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특유의 기합소리와 함꼐 내지르는 팔꿈치 찍기도 더블 드래곤의 명물이다.
더블 드래곤의 특이함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이 게임에는 회복 아이템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도 유저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였는데, 회복 아이템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형제들이 게임에서 그렇게 약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만약 더블 드래곤에 회복 아이템이 등장했었다면, 밸런스 붕괴로 유저들의 인기를 차지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충격적인 마지막 스테이지에서는 목숨을 구명하기 위해 돈을 들여 구입해 온 기관총을 들고 형제들에게 저항하는 윌리와 전투를 펼치게 되는데, 이 윌리를 쓰러뜨리게 되면 더블 드래곤이라는 게임이 왜 잔인한 게임인가를 보여 주는 엔딩이 등장한다. 바로 여행의 목적이었던 ‘그녀’, 마리안을 두고 형제들이 싸움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두 형제들 싸움의 승자에게 마리안은 달려가 그의 품에 안기고, 사랑의 키스를 해 준다. 그야말로 엽기적인 결말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 왜 그녀를 구해야 하는지 따위는 모른다. 다만 마지막 엔딩의 한 부분에 집중되었을 뿐!
더블 드래곤의 성공에 크게 고무된 TECHNOS JAPAN은 1년이 지난 88년, 성급하게도 더블드래곤2~ THE REVENGE를 선보인다. 사실 2라는 이름과 부제가 붙어 있긴 했지만, 짧은 개발 기간을 거쳐 만들어 낸 이 게임은 전작에 비해 그렇게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어서 유저들을 실망케 했던 게임이기도 했다.
더블 드래곤2는 기본적인 베이스가 전작과 같았고, 부제의 의미처럼 전작에서 거의 궤멸 상태를 내 버렸던 두 형제들에게 앙심을 품은 윌리가 그들의 히로인인 마리안을 죽이고, 그 복수를 위해 형제들이 윌리의 조직을 없애 버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더블 드래곤의 후속작인 이 2번째 작품은 난이도가 올라가고 주인공들에게 용미람풍각(龍尾濫風脚)이라는, 용권선풍각과 비슷한 특수기가 추가되고 전작에 수도 없이 등장했던 다양한 적들의 무기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부분만 빼면 전작에 비해 발전도가 현저히 적었던 게임이었다. 공격 판정 자체가 상당히 애매했기 때문에 유저들의 원성을 샀으며, 등장 시기가 거의 비슷했기 때문에 유저들은 2보다는 더블 드래곤1을 더 많이 즐겼었다.
△ 도플갱어와의 싸움, 어떻게 복사판이 원판보다 더 강한건지?
마지막으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 더블 드래곤2에서는 형제의 싸움을 유도한 매력녀 마리안의 죽음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형제들간의 최종전은 벌어지지 않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억측은 금물. 최종 보스인 윌리를 격파하면 형제들의 도플갱어가 등장하여 플레이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다양한 기술들을 써대며 형제들을 공격한다. 즉, 어떤 식이든 더블 드래곤 주인공들과의 싸움은 이루어지게 된 셈이다.
- 에어리어88(1989년. CAPCOM제작)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스튜디오 피에로(닌자전사 토비카게, 나루토, 최유기, 여기는 그린우드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는 1985년 기념비적인 애니메이션 OVA 4부작을 제작하여 발표한다. 남자들의 로망 중 하나인 전투기, 그리고 그 전투기를 모는 거친 파일럿들의 멋진 우정을 그린 애니메이션이었다.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전설의 명작, 2004년에 수많은 팬들의 리메이크 요청을 받고 제작되었던 애니메이션, 에어리어88이었다.
△ 그 옛날 수많은 여성 팬들의 심금을 울렸던 주인공 카자마 신의 2004년 리뉴얼 버전(TV판, 그야말로 캐간지!). 이 작품을 끝으로 철권 토너먼트에 풍신권을 날리며 데뷔했다는 소문이……(응?)
그리고 그 엄청난 인기세를 등에 업고 아케이드 게임 제작의 최강자라고 할 수 있는 캡콤이 에어리어88의 캐릭터들과 전투기들을 이용하여 횡스크롤 액션 슈팅 게임을 만들어 냈다. 1989년 슈팅게임 에어리어88은 그렇게 탄생했다(애니메이션은 1989년 현충일에 ‘지옥의 외인부대’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도 방영된 바 있다).
캡콤이 만든 이 게임은 당시 주류를 이루고 있던 종스크롤 슈팅 게임이 아니라 횡스크롤 방식을 채택해 눈길을 끌었는데, 단순히 에어리어88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횡스크롤 슈팅이라는 점이 이 게임의 인기를 얻게 한 요인은 아니었다.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둔 게임이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이상적인 것, 즉 전설로 남을 만한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게임 안에 녹여 놓았기 때문에 캡콤의 에어리어88이 명작으로 남아 있을 수 있던 것이었다.
△ 레벨이 오르는 재미는 상당했다
주인공이자 꽃미남, 에어리어88을 여성들에게까지 인기 있게 한 장본인인 카자마 신을 비롯해 3명의 주요 캐릭터와 그들의 애기를 충실히 재현해 냈다. 인기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선택하여 그들이 타고 다니는 전투기를 조종하여 적들을 물리치는 느낌을 게임에서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또한 에어리어88에는 레벨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흔히 슈팅 게임들은 대부분 일정한 적을 없애면 그 적이 뱉어(?)내는 일종의 아이템을 획득하여 점점 더 강해지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에어리어88에서는 적들을 죽이면 죽일수록 경험치를 얻어서 그것을 기반으로 무기의 연사속도와 위력을 상승시키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떻게 보면 소울 디바이드와 비슷한 느낌의 슈팅 게임이랄까.
△ 에어리어88의 또 다른 재미, 무기고!
거기에 무기고의 도입은 슈팅 게임의 신선한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에어리어88에서는 기존 선택했던 기체의 무기를 게임이 끝날 때 까지 변경할 수 없었던 기존의 슈팅 게임들과는 달리(물론 그라디우스나 파라디우스, 트윈비는 무기의 교체가 가능했지만) 에어리어88은 적기를 죽이면 죽일 수록 얻을 수 있는 군자금(?)으로 스테이지 클리어 뒤에 준비되어 있는 무기고에서 다양한 무기의 선택이나 옵션의 구입이 가능했다.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을 국내에서 보기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에어리어88은 90년 중반이 되어서 국내에 더욱 널리 알려진 케이스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론일 것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한 사람들도 국내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에어리어88로 인해 그 이름은 충분히 국내 유저들에게도 각인되었었다.
미국의 오락실은 대부분이 작은 부스 안으로 들어가서 전투기를 조종하는 것들이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이거나, 혹은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비슷한 게임들로 앉지 않고 서서 버튼몇 개만을 가지고 외계인들을 해치우는 단순한 게임들뿐이었다. 당시 횡스크롤 액션 게임들이나 슈팅 게임들이 많이 등장해 있었고 대전액션들 역시 많은 인기를 누렸던 국내 오락실과 견주어서 생각해 볼 때는 결코 화려한 광경이 아니었다. 어쨌든 지금도 그렇지만, ‘미국’하면 대단한 나라라고 생각되던 때가 아니던가.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비행청소년들의 온상’이라고 여겨지는 것이었다. 외국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우리나라 역시 오락실이라는 곳은 어둡고 퀴퀴한 곳이었으며 매케한 담배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게임을 하고 싶어서 가는 ‘온전한’사람들도 그런 친구들과 어울려서 좋지 않은 길로 빠지게 되는 일도 더러 있기도 했다.
그러던 게임이, 국가 산업으로까지 발전한 지금, 우리는 얼마나 멋진 시대에 태어나 살고 있는 것인가? 실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아닐 수 없다.
- 마계촌 시리즈(1986, 1988. CAPCOM제작)
현대 게임사에서도 찬란히 빛나고 있는 그 이름. 당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아케이드 게임의 왕자 캡콤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아케이드 신화, 마계촌(魔界村) 시리즈는 80년대 빠질 수 없는 오락실 게임 중 하나일 것이다. 마계촌 시리즈는 아케이드로 시작하여 그 인기세를 더해 콘솔 게임으로도 이식되었고, 현재에도 GBA와 PSP등 미니 게임기로 이식되는 등 다양한 리메이크작들이 나오고 있는 게임 중 하나이다.
△ 리메이크되어 나온 마계촌의 PSP판 이미지. 원래 이런 스타일은 아닌데……
마계촌이 처음으로 등장할 당시에는 그리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사실 국내 아케이드 게임장에서는 그렇게 많은 유저들이 찾는 게임은 아닌 편이었다. 이유는 그 유명한 마계촌의 난이도 때문이었다. ‘100원짜리 하나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오락실에서 때울 수 잇는가?’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던 그 나이때의 어린이들에게는 결코 접근하기 쉬운 게임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계촌의 아슬아슬한 재미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푼돈 모으기에 잔뼈가 굵은 ‘오락실 아저씨’들의 기막힌 아이디어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타이머 기판’을 마계촌에 도입을 한 것이었다. 코인을 넣고 게임을 시작한 뒤 지정된 시간 내, 즉 ‘삐- 삐-’소리가 나기 전까지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이 방식은 마계촌을 즐길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대안이 되었다. 물론, 나중에는 재야의 고수들이 정상적인 기판이 탑재되어 있는 마계촌을 원코인 클리어 해 버렸지만 말이다.
마계촌은 상당히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한 게임이다. 악마에게 납치되는 공주님, 그리고 백마 탄 왕자님이 악마에게 납치된 공주님을 되찾아 온다는 것이 이 게임의 줄거리이자 기본적인 발상이다. 즉 누구나 아주 어렸을 적부터 들어왔던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 진 게임이라는 것이다.
△ 아니, 왜 공주와의 만남을 무덤에서, 그것도 빤쓰(?)만 걸친 상태로?
마계촌의 주인공이자 공주님을 구하는 기사인 ‘아서(아더왕의 패러디)’는 허름한 갑옷을 입고 게임 내에서 기본 무기인 창을 열심히 적들에게 던지며 공주닝믈 구하기 위한 전진을 시작한다. 코믹에 대한 설정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아서는 창이나 검을 ‘들고’적들을 멋지게 베면서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창을 ‘던진다’. 게다가 다양한 적들의 공격을 점프하면서 피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백마 탄 기사하고는 거리가 너무나 먼 모습이다. 게다가 적에게 한 번의 공격이라도 받으면 입고 있는 허름한 회색 갑옷이 훌러덩 벗겨지고 팬티만을 입은 그 ‘유명한’모습만이 등장한다. 비록 도끼나 단검과 같은 무기로 교체를 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마왕의 성에 갖혀 있는 공주님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 길이 편할 리 없는 것이다.
캐릭터의 상대적인 나약함과 스테이지 자체의 난코스가 얽혀 엄청난 난이도를 형성하고 있는 마계촌이지만, 그 특유의 아슬아슬함이 가져다주는 재미는 많은 유저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으며, 당시 나온 게임 치고는 단순하지만 깔끔한 조작감, 그리고 시스템은 명작 아케이드 게임을 연거푸 터뜨리고 있던 캡콤 다웠다는 생각이 든 게임이었다.
마계촌이 주목을 받으면서 속속들이 드러난 정보 중 유저들을 더욱 경악케 했던 것은 바로 ‘2회 클리어’시스템이었다(시스템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지만). 많은 유저들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 이 시스템은 1회 클리어로는 공주를 구출해 내는 엔딩을 볼 수 없고, 다시 스테이지 1에서 시작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많은 유저들이 이 게임의 지옥의 난이도를 극복하고 클리어를 하여 드디어 아리따운 공주를 구출해 내는 감동적인 엔딩을 기대하고 있을 때, 아서는 다시 스테이지 1로 돌아가 더욱 더 강화된 몬스터들을 맞닥뜨려야 하는 운명에 처해지는 것이다. 사실 이 정도까지 오면 ‘인간이 할 만한 게임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1코인으로 이 2번의 스테이지를 모두 클리어 해 내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니,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 창을 던져라! 그러면 좀비들도 쓰러질지니……
86년의 마계촌이 극악의 난이도와 코믹한 아서의 모습, 그리고 그 괴기스러운 게임 분위기를 만 천하에 떨치고 2년이 흐른 뒤, 캡콤은 여전히 훌륭한 자사의 아케이드 게임들 속에서 마계촌의 후속작, 대마계촌(大魔界村)을 88년 선보인다.
마계촌에서 3년 뒤를 그린 대마계촌은 3년 전 아서에게 봉인당한 마족들이 다시 부활하여 프링프링 공주를 다시 잡아가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다시 여행을 떠나는 모험을 그렸다. 배경 설정부터 코믹한 느낌을 주는 것이, 아서는 공주를 구하고 난 뒤에 별다른 이유 없이 백마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공주와 하트를 뿌리던 모습은 어디로?). 하지만 다시 납치된 공주를 구하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다. 애당초 왜 길을 떠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마계촌과 별다를 바 없는 설정이다.
그러나 대마계촌은 마계촌의, 어찌 보면 단순한 조작과 시스템을 일신하고 있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누추한 모습으로 시작하는 아서이지만, 아이템 상자에서 획득하게 되는 황금 갑옷은 외모뿐만 아니라 특수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기능까지 부여한다. 이 특수기는 아서가 가지고 있는 무기, 즉 창이나 단검, 도끼에 따라서 발동되는 그 효과가 다르다. 전작에서 무기에 대한 개념이 굉장히 희박했던 것을 감안해 본다면 획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한 번 맞고 갑옷이 벗겨지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 하트를 마구 뿌리다가 갑자기 떠난다. 공주의 성도 괴기스럽기 짝이 없다
이와 함께 좌우밖에 공격하지 못했던 아서가 아래와 위까지 모두 공격할 수 있게 바뀌어서 더욱 플레이어들을 뿌듯하게 하는 등, 대마계촌에서는 전작에 비해 여러 곳에서 플레이 유연의 묘가 발휘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마계촌은 전작에 비해 어려우면 어려웠지 전혀 쉬운 게임이 아니었다. 전작보다 업그레이드 된 몬스터와 지형지물들의 붕괴나 변형 등으로 플레이어들이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다양한 변수들이 역시 추가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가된 아서의 기능들과 함께 어우려져 또한번 극악의 난이도를 돌파하는 유저들이 생겨남으로써 ‘밸런스 붕괴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검증해 냈지만.
대마계촌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린 2회 클리어의 조건은 여전히 붙어 있었다. 이번에는 꽤 괜찮은 스토리적 설정이 붙어 있는데, 마지막 보스인 벨제붑을 쓰러뜨리면 공주의 영상이 나타나 진짜 마왕인 루시퍼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전투의 여신이 주는 마법의 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그 마법의 힘을 얻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그것은 바로 황금값옷을 착용한 채 아이템 상자를 여는 것이다.
이렇게 다시 첫 번째 스테이지로 돌아가 황금값옷을 입은 채 아이템 상자를 열게 되면 전투의 여신이 주는 마법의 힘을 받을 수 있는데, 캡콤의 2회 클리어 시스템에 대한 대단한 집념이 느껴지는 부분은 바로 처음 플레이 할 때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황금갑옷을 입은 채 해당 아이템 상자를 연다고 해도 전투의 여신을 만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두 번째 플레이 때 루시퍼를 쓰러뜨리면 차기작을 암시하는 듯한 엔딩을 감상할 수 있다.
이상하게도 다음 마계촌을 암시하는 듯한 엔딩을 대마계촌은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캡콤은 마계촌의 정식 후속작을 내지 않고 있다. PS2로 와서 맥시모나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PSP의 극마계촌 등을 선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류작일 뿐 후속작은 아니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 속에 ‘어려운 게임’, ‘범접하지 못했던 게임’으로 남아 있는 명작 마계촌. 그 코믹한 설정과 모습, 그리고 괴기스러움을 다시 갖춘 후속작이 나오길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 파워 업 황금갑옷, 아서! 덤벼라 괴물들아!!
- 골든액스(1989년. 세가 제작)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 성행했던 우리네 동네 오락실의 오락기기들은 제각기 다른 이름들을 가지고 있었다. 영어로 쓰여지지 않은 이름들은 오락실 주인 아저씨들의 독창적인 작명 센스에 맡겨져 비치되어야만 했다. 덕분에 스트라이더 비룡은 닌자맨 같은 이름으로 동네 꼬마들 사이에서 불리고 있었으며, 대부분의 슈팅 게임들은 대부분 ‘비행기 게임’정도로 불리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동네에 어딜 가든, 이 게임만은 하나의 이름만을 줄곧 유지하고 있었다. 너무나 해석하기 쉬운, 간단한 영어로 써져 있는 이름이기 때문이었다. 전국팔도 어딜가든 붙어 있는 액션 게임 ‘황금도끼’, 골든엑스가 바로 그것이다.
△ 지금도 눈에 아련히 떠오르는 캐릭터 셀렉트 장면
골든엑스는 당시 기괴한 캐릭터들의 모습과 캐릭터 셀렉트 화면에서부터 등장하는 해골의 모습, 그리고 호리병으로 사용하는 필살기와 탈것 등의 재미가 결합된, 당시 횡스크롤 액션 게임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는 시대를 풍미했던 게임이기도 했으며, 후속작까지도 많은 인기를 누린, 전설의 게임이기도 했다.
이 게임의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바바리안, 아마조네스, 드워프로 나눠져 있는 캐릭터들의 개성에 따른 호리병 공격을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골든엑스에서는 파란색 호리병, 설정 상으로는 마법의 힘이 깃든 마법의 호리병이 등장하는데, 이 호리병들을 잘 모아두었다가 한 번에 사용하면 한 화면에 등장하는 적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이른바 ‘필살기’가 등장한다.
골든엑스가 유저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것은 이런 판타지적인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아케이드 게임들의 중심은 거의 공격 버튼과 또 다른 공격 버튼, 아니면 점프 버튼을 혼합하여 발동되는 전방위 필살기 공격이나 폭탄 정도가 필살기였는데, 골든엑스에서는 이런 마법의 힘이라는 판타지적인 설정상의 마법을 게임 상에 새겨두어 관심을 받게 했다. 특히 캐릭터 레벨이 올랐을 때와 호리병의 양으로 달라지는 마법의 그래픽 이펙트는 ‘그것을 위해 골든엑스를 한다’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 화려한 아마조네스의 고레벨 호리병 마법!!
또 다른 강점으로는 바로 적들의 탈 것을 빼앗아서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적들은 정체 불명의 조류(……이건 지금 봐도 도저히 무슨 생물인지 알 수 없다)나 자그마한 드래곤 등을 타고 나오는데, 같은 종류라고 해도 탈것들의 기능이 모두 달라서 어떤 조작법으로 어떻게 사용을 하느냐에 따라 유저의 플레이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물론 두 번 탈 것에서 떨어지면 축생(?)이 그대로 달아나 버리지만. 지금도 브레스를 내뿜는 고성능 드래곤 덕분에 함께 플레이하던 친구와 싸우던 기억이 선명하다.
골든엑스는 사실 국내보다는 북미쪽에서 더욱 많은 인기를 얻었다. 캐릭터들의 생김새나 설정 자체가 유럽과 북미 성향에 딱 맞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북미에서도 그 매력을 충분히 발산한 골든엑스는 이후 90년대 초반에도 그 후속작으로 많은 유저들의 주머니(?)를 강탈했다.
- 더블드래곤 시리즈(1987, 1988년. TECHNOS JAPAN제작)
지금의 40대 초반, 30대 후반의 남성들은 그 예전 엄지손가락으로 코를 치면서 ‘와도오’를 외치는 노란색 츄리닝의 중국 권법가를 잊지 못한다. 이소룡의 이단 옆차기와 절권도의 화려함에 시 시대의 학생들은 모두 한 두 번씩 쌍절곤을 휘둘러 봤을 것이며 용쟁호투를 보고 따라해 봤을 것이다.
△ 이름하여, 깡패형제!!
그러나 30대 초반, 지금의 20대 중후반 게임 유저들은 한 게임을 보고 이단옆차기를 따라하고, 채찍을 휘두르는 극악무도한 형제들을 따라했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여행을 떠났지만 극악무도한 행위가 점철된 형제들이 등장하는 게임, 80년대 후반과 90년 많은 청소년들을 폭력적인 행위로 이끈 더블 드래곤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더블 드래곤 시리즈는 87년과 88년 연속으로 TECHNOS JAPAN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게임 제작사가 만든 더블 드래곤은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한 번쯤 이름을 들어 봤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으며(우리동네 오락실에서는 ‘쌍룡형제’라는 제목으로 나왔었다), 현재에 이르러서도 GBA로 이식되는 등 그 인기세를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TECHNOS JAPAN이라는 회사는 더블 드래곤으로 일거에 회사의 이름을 널리 떨쳤지만, 이후 별다른 작품을 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다.
더블 드래곤은 형제가 사랑하는 여인인 마리안을 납치해 간 폭력단 두목 윌리에게 복수를 하고 마리안을 되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단순무식하고 간단한 성격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게임은 여느 게임처럼 배경 스토리가 너무나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기본적인 복선만 깔려 있을 뿐, 왜 윌리가 마리안을 납치해 갔는지에 대해서(처음에는 윌리가 납치해 간 것도 안 보인다) 일언반구도 없다. 단순히 ‘아름다운 마리안을 납치해 갔다’라는 유저들의 추측만 있을 뿐이다.
△ 받아라, 이단옆차기!!
게임을 시작함과 동시에 차고 안에서 등장하는 형제들은 지포라이터를 양 손에 쥐고 윌리의 부하들을 마구 때려잡는 플레이를 일삼는다. 더블 드래곤의 매력은 바로 이것, 상당히 과감하고 다분히 폭력적인 모션으로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던 많은 청소년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원투펀치와 발차기 등 기본적인 횡스크롤 액션 게임의 액션은 기본, 상대방을 잡고 무릎으로 얼굴을 가격하는, K-1에서나 목격할 법한 무릎찍기도 등장한다.
어디 이뿐이랴, 양 손에 쥔 지포라이터가 모자라 적들이 들고 나오는 각목이나 쇠파이프를 빼앗아 휘두르는 모습은 분노에 가득 찬 형제들의 모습을 표현해 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채찍의 사용은 ‘대체 저 형제들이 무슨 직업을 가졌기에?’하는 질문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특유의 기합소리와 함꼐 내지르는 팔꿈치 찍기도 더블 드래곤의 명물이다.
더블 드래곤의 특이함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이 게임에는 회복 아이템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도 유저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였는데, 회복 아이템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형제들이 게임에서 그렇게 약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만약 더블 드래곤에 회복 아이템이 등장했었다면, 밸런스 붕괴로 유저들의 인기를 차지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충격적인 마지막 스테이지에서는 목숨을 구명하기 위해 돈을 들여 구입해 온 기관총을 들고 형제들에게 저항하는 윌리와 전투를 펼치게 되는데, 이 윌리를 쓰러뜨리게 되면 더블 드래곤이라는 게임이 왜 잔인한 게임인가를 보여 주는 엔딩이 등장한다. 바로 여행의 목적이었던 ‘그녀’, 마리안을 두고 형제들이 싸움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두 형제들 싸움의 승자에게 마리안은 달려가 그의 품에 안기고, 사랑의 키스를 해 준다. 그야말로 엽기적인 결말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 왜 그녀를 구해야 하는지 따위는 모른다. 다만 마지막 엔딩의 한 부분에 집중되었을 뿐!
더블 드래곤의 성공에 크게 고무된 TECHNOS JAPAN은 1년이 지난 88년, 성급하게도 더블드래곤2~ THE REVENGE를 선보인다. 사실 2라는 이름과 부제가 붙어 있긴 했지만, 짧은 개발 기간을 거쳐 만들어 낸 이 게임은 전작에 비해 그렇게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어서 유저들을 실망케 했던 게임이기도 했다.
더블 드래곤2는 기본적인 베이스가 전작과 같았고, 부제의 의미처럼 전작에서 거의 궤멸 상태를 내 버렸던 두 형제들에게 앙심을 품은 윌리가 그들의 히로인인 마리안을 죽이고, 그 복수를 위해 형제들이 윌리의 조직을 없애 버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더블 드래곤의 후속작인 이 2번째 작품은 난이도가 올라가고 주인공들에게 용미람풍각(龍尾濫風脚)이라는, 용권선풍각과 비슷한 특수기가 추가되고 전작에 수도 없이 등장했던 다양한 적들의 무기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부분만 빼면 전작에 비해 발전도가 현저히 적었던 게임이었다. 공격 판정 자체가 상당히 애매했기 때문에 유저들의 원성을 샀으며, 등장 시기가 거의 비슷했기 때문에 유저들은 2보다는 더블 드래곤1을 더 많이 즐겼었다.
△ 도플갱어와의 싸움, 어떻게 복사판이 원판보다 더 강한건지?
마지막으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 더블 드래곤2에서는 형제의 싸움을 유도한 매력녀 마리안의 죽음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형제들간의 최종전은 벌어지지 않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억측은 금물. 최종 보스인 윌리를 격파하면 형제들의 도플갱어가 등장하여 플레이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다양한 기술들을 써대며 형제들을 공격한다. 즉, 어떤 식이든 더블 드래곤 주인공들과의 싸움은 이루어지게 된 셈이다.
- 에어리어88(1989년. CAPCOM제작)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스튜디오 피에로(닌자전사 토비카게, 나루토, 최유기, 여기는 그린우드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는 1985년 기념비적인 애니메이션 OVA 4부작을 제작하여 발표한다. 남자들의 로망 중 하나인 전투기, 그리고 그 전투기를 모는 거친 파일럿들의 멋진 우정을 그린 애니메이션이었다.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전설의 명작, 2004년에 수많은 팬들의 리메이크 요청을 받고 제작되었던 애니메이션, 에어리어88이었다.
△ 그 옛날 수많은 여성 팬들의 심금을 울렸던 주인공 카자마 신의 2004년 리뉴얼 버전(TV판, 그야말로 캐간지!). 이 작품을 끝으로 철권 토너먼트에 풍신권을 날리며 데뷔했다는 소문이……(응?)
그리고 그 엄청난 인기세를 등에 업고 아케이드 게임 제작의 최강자라고 할 수 있는 캡콤이 에어리어88의 캐릭터들과 전투기들을 이용하여 횡스크롤 액션 슈팅 게임을 만들어 냈다. 1989년 슈팅게임 에어리어88은 그렇게 탄생했다(애니메이션은 1989년 현충일에 ‘지옥의 외인부대’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도 방영된 바 있다).
캡콤이 만든 이 게임은 당시 주류를 이루고 있던 종스크롤 슈팅 게임이 아니라 횡스크롤 방식을 채택해 눈길을 끌었는데, 단순히 에어리어88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횡스크롤 슈팅이라는 점이 이 게임의 인기를 얻게 한 요인은 아니었다.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둔 게임이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이상적인 것, 즉 전설로 남을 만한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게임 안에 녹여 놓았기 때문에 캡콤의 에어리어88이 명작으로 남아 있을 수 있던 것이었다.
△ 레벨이 오르는 재미는 상당했다
주인공이자 꽃미남, 에어리어88을 여성들에게까지 인기 있게 한 장본인인 카자마 신을 비롯해 3명의 주요 캐릭터와 그들의 애기를 충실히 재현해 냈다. 인기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선택하여 그들이 타고 다니는 전투기를 조종하여 적들을 물리치는 느낌을 게임에서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또한 에어리어88에는 레벨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흔히 슈팅 게임들은 대부분 일정한 적을 없애면 그 적이 뱉어(?)내는 일종의 아이템을 획득하여 점점 더 강해지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에어리어88에서는 적들을 죽이면 죽일수록 경험치를 얻어서 그것을 기반으로 무기의 연사속도와 위력을 상승시키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떻게 보면 소울 디바이드와 비슷한 느낌의 슈팅 게임이랄까.
△ 에어리어88의 또 다른 재미, 무기고!
거기에 무기고의 도입은 슈팅 게임의 신선한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에어리어88에서는 기존 선택했던 기체의 무기를 게임이 끝날 때 까지 변경할 수 없었던 기존의 슈팅 게임들과는 달리(물론 그라디우스나 파라디우스, 트윈비는 무기의 교체가 가능했지만) 에어리어88은 적기를 죽이면 죽일 수록 얻을 수 있는 군자금(?)으로 스테이지 클리어 뒤에 준비되어 있는 무기고에서 다양한 무기의 선택이나 옵션의 구입이 가능했다.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을 국내에서 보기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에어리어88은 90년 중반이 되어서 국내에 더욱 널리 알려진 케이스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론일 것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한 사람들도 국내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에어리어88로 인해 그 이름은 충분히 국내 유저들에게도 각인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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