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지금까지 년도별로 보는 FPS역사를 통해 살펴본 대로, FPS라는 장르가 그 이름을 얻고 사람들에게 확실히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게임이라는 큰 뿌리의 역사가 상당히 깊고 길다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어떻게 보면 역사라는 것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FPS라는 개념이 잡혀서 유저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세태를 보면, 장르의 역사나 걸어 온 길이 얼마나 오래 되었는가, 또 얼마나 길게 수놓아져 있는가에 대한 것보다는 비록 짧지만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유저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정도로 최근 FPS라는 장르는 국내외를 떠나 그 어디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게임 장르 중 하나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미 퀘이크, 언리얼, 리스텍(현 주피터) 엔진이라는 게임 3대 엔진을 정착시킨 것이 FPS라는 장르이니 만큼, 그 족적과 골자는 굵직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둠3의 대실패 이후, 세계 FPS에서 존 카멕과 ID소프트의 이름은 사라졌다
2000년대 들어 FPS들이 전 세계 게임업계 중심으로 나서 많은 활약을 한 것은 이미 많은 유저들도 알고 있는 사실. 해외에서는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FPS게임들이 계속해서 등장했고, 또 실제로 상당히 많은 재미를 주는 게임들이 등장해 FPS를 즐기는 유저들을 기쁘게 했다. 온라인 게임 열풍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다소 부각되지 못했지만,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밀리터리 FPS는 물론 SF FPS들도 다수 등장했다. 물론 PC패키지뿐만 아니라 콘솔 게임으로도 다수의 작품들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2000년대 이후 2006년 전까지 국내 FPS게임들, 그리고 시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미 패키지 시장이 몰락하고 온라인 게임이 대한민국의 전체 게임 시장을 잠식해버린 가운데, 해외 유수의 PC패키지 FPS게임들은 빛을 보지 못했지만 온라인 FPS게임이 MMORPG, 캐주얼 게임들을 제치고 서서히 중심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의 압도적인 인기 몰이가 있었다.


- 스페셜포스,서든어택의 연이은 흥행대박
2005년과 2006년, 게임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 이였다. 카트라이더의 성공, 프리스타일의 성공으로 인해 캐주얼 게임과 캐주얼 스포츠 게임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온라인 게임 태동기 이후 대세 장르에서 한 발짝 물러섰던 블록버스터 MMORPG도 ‘빅3’라는 100억대 대작 3개의 동시 등장 가능성을 내비치며 유저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2005년은 PC방에서, 집에서 그다지 특출나지 않게 유저들을 모은 스페셜포스가 단연 유저들의 사랑을 받았고, 2006년 역시 서든어택이 그 뒤를 이었다. 해외 유수의 메이저 FPS시리즈나 회사들이 만들어 내는 색다른 무언가는 없었지만, ‘FPS의 단점’을 장점으로 순화시켜 유저들에게 접근해 인기를 끌었다. 높은 마우스 컨트롤과 반사 신경을 낮춰 대중성을 높였던 것이 주효했고, 입소문 마케팅이 정확하게 적용하여 그 어떤 게임들보다 높은 수익, 높은 인기를 누렸다.

△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의 대박은 국내 FPS시장에 ‘불’을 지폈다
이렇게 2002년 카르마 온라인으로 처음 형성된 국내 온라인 FPS시장은 2005년 스페셜포스, 2006년 서든어택의 대박으로 이어지면서 흥행 계보가 작성되었으며, 국내 외 시장에서 온라인 FPS게임이 각광을 받게 되면서 2006년 들어 개발 편수의 역전 현상은 물론, 해외 유수의 FPS게임메이커들이 국내 시장을 위한 맞춤형 개발 게임에 대한 이야기도 서서히 들려오는 추세가 되었다.

그에 반해 빅3를 중심으로 한 초대형 블록버스터 MMORPG는 다시 한 번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고 결국 MMORPG개발을 추진하는 곳들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2006년 약 30편에 육박하는 FPS신작에 대한 정보가 나왔고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게임들이 그 중 20개였던 반면, 2006년 한 해 동안 MMORPG의 오픈베타 서비스가 진행된 것은 약 10여 편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내 시장의 FPS게임 지수가 2005년에 대비해 약 47%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렇듯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이 연이은 흥행대박을 이루면서 바야흐로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의 방향키를 FPS로 돌리게 된 것이다.

△ 국내산 FPS들은 물론이고, 해외 FPS들도 수많은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해외에서 먼저 2006년을 목표로 발표를 했던 FPS 예정작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FEAR나 노원리브스포에버의 느낌을 줬던 THE REGIMENT. SF세계관으로 독특한 콘셉트를 자랑한 PRECURSORS, 휴먼헤드 스튜디오가 에픽의 10년 전 프로젝트를 이어받아 다시 세상에 공개를 한 PREY, FPS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를 1인칭 시점으로 만들어 낸 DARK-MESSIAH OF MIGHT&MAGIC, 변형된 서부를 배경으로 한 LAW MAKER 등이 있었다.

또한 2006년 초반에는 이런 해외 FPS들 뿐만 아니라 XBOX 360의 발매에 맞춰 계속해서 그 정보를 공개, 2006년 출시를 기대케 했던 헤일로 시리즈의 완결판인 헤일로3와 FPS로 분류할 수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플래그쉽 스튜디오의 헬게이트 : 런던 역시 기대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해외에서 들려오는 FPS신작들에 대한 정보와 이야기 등은 유저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비단 해외 게임메이커들만이 기대 신작 FPS들을 발표한 것은 아니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의 ‘조용한 대박’(사실 이 게임들의 대박은 그리 떠들썩하지 않게 암암리에 진행되었다)에 이어 신생 게임사들은 물론, 저력이 있는 퍼블리셔들은 개발사들이 만들어 내는 FPS에 대한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재고하고 또 신작 발표를 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처음 온라인 게임 사업에 진출할 뜻을 밝혔던 효성은 랜드매스라는 FPS신작을 발표했고, 웹젠은 자사의 운명적인 사활을 건 FPS 헉슬리에 대한 정보를 2006년 속속들이 공개하며 연내 테스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물론 2006년 첫 테스트를 단행하지는 못했지만 그 만큼 국내 온라인 게임사들의 FPS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는 충분했다.

△ 2006년과 지금까지 기대를 계속해서 하게 만드는 헉슬리의 모습은 대단했다
이렇게 2006년 한 해 동안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 FPS에 대한 기대감이 유저들과 함께 각 게임사들 역시 높아지면서 2006년 후반기~2007년까지 국내산 FPS들의 많은 등장이 기대되었다. 실제로 2006년 후반기나 2007년 목표를 했던 국내산 FPS들이 시장에 쏟아졌고, 시장의 정국을 주도했다.

그러나, 2007년에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의 대박으로 이어진 국내 시장의 FPS에 대한 지대하고 크나 큰 관심은 ‘끓었다 금방 식은 냄비’처럼 차갑게 시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