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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향토사단 예하 연대본부 작전과에서 근무했었습니다

그리고 자대에서 저는 엄청난 고참을 만났습니다
저는 교육계원이고 그 분은 정훈계원이었는데
아시분 분들은 아시겠지만,
특히나 작전과처럼 바쁜 사무실에서는 보직이고 뭐고 없습니다
다 함께 힘을 모아 일하는 거죠


그 고참은 무지막지한 컴퓨터 고수였습니다
비밀문서가 많은 부서이기 때문에
보안감사도 상당히 까다롭게 준비했어야 했지만
이 분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수방사에서 나온 감사관들까지 가볍게 따돌리는 분이었습니다
무식해서 구경해도 몰랐었지만,
바이러스를 비롯한 각종 문제가 생기면
이 분은 백신이고 뭐고 할 것 없이
영화에 나오는 해커들처럼 마치 모니터와 싸움이라도 하듯이 투닥거렸었습니다

아무튼
거의 완벽하게 컴퓨터 관련 업무들을 볼 수 있었고
워드 프로세서를 응용한 모든 업무(총 쓰는 일 빼곤 거의 모든 업무)에 대한 세세한 스킬들도 그대로 전수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오랜만에 만나서 그동안 지낸 일들을 얘기했습니다
못 만난 사이에 작업한 것들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네가 들으면 알 만한 것만 말하자면..." 이라고 하며 몇 가지를 얘기해 주었습니다

우선
졸업 후에 벤처를 하면서는
최초의 지도 디지털화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네이게이션용 디지털 지도 만드는 엔진을 만드셨다고 하네요
만도맵과 아이나비맵의 아버지인 것입니다

벤처사업 실패하고 NHN에서 근무할 때에는
한게임의 게임서버 업데이트를 맡았다고 합니다
제가 고스톱과 테트리스를 할 때에도 늘 곁에 있었던 거죠


하지만 그보다 빛나는 이 분의 작품은 바로
MDir 입니다
보통 M(엠)이라고 부르는 도스용 프로그램이죠

이 프로그램은 통상 최**라고 하는 분이 컴퓨터 못하는 여자친구를 위해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죠
하지만 그 사실에 대해 제 고참은 가급적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군시절부터)
공동개발이라 할 수도 있고 아니라 할 수도 있다...
여자친구를 위해 만들었다는 말은 맞다...
아무튼 내가 만든 것이다...

더 자세히 말을 해주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어쩌면 가명을 썼던 건 아닐까 하는 저 혼자만의 추측이 있습니다
여자친구를 위해 만든 거라며요? 라고 제가 물었을 때에
잠깐 당황하면서 짧은 한숨을 짓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우야둥둥
M 정말 국민프로그램이었었죠
참 자랑스러운 제 고참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