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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여론 나쁘지 않다’… 교체론 어물어물ㆍ국정주도권 상실 우려 밀어붙일 수도

이명박 대통령은 설 연휴 마지막날인 27일 외부일정을 잡지 않았다. 당초 검토했던 청계천 방문도 하지 않은 채 ‘용산 철거민 참사’ 등의 해법을 두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대변인실, 정무수석실 등도 이날 사실상 정상 근무를 했다. 여론 동향을 점검하고 수습책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청와대는 공식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특히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를 두고는 함구로 일관했다. “검찰이 수사 중이니 지켜보자” “대통령이 아직 결심이 선 것 같지 않다”는 말만 내놓았다.

그 사이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설 연휴 전만 해도 당연시되던 ‘김석기 내정자 교체론’이 작아지고, ‘유임론’이 좀더 커졌다. 청와대 자체 조사와 설 민심을 검토한 결과 여론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두고 ‘경찰이 잘못했다’와 ‘철거민이 지나쳤다. 법 질서 확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가 각각 대략 5.5 대 4.5 정도로 갈리는 등 여론은 무지개색”이라면서 “걱정했던 것만큼 최악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참모는 “내부에서도 김 청장 사퇴 불가피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전처럼 절대적이거나 압도적 우위는 아니다. 현재로선 경질을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내정자의 잘못이나 경찰의 불법·과잉 대응이 분명히 밝혀진다면 당연히 바뀌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교체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면서 “검찰 수사와 여론 추이가 최종 판단 기준이지만 경질이라고 미리 못박지 말라”고 말했다.

이처럼 분위기가 바뀐 데는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참사를 계기로 야당과 ‘반대 세력’에 밀릴 경우 집권 2년차를 맞아 ‘이명박표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던 계획이 어긋나고 국정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나 권력 핵심부로선 ‘법질서 확립’ 기조를 누구보다 잘 따라준 김 내정자 같은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한 터이기도 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경찰 쪽을 중심으로 ‘김석기 대안부재론’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 청와대에선 김 내정자 교체에 따른 ‘부작용’을 거론하며 경질을 반대하고 있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들은 김 내정자를 바꾸게 되면 경찰 조직의 사기 저하는 물론이고, 3대 국정운영 중심축의 하나인 법질서 확립 방침이 흔들릴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고 한다.

‘김석기 교체론’을 둘러싼 이러한 흐름 변화는 결국 새해 들어 확연해지고 있는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는, 여권 핵심부의 일방 국정운영 기조와 맥이 상통한다. 해서 김 내정자를 교체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될 경우 연초부터 여와 야, 정권과 시민사회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경으로 나갈 것임을 예비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 내정자 교체 불가피론이 여전히 많은 것도 이 같은 충돌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여권 핵심인사는 “청와대 민정라인은 유임 쪽에, 홍보나 대변인실은 교체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검찰의 수사 속도와 맞물려 있지만 경우에 따라 김 내정자 진퇴가 이번 주중이 아닌 주말이나 다음주에 결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