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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주는 포스가 심상치 않다. 닛카쓰 로망 포르노 영화 <섹스 헌터>는 뛰어난 재능을 소유한 발레리나가 애욕의 늪에 빠진 채 섹스의 화신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박진감 넘치게 묘사한 에로틱 영화의 진수다. 영화의 주인공은 미키라는 소녀다. 그녀는 장래가 약속된 실력있는 발레리나로 공연이 끝난 뒤 한 여자에게서 꽃다발과 카드를 받게 된다. 미키를 찾아온 이는 전직 프리마돈나로 은퇴 뒤 후배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미모의 중년 여성 쿄코다. 한때 자신의 우상이기도 했던 쿄코를 따라 아무 의심 없이 그녀의 집으로 들어간 미키. 그곳에서 쿄코가 권하는 와인을 마신 뒤 몸이 풀린 미키는 자신을 범하려는 쿄코를 거부하려 하지만, 결국 쾌락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닛카쓰 로망 포르노 영화의 매력은 파격적인 소재 선택과 자극적인 묘사에 있다. <섹스 헌터>는 이 둘을 가볍게 충족시킨다. 영화의 8할이 미키가 쿄코와 집사에게 번갈아가면서 능욕당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동성애를 기본으로 미약을 사용해 성적 판타지를 키우기도 하며, 묶어놓은 채 콜라나 채찍 같은 도구를 사용해 유린을 한다. 이상한 것은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치욕의 과정을 겪으면서 미키는 섹스와 변태적 행위들이 주는 쾌락에 도취당한 채 점점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점이다. 성애영화가 주는 자극은 단순히 노출 수위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탄탄한 이야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관객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공감을 하며 빨려들어갈 수 있어야 성애장면들이 더 돋보이게 된다.

<섹스 헌터>의 강점은 단 한번도 섹스 경험이 없는 순수했던 미키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락하면서 섹스의 화신으로 거듭난다는 설정 때문이다. 밤낮으로 끊임없이 자행되는 능욕으로 점점 길들여져가는 육체와 그 자신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본능이 깨어나면서 색의 화신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쥘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섹스 헌터>는 잘 만든 성인영화다. 로망 포르노 영화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자극적인 영상들로 가득 채워져 있고, 미키 역을 연기한 여배우는 소녀와 성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도발적인 외모와 쾌락에 빠져드는 순간의 표정들을 능숙하게 연기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매력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애욕의 늪으로 빠져들어가는 여자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요하게 담아냈다는 점이다. 제아무리 포르노가 범람을 해도 진정한 성애영화는 무조건 노출이 아닌 수위 조절의 연출과 연기, 그리고 여배우의 육체에 대한 묘사다. <섹스 헌터>는 내면에 품고 있는 애욕의 감정을 탐미적 영상으로 훌륭하게 재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