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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웨스트윙 시즌 2 세번째 에피소드를 보니 재미난 장면이 나오더군요.

성경을 인용하여 동성애를 혐오하는 발언을 한 한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에게 대통령이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었습니다.

대통령 바틀렛의 질문이 이어진 그 장면의 대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죄송합니다, 제이콥스 박사. 의학 박사이십니까?
         -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 박사학위요?
         - 네,각하
         = 심리학에서요?
         - 아닙니다
         = 신학입니까?
         - 아뇨
         = 사회사업인가요?
         - 영문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 박사의 쇼에서 사람들이 조언을 구하면 제이콥스 박사로 통하더군요.
           그래서 당신의 청취자들이 그걸 헷갈려하는지 아닌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심리학, 신학, 건강관리 중에서 연구를 했을거라 생각했죠
         - 청취자들이 혼란스러워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각하
         = 좋아요, 난 박사의 쇼를 좋아합니다.
           박사가 동성애를 혐오스럽다고 말하는 방식이 맘에 들어요.
         - 전 동성애가 혐오스럽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 각하
           성경에 그렇게 나와있죠.
         = 그렇죠. 레위기에 나와있죠
         - 18장 22절
         = 장과 절은? 여기서 박사를 만난 동안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난 내 막내딸을 출애굽기 21장 7절에 인가됐듯이 노예로 파는데 관심이 있
           습니다. 막내딸은 조지타운 대학교 2학년에 이탈리아어를 유창하게 합니
           다. 항상 자기 차례에 테이블을 깔끔히 정리하죠. 내 딸의 좋은 가격은 얼
           마일까요?
          
           생각해 보는 동안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까요? 안식일에도 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 수석보좌관 리오 맥게리는 출애굽기 35장 2절에 분명히 그런
           사람은 처형되어야 한다고 나와있다는 군요. 도덕적으로 보아 제 손으로
           리오를 죽여야 할까요. 아니면 경찰을 불러야 할까요? 아주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 도시엔 스포츠 팬들이 아주 많으니까요. 죽은 돼지의 피부를
           만지는 건 우리를 불결하게 한다. 레위기 11장 7절. 장갑 착용을 약속하면
           워싱턴 레드스킨이 지금도 픗볼을 할 수 있을까요? 성모마리아는요? 육군
           사관학교는요? 이 도시 전체가 다른 작물을 농사짓기 위해 내 형제 요한에
           게 곁에서 돌을 던져야 할까요? 2개의 다른 실로 옷을 만들어 입기 위해
           가족 모임에서 어머니를 화형에 처해야 할까요? 내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
           보시겠습니까? 마지막으로, 당신이 이 모임을 무식한 "벽창호 클럽"의 월
           정기 모임이라고 착각하는 동안 대통령이 서있을 땐, 이 빌딩의 어느 누구
           도 앉아 있지 않습니다.

성경의 해석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였던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를 논박하며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가던 바틀렛의 당당한 모습이 멋졌습니다. 노무현의 모습과도 살짝 겹치기도 했지요. 노무현도 이 드라마를 참 좋아했다고 합니다.

오늘 촛불 집회를 가서 KBS의 위선에 구토가 밀려오더군요. 수만의 사람들의 구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웃으며 진행하던 아나운서의 모습이나, 이명박 퇴진 구호에 애써 웃음을 띄며 떨떠름하게 새해 축사를 읊던 오세훈의 모습, 아무런 호응이 없는 가운데 기계처럼 청중의 호응을 유도하고 혼자 흥에 겨워 노래하던 몇몇 가수들의 모습을 보며 밀려오는 구토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바틀렛처럼 정면으로 당당히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정치인 대신에 가식적 웃음을 짓고, 썩은 비웃음을 날리며, 보신각 주변을 울린 함성이 담긴 화면과 소리를 조작하는 비열한 인간들만이 남아있습니다.

답답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