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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명사] 백합과의 다년초. 중국 서부 원산의 재배 식물로, 높이는 60cm가량.
잎은 속이 빈 대롱 모양이며, 초여름에 원추형의 꽃줄기 끝에 흰 꽃이 핌.
잎에는 독특한 냄새와 맛이 있어 음식의 맛을 더하는 데 쓰임.'

사전의 설명대로 파는 주로 다른 주재료의 맛을 돋우는 데 쓰이는 부재료다.
하지만 때로 파김치나 파절임등 하나의 독립된 음식이 되기도 한다. 또는 생으로
간장 등의 소스를 곁들여 먹기도 한다.

어느 때 부터인가 파를 제법 즐겨 먹기 시작했다. 갖은 음식에 곁들여진 파를
골라먹고 생으로도 종종 먹곤한다. 어릴 땐 파를 가리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즐겨 먹는 편도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별다른 계기나 이유 없이
시나브로 파를 좋아하게 됐다. 군 제대 후 대학에 복학했을 때 쯤 학교 앞 식당에서
밥을 먹다 그 사실을 깨달았었다.
그 순간 문득 든 생각이 '파는 어른의 맛'이란 것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파를
좋아하지 않는다. 조금 맵싸하면서 들큰한 향에 아삭거리는 식감이 그다지
아이들이 좋아할 음식은 아닌 것 같긴하다. 어쩌면 나만의 경우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여하튼 파가 어른의 맛이란 생각을 해낸 후 조금 흡족한 생각이 들었었다. 누군가
내게 자신이 어른인 증거를 물어온다면 '난 파를 좋아해!'라고 말해주리라 생각했었다.
그 것만으로 스스로가 어른임을 증거하는 데 충분한 조건이 될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내가 어른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들게한 것이 바로 '파' 또는 '파맛'이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그 후로 아무도 '너는 어른이냐?'라고 물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뒤로 십여년이 흘렀지만 난 스스로에게서 파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빼고는 더 이상의
어른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을 발견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난 '어른'이란
어떤 일반적 상태에 항상 일정 정도의 결핍감을 가지고 있다. 주변을 스쳐가는 동년배나
후배들이 쉬이 어른이 되는 것을 보면서 약간은 경이와 외경의 감정을 가졌던 것 같다.
여즉 계속 아이일 뿐인 나를 탓하면서 말이다. '어른이 된 다는 것은 무엇인가' 또 '어른이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하는 것에 대해선 나는 항상 잘 모르겠다. 다만 주위의
누군가가 어른이 되면 그 것을 눈치채긴 하지만 말이다. 때때로 어른이 된 그들에게 
'파을 좋아하냐'고 물어보고 싶긴 했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 어떤 상태에 다다르게 되는 데는 파를 좋아하는 것 외에 또 다른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