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내 20대는 어떠했나를 생각해봅니다.

(아.. 물론 아직 20대이긴 합니다만.. 거의 끝나가거든요.)



매일(까지는 아니고 자주) 술마시던 기억이 납니다.

비교적 평온한 집안에서 자라선지 대학생수준의 술값이 부족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로 제가 술을 사게 되는 형국이 되서 자주 집에 SOS를 치기는 했지만요...ㅋ)

군대가기전에도 술을 자주 마셨지만

군대에 다녀와서도 술을 자주 마셨습니다.



대부분의 고등학교 동창들이 도서관에서 토익공부하고 취직한다고 입사준비할때

저는 마지막 낭만을 부르짖으며 대학교 친구들과 낙산에 올라 팔각정에서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제가 없으면 술값이 없어서

호프집에가서 3000cc만 시켜서 강냉이와 마시다가 나온 사람들과 친해선지

우리가 향유했던, 심히 불안하지만, 시대와 뒤틀린 낭만들이(혹은 뒤쳐진) 꽤나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주위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그건 낭만이 아니라 방만일지도 모른다구요.

저도 제가 너무 방만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낭만이 방만으로 바뀌고 난 순간부터 세상이 아찔해지고 무서워지더군요.

그때부터 1년동안 집에서 백수처럼 놀았습니다.

1년의 끝에 이르느니.. 얼굴이 탱탱부은 미쓰라진이 되어 있더군요. 머슴수염까지 함께요. (목늘어난 티는 필수 아이템이었죠.)



그리고 방만을 모두 없애려고 정신없이 일했습니다.

월화수목금금금을 몸으로 느끼면서

정신없는 업무속에 병원에 입원하도 하고 그랬죠.



그러던 어느날.. (병원에 입원해서 병실 침대에 누워 생각을 했다면 멋있었을텐데 그러진 못했죠)

낭만을 방만으로 바꾸었던 사실이 날 얼마나 얽메어 왔냐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모두 도서관에 다닐때 도서관 밖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흥청망청 살았다는게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에 밑거름이 되었다는 걸 알게되었죠.



이 사실을 알게되면서...

낭만을 알던 그 사람들이 매우 그리워졌답니다.

그리고 다시 만나 방만을 낭만으로 바꾼채 유유자적 즐기고 있죠.


뭐 그 낭만의 시대를 거쳐온 사람들도..

이젠 유부남이 되고

조금은 잘 나가는 작가(?)가 되고 해서 예전같은 낭만을 느낄수는 없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낭만이라는 퇴행과 시대착오가 여전히 우리에게는 남아있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