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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가하마 타다오 감독은 라이딘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낸 후 라이딘2를 기획했다. 사실상 자신의 손으로 성공적인 애니메이션의 런칭을 해 낸 샘이었지만, 라이딘은 엄밀히 말하면 애초부터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낸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후속작을 만들어 완전히 자신이 추구하고자 했던 라이딘의 완결편을 만들어내고 싶었던 것이었다. 로봇 애니메이션에 드라마성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킨 나가하마 감독, 로봇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자신에게 있어서 첫 번째 작품인 라이딘이 100%자신의 오리지널이 아니라는 점은 충분한 리스크가 되었을 게다.

하지만 당시 힘이 없었던 소에이사의 입장에서 아무리 라이딘이 성공을 거뒀다고 해서 라이딘의 후속작을 만들 수 있는 여력은 있지 않았다. 물론 라이딘2의 기획안을 토에이에게 제시해보기는 했다. 그리고 토에이는 당연히 이를 거절한 뒤 지금의 명작으로 남아 있는 콤바트라V를 제시했다.

공상과학로봇 연재 시리즈인 콤바트라V나 볼테스V를 이미 본 독자들은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일 터이지만, 당시 나가하마 감독이나 아직 일본 선라이즈로 거듭나지 못했던 소에이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었던 시절, 토에이라는 거대 공룡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지 않을 수 없었던 시절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대작들을 만들어 냈던 것이었다.

그러나 초전자머신 볼테스V가 서서히 종국으로 치달을 시점에서, 미묘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로봇 애니메이션 제작관, 즉 로봇 애니메이션과 전쟁, 그리고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인간에 대한 낭만적인 해석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나선 한 남자가 일본 선라이즈의 오리지널 자체제작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시장에 내 놨기 때문이었다. 당대 최고라고 할 수 있었던, 토에이와 나가하마 낭만 로맨스 슈퍼로봇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향한 전면적인 선전포고와도 같은 작품은 무적초인 잠보트3였으며, 이것을 만든 남자는 토미노 요시유키였다.

물론 나가하마 감독 역시 콤바트라V→볼테스V의 연출에 참여를 했던 토미노의 생각이 자신의 로봇 애니메이션 작품관에 완전히 다른 면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충격적인 잠보트3를 본 나가하마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크리에이터 본연의 색을 완전히 녹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당연히, 이미 로봇 애니메이션의 거장이자 히트작을 만들어 낸 자신의 입장에서 더 이상 목소리를 내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처음부터 철저히 나가하마 자신의 생각대로 만들기 시작한 작품이 바로 ‘투장 다이모스(闘将ダイモ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