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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언설에 힘이 실렸던 이유

네티즌들에게 경제대통령이란 별호(別號)까지 얻은 네티즌 경제논객 미네르바가 검찰에 긴급 체포되었습니다. 사실 미네르바가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이 계기가 되었죠.   

 그의 경제전문지식의 수준이나 지적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미네르바 돌풍의 내막을 좀더 엄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미네르바가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미리 예측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사실만 놓고 보자면 산업은행의 리먼 브라더스 인수설이 외신을 타고 전해지면서 국내 여러 매체들이 한국의 금융경제를 세계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인수를 독려하는 기사를 쏟아낼 때, 미네르바는 “제발 사지 마세요. 마지막 기회입니다…제발 협상 취소하고 그 돈으로 국내 중소기업 살리기를 하거나 투자해 고용 보존이나 할 생각을 하세요”라는 글을 올렸고, 결과적으로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산업은행이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했을 때 닥쳐올 금융위기의 파장과 맞물려 미네르바의 주장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미네르바가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정확히 예언했다는 대목의 실제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유치할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 내수 경제를 살리는데 지출하자는 상식의 다른 측면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도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그가 한 이야기들 중 환율을 예측한다던지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도 쉽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 맞아 떨어진 부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만으로 미네르바가 대중의 지지와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가 예측한 것들 중 상당수는 경제전문가들이 아침 출근길 라디오 방송마다 나와 무미건조하게 해왔던 이야기들이기 때문입니다. 미네르바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애정의 핵은 그의 지적과 지향점들이 대한민국의 경제가 어떻게 흘러가야 할지에 대한 지향이 이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의 표준적 상식과 양심의 수준에서 동감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미네르바의 진짜 죄목은 무엇인가? 

고소영 강부자 내각으로 상징되는 MB정부의 기본 경제정책은 고소득자들과 기업의 경제활동을 감세 등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 MB정부를 신자유주의 정부로 보기도 어렵다. 신자유주의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데 MB정부는 너무나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점에서 1970년대 정부의 모습이기 때문 - 가진 자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소비와 투자에 나서게 하여 이를 통해 내수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책(이른바 낙수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입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 같은 정부의 경제정책(부자들의 시혜에 국민 대다수를 목매게 하는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고, 대운하를 비롯한 과거 방식의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는 정부의 대책이 현재의 고학력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출현한 미네르바는 그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대중의 불안과 고독을 치유해주는 현상(신드롬)이 될 수 있었습니다. 미네르바는 전문가였지만 전문지식을 나열해 놓고는 결국 미로(迷路)같은 비상구를 통해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고 자기만 슬쩍 빠져나가는 지식인의 이미지와 달랐습니다. 그는 대중의 수준에 눈높이를 맞췄고(어떤 의미에선 그 자신이 대중이었고), 추상적인 원론 수준에 머무는 충고나 대안이 아닌 구체적이고 명확한 어투로 충고했습니다. 서민 대중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글이었기에 미네르바는 인터넷 경제대통령, 뛰어난 국민들의 경제스승이라는 찬사를, 영국의 경제전문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에선 ‘온라인 노스트라다무스’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미네르바가 검찰에 의해 체포되었습니다. 죄목은? 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랍니다. 그런데 미네르바가 체포된 뒤 밝혀진 그의 신상정보들은 미네르바에 대한 대중의 예측과 이미지와는 빗나간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가 최소한 50대 중반의 해외 경험이 있는 기업체 출신의 인사라고 생각해왔는데 검찰 발표에 따르면 그는 공고와 전문대를 졸업한 비전공자이며 30대 초반의 백수 청년이라는 것이죠. 검찰의 발표를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검찰이 대중을 상대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공공의 적(검찰)과 사로잡힌  강철중(미네르바) 
 

“봐라!”하고 말이죠. 그러자 대중들은 미네르바가 아닐 것이다. 혹은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반신반의(半信半疑)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지점이 하나의 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검찰이 대중에게 영화 “강철중”이 아니라 “공공의 적”으로 인식되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MB정부 들어 최고의 신뢰를 받아야 하는 검찰의 무리한 고발이 잇따르면서 번번이 사법부에 의해 기각되거나 파기 환송되는 수사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미네르바의 체포를 놓고도 인터넷 여론 길들이기를 위한 본보기 수사라는 비판과 더불어 만약 그와 같은 죄목으로 구속된다면 위헌이라는 법조계의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 번째는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전문대 출신’입니다. 물론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이 무엇이 문제일까요? 미네르바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어떤 네티즌은 미네르바가 자기 친구일 것 같다며 글을 올려 또 한 차례 주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미네르바가 자기 친구일 것 같다며 누군가 올렸다는 글에서 그 분은 뭘 보고 그런 건지 약간 궁금해지긴 합니다. 저는 현재 검찰에 체포된 사람이 실제 미네르바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 문제의 본질은 그가 대기업 고급간부 출신이 아니라 30대 백수라거나 외국어에 능통하고 해외경험이 풍부한 S대 출신 고급학력을 지닌 사람이 아니어서 대중이 느낄 실망감이 아니기 때문이죠. 이 문제의 본질은 고작 전문대를 졸업한 30대 백수, 경제를 독학으로 공부한 미네르바라는 미세입자에 결집된 대중의 불만과 불안이 거대한 폭우가 될 때까지도 아무 것도 못한 혼란과 불안을 부추긴 장관과 정부의 무능이기 때문입니다. 
 

억측은 억측을 나을 뿐이지만 설령 그가 진짜 미네르바라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을 억압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고 부각될 뿐입니다. 그가 대한민국 경제를 위태롭게 해서 얻는 이득이 없는데, 자신의 의견을 올렸다고 해서 허위사실 유포죄로 저자거리에 효수 당한다 할지라도 대중의 정부에 대한 불만이 사라지진 않을 겁니다.   

히드라의 목을 자르면...  
 

저자거리에 내걸린 미네르바의 목을 보면서 갑자기 제가 읽었던 <삼국지>에 출몰하는 수많은 기인과 신선들이 생각납니다. 좌자는 감귤을 가지고 조조를 희롱하다가 내쫓김을 당하고, 우길선생은 손책에게 밉보여 가뭄에 찌든 오나라에 비가 내리도록 했음에도 결국 참수당하고 맙니다. 손책이 우길 선생의 목을 벤 까닭은 자신이 최고통치자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우결 선생을 존경했기 때문이지요. 현대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썼고, 더욱 괘씸한 것은 인기까지 얻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그 말이 맞다는 것이 실제 죄목이 될 겁니다.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자들이 창궐하여 대중의 지지를 받는 시대라면 그것은 시대가 난세(亂世)이기 때문입니다. “봐라! 흉악한 적당 괴수의 목이 여기에 있다.” 때때로 죄 없는 이의 목을 베어 수괴인 양 전시하는 일은 역사 이래 늘 있어 왔던 일이기도 합니다. 조선시대 실존했다는 홍길동과 임꺽정, 장길산은 부패한 조정에 의해 몇 차례고 죽임을 당합니다. 대중이 억압당하는 시대에 출현하는 도적패의 수괴들 가운데 이름난 자들이 실존 유무, 실재 유무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이름을 걸고 출현하는 신출귀몰하는 도적패들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히드라의 머리가 그러하듯 끊임없이 등장하는 법입니다. 멕시코 혁명의 영웅 사파타의 이름을 본 딴 사파티스타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명박 정부에게 주어졌던 첫 해가 이렇게 흘러갑니다. 제 생각엔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올해(2009년)까지인 듯합니다. 내년부턴 지방자치제 선거와 한나라당 내부의 권력 투쟁으로 MB가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 저도 전문대 출신이라 그런지 미래가 마구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