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이 군면제 받거나 감면받은 연예인들
- 작성일
- 10-02-17 11:06
밑에 얘기한 은지원은 외국인고등학교 나와서 학력인정 안되므로 국졸로 면제
이병헌-생계곤란으로 6개월 공익. 이건 뭐 군대를 갔다온 것도 아니고 안 갔다온 것도 아니여 -_-
그 때까지 연예인 생활하면서 벌어놓은 돈과 이미 성인된지 오래된 여동생. 일반인 같으면 생계로 인한 면제는 거의 불가능
부모 없는 고아들도 고아원에 있던 기간(최소 3년이던가?) 모자라면 군대 끌려감
이 나라의 거지같은 병역법은 일반인과 연예인&고위층 자식들을 나눠서 판정함.
군대 안간 연예인들 뒤져보면 2/3는 군대 보낼 수 있을듯.. 예전에 이회창 아들내미 비리 터졌을 때 진짜 군대 안 와야 할 불쌍한 애들
군대 와서 결국 의가사 제대한 케이스가 수두룩
연예인들 면제사유 찾아보면 어이없는 것들이 참 많은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들이 많이 불확실해서 다 언급하기는 어렵고
지금 다 군대 가 있거나 제대한 HOT 멤버들은 전부 면제로 적혀 있던 글도 있고(이재원은 정신질환이던가?--)
은지원이나 이병헌 같은 애들 보면 현역 다녀온 연예인들은 괜히 더 박수 한번 쳐주고 싶은 심정
밑에 글은 예전에 딴지일보에 실렸던 생계사유로 면제받으려고 했던 일반인 얘기.
2003년 4월 5일 딴지일보에 실린 글
생계문제로 병역면제를 받으려 했으나 실패한 한 사람의 얘기
.
.
.
(전략)
난 투사이고 싶지 않다.
"내가 설령 더 이상 혁명가가 아니고 실천적 휴머니스트 내지는 인권운동가라 하
더라도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을 권력 앞에 게워낼 필요는 없는 법이
다." -강용주-
암, 그렇고 말고.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수배 생활로 만신창이가 된 젊은이들
에게 준법 서약을 요구하는 사제가 있고, 그 순진한 바보의 주장에 진리치 T를 부
여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자처하는 곳 -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솔직히, 그렇기에 나는 그저 한동안 조용히 살고 싶다. 지나간 기억이든, 군대와
관련하여 상존하는 동원논리든, 아니면 아직 남아있는 사상적 경직성이든...애써
외면하며 살고 싶다. 살벌한 논의에 굳이 끼어들어 간신히 아물어가는 상처를 덧
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게다가 나처럼 극단에 서지 않으려고 애쓰는 회색분자
는 양쪽에서 얻어터지기 일쑤이니까.
그래서 본 기자는 생계사유 군면제에 넉넉히 해당될 만큼 어려운 가사 상황에 오
히려 감사할 수 있었다. 일부러 정치적 거부를 선언하고 감옥에 들어가지 않고도
그냥 묻혀버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세상 일이 뜻대로만 되던가? 아무리 남에게 말을 걸고 싶지 않아도, 최소
한 대꾸는 해줘야 할 상황이 있게 마련이다. 잠시 본 기자와 병무청 생계담당 직
원의 대화를 옮겨본다.
직원: 음… 부양비율은 맞네요. 부모님의 재산액은 얼마나 되죠?
나: 없는데요.
직원: 집은 있을 거 아니에요? 하다못해 전세방이라도…
나: 없어요. 어차피 조사해보면 나오는 거 뭐하러 거짓말 합니까? (쓰파, 사업실
패도 죄니?)
직원: 좋아요. 그러면 부모님의 소득은 얼마나 되죠?
나: 작년엔 제로에 가까웠고… 올 초부터 아버님이 약간 벌기 시작하셨죠. 보증인
들에게 피해줄 거 뻔히 알면서 파산신청을 내실 분이 아니거든요. 조금이라도 빚
을 갚으신다며… 넉 달 동안 월 100만원 정도씩 송금하신 걸로 압니다.
직원: 그러면 안 됩니다. 소득액 초과에요.
나: 어차피 그 돈이 어떻게 나가고 얼마가 남는지는 계좌에 다 드러나지 않습니
까? 융자금 이자 같은 걸로 상당부분이 빠져나가서 생활에 큰 도움이 안 되는데
요. 원금상환은 생각도 못하구요.
직원: 그래도 안 됩니다.
나: 만약 실제 남는 돈이 하나도 없는 경우라도요?
직원: 물론이죠. 실제 상황과는 상관 없어요. 중요한 건 법적인 기준에 맞는가 하
는 거죠.
나: 생활이 이렇게 어려워도 말인가요?
직원: 그럼요. 실제 상황을 감안해서 면제판정을 내리면 면제자 수가 엄청나게 늘
어나니까 할 수 없잖아요? 아버님이 지금 퇴직하신다 해도 앞으로 넉 달은 기다
려야 기준에 맞겠네요.
나: 원래 소득액 기준은 지난 1년간의 수입을 평균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
면 지난 4개월의 수입을 작년의 8달과 합산하여 평균을 내야 정상 아닌가요?
직원: 그렇게는 안 되요. 1년이 안 되더라도 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따지니까.
나: 소득이 없어진다면?
직원: 소득이 있었던 시기를 합산해서 평균하죠.
나: 대단하네요.
그녀는 너무도 당당했고, 계좌추적 한 번이면 뻔히 증명될 생활고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녀의 말을 수긍해서가 아니라, 그 당당함에 놀라 본 기자는 아
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국가의 필요에 의해 얼마든지 생존권을 외면당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현실이 한편으론 우습기
도 했다. 지금껏 얼마나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이렇게 무시되었을까?
하지만 그녀를 탓하고 싶지 않다. 설령 내가 읽은 당당함이 그녀의 진심이라 해
도 말이다. 국가를 위해 개인 따위는 사정없이 무시해도 좋다고 가르치던 의무교
육에서 나와 비슷한 연배인 그녀가 과연 자유로울 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결정권
도 없는 사람인 것을…
그렇다면 병무청의 죄일까? 그렇게 치부할 수 있다면 욕이라도 시원하게 해주겠
지만, 그 기관의 결정권자들 역시 나와 똑 같은, 아니 어쩌면 더 심한 경직성에 길
들여지도록 강요받았던 '사람'들이다. 반세기를 이어온 국가주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거부 의사를 밝히며 병무청 징집과 직원 분
들과 웃으며 농담 따먹기 하다 왔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
고…)
그래서 병역거부라는 이슈를 통해 여러분께 질문을 드리고 있는 거다. 어떻게 하
면 조금 더 인간을 인간으로 대우해주는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는가를… 투쟁을
위한 외침이 아닌, 내가 겪고 있는, 그리고 비슷한 처지의 다른 누군가가 겪고 있
을 상황에 대한 단순한 대꾸로써 말이다.
난 그저 '당연한' 희생이 별 의심없이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조금이나마 개선되기
를 희망하기에, 모든 사람이 전과자가 되는 게 무서워서 '나를 잡아드쇼' 하는 것
은 아님을 잠시 상기시키려 할 뿐이다. 징병제를 열렬히 옹호하던 가수가 미국 시
민권 한 방으로 엿먹일 수 있는 정도의 '신성함'을 위해, 정말 어려운 사람들의 현
실이 무시되어서야 쓰겠는가.
한마디로, 단순한 계급의식의 발로일 뿐, 대단한 소명의식 같은 건 내게 없다. 나
는 아직 그런 걸 가질 만큼 완전히 치유되지 못했으므로... 게다가 냉전교육을 다
시 받아야 하는 군 복무는 어차피 처음부터 선택사항에 포함되지도 않았으니, 병
역거부가 대단할 것도 없다. 수긍 아니면 면제 아니면 거부지 뭐.
감옥에서의 계획…
이라고 해봤자 별 거 있겠나. 현재로선 언제 들어갈지도 불명확하고…
그래도 한 가지 꼭 하고 싶은 게 있다. 바로 틈만 나면 칼집에서 삐져나오려 애쓰
는 내 마음의 칼을 버리는 일 - 앞으로도 국가주의의 피해자들을 끊임없이 만나
게 될텐데, 그 때마다 균형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면 삶
이 피곤하지 않겠는가? 대인기피증마저 생기면 어쩌라고.
그리고 욕심을 조금 부려보자면, 수감되기 전에 시간이 좀 넉넉했으면 좋겠다. 어
린 시절부터 내게 행해진 정신적 백색 테러를 떠올릴 때면 머리가 아프고 혼잣말
이 나오다 못해 심장까지 아프니까. 음... 다행히 이런 것들로 인한 발작의 심한
고비는 2년 전쯤에 스스로 넘겼으니, 이제 약간의 약물치료와 상담이면 되지 않
을까 싶다.
단상
군대는 한국 사회에 남은 최후의 성역임에 틀림없다. 원래부터 징병제 자체가 많
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니, 지난 시대 상황을 감안할 때 아예 논의를 원천봉쇄
해야 했던 점도 일면 이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기에 징병제가 반드시 이러한 방식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걸까? 병역
에 응한 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에 굳이 비뚤어진 안보 논리를 각인 시켜야만 국방
력이 향상되는 것도 아니고, 면제자의 증가를 막기 위해 '고의적으로 국민의 생활
고를 외면할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군대를 위해 동원되는 야바위 기법도 이제 좀 바꿨으면 한다. 군복무에 응하는 사
람들은 국가의 도구가 아니다. 가기 싫은데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 어거지로 끌려
갔건, 조국을 위해 기쁘게 입대했건, 그들 모두 대한민국의 소중한 시민들이지 않
은가. 되쟎은 훈계에 앞서, 가능한 최대한의 처우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는
것이 순서이지 싶다. 군대에 가면 태권도 배워서 좋고, 인내심 길러서 좋다고? 어
련하겠나. 대한민국은 사계절이 있어서 자랑스러운 나라래더라.
아울러 최소한의 타협안도 이제 좀 필요하리라 본다. 대체복무제 정도의 대단히
온건한, 그리고 이미 논의의 여지도 없는 절충안을 수용하지 못할 만큼 절박한 이
유나 명분은… 적어도 완전 거부자인 본 기자가 보기엔 없다.
더구나 병역거부에 흔히 붙어다니는 "양심"이라는 용어가 남의 지갑 찾아주는 일
반적인 양심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국가 앞에 게워낼 필요"가 없는 모
든 사람의 사상을 때로는 국가안보의 이름으로, 그리고 때로는 특정 종교의 이름
으로 부정해야만 유지될 만큼 유약한 나라에서 내가 살고 있다고는 생각하기 싫
다.
끄읕~
이제 좀, 가벼워졌으면 한다.
서울대 비판권을 얻기 위해 전국 3000등 이내에 들 필요는 없다. 외국인 노동자
의 인권 개선을 논하기 위해 타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살아볼 필요도 없고, 입시 지
상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굳이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할 이유도 없다. 이렇게 당연
한 상식을 군대와 관련된 비판에 적용하지 못한다면, 그건 군대의 특수성 때문이
아니라 타의에 의한 가치관 조기형성의 탓일 게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군대의 사회화이지 사회의 군대화가 아니지 않
은가? 이제 군대에 관해서도 조금 밝은 곳에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발언권을
인정하며 함께 논의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에서 출발하는
게 어떻겠는가?
그럴 수 있기를 본 기자 진심으로 기대한다. 나와 생각이 다른 분들, 나와 같은 방
법을 택하셨되 동기가 다른 분들, 그리고 원래부터 병역의무와 상관없는 세상의
반쪽 여러분, 그 모든 이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다름과 같음을 통해 인간을 위한
사회를 토론했으면 좋겠다. 물론 그 논의를 위해 나 역시 열심히 생채기를 치료해
야겠고 말이다.
조만간에… 부디 조만간에 그런 날이 오길 바라마지 않는다.
사과의 말...
정말이지 이념이네 사상이네 하는 얘기를 쓸라치면 발작부터 일어난다. 이 짧은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서 두통 참아가며 하룻밤을 꼬박 잡아먹었으니, 메일 답장
은 아예 시도를 못한다고 깨놓고 인정하는 게 예의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마음
의 여유도 없는 게 사실이다. 이 점 너그럽게 이해해주십사 부탁드리는 바이다.
물론 답장이 필요없는 욕멜은 맘대로 보내셔도 된다. 첫 줄 읽고 닫아버리는 건
내 자유이니까.
따스한 식목일 아침에 사시나무가 되어 있는…
REMEDY_SEEKER
(remedy_seeker@yahoo.co.kr)
생계문제로 병역면제를 받으려 했으나 실패한 한 사람의 얘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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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난 투사이고 싶지 않다.
"내가 설령 더 이상 혁명가가 아니고 실천적 휴머니스트 내지는 인권운동가라 하
더라도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을 권력 앞에 게워낼 필요는 없는 법이
다." -강용주-
암, 그렇고 말고.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수배 생활로 만신창이가 된 젊은이들
에게 준법 서약을 요구하는 사제가 있고, 그 순진한 바보의 주장에 진리치 T를 부
여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자처하는 곳 -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솔직히, 그렇기에 나는 그저 한동안 조용히 살고 싶다. 지나간 기억이든, 군대와
관련하여 상존하는 동원논리든, 아니면 아직 남아있는 사상적 경직성이든...애써
외면하며 살고 싶다. 살벌한 논의에 굳이 끼어들어 간신히 아물어가는 상처를 덧
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게다가 나처럼 극단에 서지 않으려고 애쓰는 회색분자
는 양쪽에서 얻어터지기 일쑤이니까.
그래서 본 기자는 생계사유 군면제에 넉넉히 해당될 만큼 어려운 가사 상황에 오
히려 감사할 수 있었다. 일부러 정치적 거부를 선언하고 감옥에 들어가지 않고도
그냥 묻혀버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세상 일이 뜻대로만 되던가? 아무리 남에게 말을 걸고 싶지 않아도, 최소
한 대꾸는 해줘야 할 상황이 있게 마련이다. 잠시 본 기자와 병무청 생계담당 직
원의 대화를 옮겨본다.
직원: 음… 부양비율은 맞네요. 부모님의 재산액은 얼마나 되죠?
나: 없는데요.
직원: 집은 있을 거 아니에요? 하다못해 전세방이라도…
나: 없어요. 어차피 조사해보면 나오는 거 뭐하러 거짓말 합니까? (쓰파, 사업실
패도 죄니?)
직원: 좋아요. 그러면 부모님의 소득은 얼마나 되죠?
나: 작년엔 제로에 가까웠고… 올 초부터 아버님이 약간 벌기 시작하셨죠. 보증인
들에게 피해줄 거 뻔히 알면서 파산신청을 내실 분이 아니거든요. 조금이라도 빚
을 갚으신다며… 넉 달 동안 월 100만원 정도씩 송금하신 걸로 압니다.
직원: 그러면 안 됩니다. 소득액 초과에요.
나: 어차피 그 돈이 어떻게 나가고 얼마가 남는지는 계좌에 다 드러나지 않습니
까? 융자금 이자 같은 걸로 상당부분이 빠져나가서 생활에 큰 도움이 안 되는데
요. 원금상환은 생각도 못하구요.
직원: 그래도 안 됩니다.
나: 만약 실제 남는 돈이 하나도 없는 경우라도요?
직원: 물론이죠. 실제 상황과는 상관 없어요. 중요한 건 법적인 기준에 맞는가 하
는 거죠.
나: 생활이 이렇게 어려워도 말인가요?
직원: 그럼요. 실제 상황을 감안해서 면제판정을 내리면 면제자 수가 엄청나게 늘
어나니까 할 수 없잖아요? 아버님이 지금 퇴직하신다 해도 앞으로 넉 달은 기다
려야 기준에 맞겠네요.
나: 원래 소득액 기준은 지난 1년간의 수입을 평균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
면 지난 4개월의 수입을 작년의 8달과 합산하여 평균을 내야 정상 아닌가요?
직원: 그렇게는 안 되요. 1년이 안 되더라도 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따지니까.
나: 소득이 없어진다면?
직원: 소득이 있었던 시기를 합산해서 평균하죠.
나: 대단하네요.
그녀는 너무도 당당했고, 계좌추적 한 번이면 뻔히 증명될 생활고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녀의 말을 수긍해서가 아니라, 그 당당함에 놀라 본 기자는 아
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국가의 필요에 의해 얼마든지 생존권을 외면당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현실이 한편으론 우습기
도 했다. 지금껏 얼마나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이렇게 무시되었을까?
하지만 그녀를 탓하고 싶지 않다. 설령 내가 읽은 당당함이 그녀의 진심이라 해
도 말이다. 국가를 위해 개인 따위는 사정없이 무시해도 좋다고 가르치던 의무교
육에서 나와 비슷한 연배인 그녀가 과연 자유로울 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결정권
도 없는 사람인 것을…
그렇다면 병무청의 죄일까? 그렇게 치부할 수 있다면 욕이라도 시원하게 해주겠
지만, 그 기관의 결정권자들 역시 나와 똑 같은, 아니 어쩌면 더 심한 경직성에 길
들여지도록 강요받았던 '사람'들이다. 반세기를 이어온 국가주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거부 의사를 밝히며 병무청 징집과 직원 분
들과 웃으며 농담 따먹기 하다 왔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
고…)
그래서 병역거부라는 이슈를 통해 여러분께 질문을 드리고 있는 거다. 어떻게 하
면 조금 더 인간을 인간으로 대우해주는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는가를… 투쟁을
위한 외침이 아닌, 내가 겪고 있는, 그리고 비슷한 처지의 다른 누군가가 겪고 있
을 상황에 대한 단순한 대꾸로써 말이다.
난 그저 '당연한' 희생이 별 의심없이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조금이나마 개선되기
를 희망하기에, 모든 사람이 전과자가 되는 게 무서워서 '나를 잡아드쇼' 하는 것
은 아님을 잠시 상기시키려 할 뿐이다. 징병제를 열렬히 옹호하던 가수가 미국 시
민권 한 방으로 엿먹일 수 있는 정도의 '신성함'을 위해, 정말 어려운 사람들의 현
실이 무시되어서야 쓰겠는가.
한마디로, 단순한 계급의식의 발로일 뿐, 대단한 소명의식 같은 건 내게 없다. 나
는 아직 그런 걸 가질 만큼 완전히 치유되지 못했으므로... 게다가 냉전교육을 다
시 받아야 하는 군 복무는 어차피 처음부터 선택사항에 포함되지도 않았으니, 병
역거부가 대단할 것도 없다. 수긍 아니면 면제 아니면 거부지 뭐.
감옥에서의 계획…
이라고 해봤자 별 거 있겠나. 현재로선 언제 들어갈지도 불명확하고…
그래도 한 가지 꼭 하고 싶은 게 있다. 바로 틈만 나면 칼집에서 삐져나오려 애쓰
는 내 마음의 칼을 버리는 일 - 앞으로도 국가주의의 피해자들을 끊임없이 만나
게 될텐데, 그 때마다 균형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면 삶
이 피곤하지 않겠는가? 대인기피증마저 생기면 어쩌라고.
그리고 욕심을 조금 부려보자면, 수감되기 전에 시간이 좀 넉넉했으면 좋겠다. 어
린 시절부터 내게 행해진 정신적 백색 테러를 떠올릴 때면 머리가 아프고 혼잣말
이 나오다 못해 심장까지 아프니까. 음... 다행히 이런 것들로 인한 발작의 심한
고비는 2년 전쯤에 스스로 넘겼으니, 이제 약간의 약물치료와 상담이면 되지 않
을까 싶다.
단상
군대는 한국 사회에 남은 최후의 성역임에 틀림없다. 원래부터 징병제 자체가 많
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니, 지난 시대 상황을 감안할 때 아예 논의를 원천봉쇄
해야 했던 점도 일면 이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기에 징병제가 반드시 이러한 방식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걸까? 병역
에 응한 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에 굳이 비뚤어진 안보 논리를 각인 시켜야만 국방
력이 향상되는 것도 아니고, 면제자의 증가를 막기 위해 '고의적으로 국민의 생활
고를 외면할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군대를 위해 동원되는 야바위 기법도 이제 좀 바꿨으면 한다. 군복무에 응하는 사
람들은 국가의 도구가 아니다. 가기 싫은데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 어거지로 끌려
갔건, 조국을 위해 기쁘게 입대했건, 그들 모두 대한민국의 소중한 시민들이지 않
은가. 되쟎은 훈계에 앞서, 가능한 최대한의 처우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는
것이 순서이지 싶다. 군대에 가면 태권도 배워서 좋고, 인내심 길러서 좋다고? 어
련하겠나. 대한민국은 사계절이 있어서 자랑스러운 나라래더라.
아울러 최소한의 타협안도 이제 좀 필요하리라 본다. 대체복무제 정도의 대단히
온건한, 그리고 이미 논의의 여지도 없는 절충안을 수용하지 못할 만큼 절박한 이
유나 명분은… 적어도 완전 거부자인 본 기자가 보기엔 없다.
더구나 병역거부에 흔히 붙어다니는 "양심"이라는 용어가 남의 지갑 찾아주는 일
반적인 양심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국가 앞에 게워낼 필요"가 없는 모
든 사람의 사상을 때로는 국가안보의 이름으로, 그리고 때로는 특정 종교의 이름
으로 부정해야만 유지될 만큼 유약한 나라에서 내가 살고 있다고는 생각하기 싫
다.
끄읕~
이제 좀, 가벼워졌으면 한다.
서울대 비판권을 얻기 위해 전국 3000등 이내에 들 필요는 없다. 외국인 노동자
의 인권 개선을 논하기 위해 타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살아볼 필요도 없고, 입시 지
상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굳이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할 이유도 없다. 이렇게 당연
한 상식을 군대와 관련된 비판에 적용하지 못한다면, 그건 군대의 특수성 때문이
아니라 타의에 의한 가치관 조기형성의 탓일 게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군대의 사회화이지 사회의 군대화가 아니지 않
은가? 이제 군대에 관해서도 조금 밝은 곳에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발언권을
인정하며 함께 논의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에서 출발하는
게 어떻겠는가?
그럴 수 있기를 본 기자 진심으로 기대한다. 나와 생각이 다른 분들, 나와 같은 방
법을 택하셨되 동기가 다른 분들, 그리고 원래부터 병역의무와 상관없는 세상의
반쪽 여러분, 그 모든 이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다름과 같음을 통해 인간을 위한
사회를 토론했으면 좋겠다. 물론 그 논의를 위해 나 역시 열심히 생채기를 치료해
야겠고 말이다.
조만간에… 부디 조만간에 그런 날이 오길 바라마지 않는다.
사과의 말...
정말이지 이념이네 사상이네 하는 얘기를 쓸라치면 발작부터 일어난다. 이 짧은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서 두통 참아가며 하룻밤을 꼬박 잡아먹었으니, 메일 답장
은 아예 시도를 못한다고 깨놓고 인정하는 게 예의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마음
의 여유도 없는 게 사실이다. 이 점 너그럽게 이해해주십사 부탁드리는 바이다.
물론 답장이 필요없는 욕멜은 맘대로 보내셔도 된다. 첫 줄 읽고 닫아버리는 건
내 자유이니까.
따스한 식목일 아침에 사시나무가 되어 있는…
REMEDY_SEEKER
(remedy_seeker@yaho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