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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무협의 거두 김용, 양우생과 달리 추리무협의 세계를 홀로 개척해나간 고룡. 그는 대만 무협소설의 군계일학과 같은 존재다. “무초가 유초를 이긴다”는 논리에 그의 작품은 더 없이 잘 어울린다. 그는 김용이나 양우생과 달리 고수들의 결전을 섬세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애당초 등장부터 초절정 고수가 부지기수며, 각고의 노력 끝에 대협이 되는 험난한 수련의 과정 따위는 관심 밖이다. 단문 위주로 문장을 휘갈기는 고룡에게 초식을 자세히 묘사하는 것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그로 인해 결투는 늘 간결하다. 심지어 초식이 없는 경우도 있다.

고룡의 필력은 분명 김용과 양우생에게 뒤지지만, 그는 추리 무협이란 독특한 장르로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추리는 그의 작품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으며, 개성이 특출하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한 캐릭터 창조에도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사건을 만들고 거기에 살과 뼈대를 덧붙이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내공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또한 그의 작품은 문학성보다는 철저한 상업성을 앞세웠기 때문에, 남녀 관계 묘사에 있어 음탕한 묘사가 빠지지 않는다. 이 또한 고룡의 특징으로 유난히 풍류남아가 많은 등장인물의 탓이다.

그의 작품은 늘 살인이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살인의 이면에는 음모와 계략이 있고, 이를 해결하는 탐정과도 같은 인물이 사건을 해결한다. 그리고 범인은 늘 가까이에 있다. 고룡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초류향(楚留香)> <절대쌍교(絶代雙驕)> <육소봉전기(陸小鳳傳奇)>가 모두 이 법칙에 속한다.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인장처럼 그만의 개성이 특출해 한번 책을 집으면 헤어날 길이 없다. / 펌 : 시네21 김종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