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가족들과 식사를 마치고 조금 두런두런 하다보니 어느새
일곱시가 넘더군요. 헤어져 혼자 지하철을 타고 부산역에
도착하니 기차 시간이 40분 쯤 남았습니다.

부산발 서울행 밤 9시 5분 KTX

부산역은 바람을 한 껏 머금은 사각돛 모양을 닮았습니다.
현대적인 느낌을 낸 요즘의 여느 건물들 처럼 유리와 철골로
외양을 차린 정감없는 모습이지만 그나마 부풀어 오른 돛을
따온 디자인이 나름 멋스러움이 있어 나쁘지 않습니다.

부산역 광장은 넓습니다. 대저 서울역 광장에 비하면 못해도
두어배는 족히 더 넓습니다. 허나 시원한 그 넓이에 비해
그리 정성을 두고 다스린 면은 없어서 그냥 데면데면 넓기만
하니 따로 쟁여지는 정감이 없습니다. 그나마 군데군데 나무
몇 그루에 넓기라도 하니 서울역 광장보다는 윗길입니다만.

부산역에 내리면 바람 결에 소금내가 묻어옵니다. 알고보면
부산역 뒤가 바로 부산항 3부두이기도 해서 그렇습니다.
걸어가면 15분쯤 거리입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도시의 매연과
자잘한 냄새들 때문에, 워낙 예민하지 않으면 바람결에서 바다
내음을 느끼기 쉽지 않고, 익히 바다에 살아 그 내음에
익숙하지 못하면 느껴도 또 그게 연한 바다 내음이구나 하는 걸
모릅니다.

역사 모양이 바람을 품은 큰 돛을 닮았고,바람 결에 바다내음 마저
묻어오니 부산역은 여행을 떠날 마음을 품기에 좋은 곳입니다.
언제나 그렇습니다만 엮어온 일정에 매여 선듯 어디 발길을
뻗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잠시나마 가슴에 커다란 돛이
펴지고 멀리 바다가 활짝 열리는 기분이나마 느꼈으니 그만이라도
나쁘진 않습니다. 그렇게 도근도근 객의 마음을 다독여봅니다.

이제 기차 시간이 11분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