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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 좋아하던 선배가 대학 1학년 무렵 들려줬던 말이다.
당시 어떤 자기 혐오와 좌절감, 열패감들이 형을 감싸고 있었던
시기다. 

연애가 그에게 다가오려 하고 있었고, 그는 달아나려 하고 있었다.
대여섯살 어린 나를 앉혀두고 소주 서너잔에 눈가가 불콰해진
선배가 토하듯 쏘아낸 말이었다.

"겨울나무는 가지를 치지 않는다."

추운 계절을 버텨내기 위해 잎마저도 털어버린 나무가
겨울에 새로운 가지 한 가닥을 늘려보았자 그 가지가 말라죽을 것은
불문가지라는 말이었다.

자신은 겨울 속에 있는데 다가오는 그 연애를 덥썩 받아 안아보아야
그예 얼마 가지 못해 말라죽어버릴 것이 보인다는 말이었다.

섬약하고 내향적이며 숫기가 없었던 그에게 언제는 또 겨울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종내 선배는 그 연애에 빠져들고 말았다.
떨치고 달아날 강단이 없었을게다. 
그리고 그 연애는 반년을 채 가지 못했고 선배의 겨울에 또 하나의
이력을 새겨넣었다.

그렇다. 겨울나무는 가지를 치지 않는다.
아니 새 가지를 쳐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십수년을 미국으로 도망가있는 형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새 가지가 돋는 게, 만약 저 앞 등성이 너머까지 다가온 봄의 기별이면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