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오늘 종교 관련 교양수업시간에 특강을 들었습니다.
강사는 15년동안 신학교 시간강사 생활을 하시다 잘린 목사님이었습니다.
동정녀 마리아'설'을 부인했다는 이유로 쫓겨났답니다.

특강 제목부터 비범하더군요.
'한국의 대다수 교회는 왜 예수를 배반했는가?"

이력에 걸맞는 은혜로운 말씀..들이 초장부터 쏟아져 나왔습니다.
"오늘날 기독교는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종교가 되었다."
"한국의 교회는 증오를 조장한다."
"종교는 마약이라는 명제는 아직까지 유효하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한국교회는 20 대 80의 사회를 옹호하는 암적인 존재다.."

두눈 부릅뜨고 말씀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귀담아 들으려 했지만...
밤을 꼴딱 새고 들어간 수업(원래부터 그냥 자려고 맘먹고 들어간 수업이었죠.. 특강하는 줄도 모르고..-_-;;)이었기에..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특강 대부분을 흘려버리고 말았네요. 안타깝게도...

그나마 건진 몇대목 중에 인상적인 내용이 있어 이렇게 글 올립니다.



"...누가 네 오른뺨을 때리거든 왼뺨도 돌려 대어라."(마태복음 5장 39절)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유명한 구절이죠.
예수의 비폭력 평화주의를 상징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게 사실은 성경 번역 당시 지배계급이 의도적으로 오역한 구절이라고 합니다.
약자에게 순종과 굴복을 강요하는 이야기란 말이죠.
왕이, 귀족이, 부자가 오른뺨을 때리거든 그냥 맞고만 있으라구요.
상위 계급의 강자들에게 대항할 생각일랑 아예 하지를 말라구요.

하지만 예수께서 말씀하신 참뜻은 그게 아니라고 합니다.
이 구절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폭행에 관한 유대인들의 문화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유대인들 세계에서 왼손으로 다른 사람을 때리는건 절대적으로 금기시 된다고 합니다.
같은 조건에서 오른손으로 때렸을때의 벌금보다 왼손으로 때렸을때의 벌금이 사백배 이상일 정도로요.

그리고 또하나 주먹이나 손바닥이 아닌 손등으로 때리는 것은 상대방을 모욕하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합니다.
남편이 아내를 때릴때(유대인 사회 역시 강력한 가부장제 사회라고 하죠..), 주인이 노예를 때릴때 손등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손등으로 때린다는 것은 때리는 사람이 맞는 사람보다 계급이 우월하다는 의미인 것이죠.

자 이제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는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봅시다.
누군가 한 사람이 마주고 있는 사람의 오른뺨을 때렸습니다.
왼손으로 때리는 걸 금기시하는 유대 사회니 당연히 오른손으로 때렸겠죠.
마주본 사람의 오른뺨을 오른손으로 때린 것입니다.
팔을 비틀지 않는한 주먹이나 손바닥으로 때릴 수는 없습니다. 손등으로 때렸다는 이야기죠.

손등으로 때렸다는 것.. 이는 곧 때린 사람과 맞은 사람의 차별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강자가 약자를 힘으로 깔아뭉개 버렸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맞은 사람이 가만히 있는게 아니라 왼뺨까지 들이밀고 있습니다.
이건 무슨 의미인가요. 손등이 아니라 주먹으로, 손바닥으로 때리라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너의 노예가 아니다. 너와 나는 같은 인간이다. 너는 나보다 상위계급이 아니다"란 이야기입니다.

예수께서 왼뺨과 오른뺨의 비유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이 말콤엑스와 같은 폭력적인 저항은 아닙니다.
그는 언제까지나 평화와 비폭력을 고수하셨죠.
하지만 그가 말한 평화와 비폭력이 차별에 대한 비겁한 굴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이죠.
폭력으로 나를 억누르는 세력에게 똑같이 폭력으로 대항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자아를 부인하고 차별을 용인할 수는 없다. 폭력으로 나를 누르려는 너와 같은 인간임을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말입니다.

이 내용을 듣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평소 맘에 안드는 성경 구절이 꽤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구절이었거든요.
앞서 언급한것 처럼 비겁한 굴종을 뜻하는 구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게 오해였습니다.
과거 지배자들의 고의적인 오역으로 말미암은 오해였던 거죠.

생각을 해봤습니다.
오늘날 내가 오해하고 있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예수의 모습들이 또 얼마나 더 있을까.
지배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짜맞춰 놓은 틀에 갇혀 놓쳐버린 것들..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버린 예수의 말씀이 얼마나 많이 있을지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창기와 아이들, 병자들의 친구였던 예수의 순수함 위에
권력 가진 이들이 더럽고 추하게 덧칠한 그을음의 두께는 과연 얼마나 될지...


모태신앙으로 자라 지금까지 25년간 그래도 아직은 이력서 종교란에 '기독교'를 적는 사람으로서...
종교편향이라니 무슨 소리냐며 혀를 끌끌 차던 목사 꼴보기 싫어서 교회 뒷문으로 삥둘러 빠져나온 '나일롱' 신자면서..
그래도 아직까지는 '개독', '개독'소리가 못내 불편한 사람으로서..
조심스럽게 부탁한가지만 드립니다.

지금 한국 기독교.. 대형교회.. 막장 목사들, 신자들 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잘못된 것 알면서도 어떻게 해볼 생각도, 기력도 없는 일반 신자들도 책임이 있음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인간들의 추악한 모습때문에 섣불리 예수를 욕하고 경멸하지는 말아주시기를...조심스럽게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