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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보트3의 시작은, 아주 그럴듯한 한 편의 기존과 다를 바 없는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으로 점철되어 있다. 수수께끼의 우주인인 가이조크는 비알성을 침공하고, 지구로 이주한 비알 성인의 살아남은 사람들인 진(神) 패밀리는 지구로 그 마수를 뻗쳐오는 가이조크에 맞서, 그들의 선조가 만들어 놓은 발굴병기(發掘兵器)인 킹 비알과 거대로봇 잠보트3를 타고 맞서 싸우게 된다는 것이 대략적인 줄거리인 것이다. 말하자면 다른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처럼 절대악으로 등장하는, 지구를 맹목적으로 침공하려 하는 우주인들이 있고, 그것을 정의의 아군이자 모성을 침공당한 뒤 지구로 이주해 온 원수지간인 아군의 이성인들이 그 기술력을 동원해 적들에 맞서 싸운다는, 그렌다이저의 기본적인 틀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그림이었다.

그러나 잠보트3에서의 진 패밀리는 결코 그렌다이저의 다이스케나 듀크 프리드처럼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고 영웅대접을 받으며, 황야에서 멋진 자태를 뽐내며 싸우지 못한다. 도심가의 한 가운데서 가이조크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잠보트3로 인해 일반 시민들이 엄청나게 피해를 받고, 그 때문에 일반 시민들은 지구 침략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함에도 불구하고 진 패밀리 때문에 가이조크가 침략해 왔다고 비난을 퍼붓는 것이다. 작품의 시작부터 이런 부분은 여실히 드러나 있는데, 일반 시민들은 진 패밀리와 잠보트3를 향해 돌을 던지며 "너희들이 있으니까 외계인들이 오는 거다!! 지구를 떠나버려!!"라고 비난을 퍼붓는 장면들이 다수 등장하게 된다.

사실 이런 전개는 현실적으로 보면 ‘당연한’일임에 틀림이 없다. 평화롭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지구를 침략하는 무서운 이성인들과 갑자기 등장한 로봇이 등장해 마을은 물론 도시를 난장판을 내면서 싸우는 것을 군중들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니까’라고 받아들일 리가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전개나 에피소드의 도입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마징가Z에서는 기계수가 습격해 오는 것이 광자력 연구소와 마징가Z때문이라는 ‘책임론’을 인근의 피해를 받는 주민들에게 주입시키고 선동을 하는 아수라남작의 모략이 그려지는 에피소드가 있기도 하다(제7화 아수라 남자의 대모략(あしゅら男爵の大謀略)). 그러나 이런 위기를 극복한 뒤의 스토리에는 다른 영향이 없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당연히 마징가Z나 다른 슈퍼로봇메카들이 도시에 피해를 입히고 싸우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은 확실히 비현실적인 것임에 틀림이 없다.

지구를 구해줬지만 자신의 가족이나 재산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그런 것들이 솔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이런 전개는 전쟁의 참혹함 속에 드러나는 집단 이기주의와 군중심리를 현실적으로 접근해서 표현함과 동시에, 인간이 전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그리고 전쟁을 통해 개인의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무조건적이고 비이성적으로 다른 무언가에 맹목적으로 전이시켜 분노를 해소하려는 인간 본질의 추악함을 그려내고 있었다. 실제로 작품상에서 정의를 지키며 목숨을 건 싸움을 펼치는 진 패밀리와 잠보트3의 파일럿들에게 돌을 던지는 아수라와 같은 일반 시민들의 모습은,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그려 낸 마즈의 결말(마즈는 인간을 위해 싸우지만 결국 자신을 향해 ‘너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받았다’라며 돌을 던지는 인간들의 추악함을 보고, 가이아를 불러 지구를 멸망시킨다)에서 받았던 싸늘하고 오싹한 느낌의 그것과 같은 것이었다.

이런 전화(戰火)의 한 가운데에 있는 인간의 심리를 드러내기 위해, 토미노는 비난과 힐난의 대상이 되는 진 패밀리의 설정을 ‘그럴 수밖에 없는’상황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애초부터 그들은 선조들이 가이조크와 싸우다가 남긴 전투 병기들을 찾기 위해 산속이나 바다속으로 흩어져 발굴 작업을 하게 된다. 때문에 친족들을 동원해 보물찾기하듯이 온갖 산과 숲과 바다를 헤집고 다니는데, 처음부터 사람들은 진 패밀리의 이런 모습에 ‘광부, 심마니’나 ‘수상한 사람들이다’라는 의심 섞인 취급을 하게 된다. 이런 전개는 앞서 언급했던 것과 결부되어 “저 사람들은 원래 이상한 사람들이었다!”라는, 책임전가의 +@로 작용하게 된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 몰린 진 패밀리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 상처를 보듬고 ‘왜 우리가 저들을 위해 싸워야 하는가’라는 흔들리는 전쟁의 대전제 앞에서 절규하고 슬퍼한다.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처럼, 자신들이 지키고자 하는 정의에 대한 확신 없이 싸움을 이어나가게 되는 것이다. 과거 인류를 지키기 위해, 정의를 위해 악의 무리를 무찔렀던 슈퍼로봇 애니메이션들과는 확연히 다른, ‘과연 진 패밀리와 인류에게 정의는 있는가’에 대한 전쟁의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들고 있었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런 초반의 전개는 볼테스V에서 보여줬던 낭만적인 비극과는 다른, 리얼한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부분임에 틀림임 없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싸움터로 끊임없이 내몰리지만, 목숨을 걸고 싸워도 아무런 보람과 대가는 물론 자신들이 지키고자 했던 정의조차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황, 정체모를 적을 향한 분노와 절망을 진 패밀리에게 돌리는 시민들의 모습은 리얼한 전쟁을 표현해 내고자 하는 토미노의 의지를 온 몸으로 표현하는 그것이었다.


공상과학로봇 연재 작성 중인 '무적초인 잠보트3'중 한 부분입니다. 리얼한 전쟁의 잔혹함과 그 안에서 나오는 인간의 추악함을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의 테마를 설명하는 대목인데 때마침 불펜에서 왠 전쟁 얘기가 나오는군요. ㅋㅎㅎ...그냥 생각나서 올려봤습니다. 재미로 보시라고..ㅋ

나름 연재홍보? 후후후...불펜질 그만하고 글써야하는데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