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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해 언어적으로 접근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차라리 실제 체험으로 가는 것이 더 정확한 접근 방법입니다.

문제는 실제 체험에서 느낀 사랑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변화를 가리키고 있는 것인지 구분이 확실치 않다는 데 있습니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사랑은 무엇인가 더 관심을 두고 더 애써주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이러한 관심이나 정을 주는 것이 정말로 옛부터 기록된 진정한 사랑의 상태라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애인이 변심했다고 하여 살해할 생각을 한다거나,
애인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다고 하여 복수 한다거나 하는 감정의 상태와
사랑이 동일한 마음 속에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반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른바 사랑이라는 상태는 진정한 상태와 진정하지 못한 상태로 분별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별력은 책을 읽어서 알기는 어렵고, 체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겠지요.
그런데 체험은 진정한 상태와 그렇지 못한 상태의 적어도 두 가지 체험이 있어야 됩니다.

문제는 보통의 경우 진정하지 못한 상태의 사랑을 반복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에 사랑 중에서 특정한 때와 장소만을 그 이외의 것들과 분리시켜
그때야 말로 최고였어 라고 선택적으로 기억하게 마련이라는 것이죠.
이런 경우의 종말은 사랑이 기억이라는 과거의 한때에 갇혀버려 영원함이라는 특성을 사라지게 한다는 겁니다.

특히 <사진찍기>라는 행위에 이러한 사랑에 대한 오해가 잘 들어있다고 생각됩니다.
사랑은 그 진정한 상태로 말미암아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것이지만,
진정하지 못한 사랑을 경험하느라 사랑의 영원성이 사진에 의해 담보되는 것으로 생각케 되어버린 것이죠.
(그렇다고 진정한 사랑의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사진을 아예 찍지 않으려 한다는 건 아닙니다)

요컨대 자기 인생의 체험 내에서 사랑인 상태와 사랑 아닌 상태가 명확히 구분될 수 있어야
사랑에 대해 안다 혹은 모른다 라고 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죠.

사랑의 상태와 잘 구분되지 못하는 진정하지 못한 사랑의 상태에는 유혹이나 매력에의 끌림 등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유혹이나 매력은 영원하지 않고 단기적인 무엇인가에 의존하기 때문에 당연히 사랑같아 보이지만 사이비 사랑입니다.

그렇다면 세상에 진정한 사랑과 사이비 사랑 중에 어느 쪽이 더 많은가를 비교해 볼 수 있겠지요.
제 생각에는 진정한 사랑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것은 인류의 번영이라는 현실로 증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모든 사람 혹은 모든 생명체가 더불어 사랑을 느끼는 상태는 아닐지라도
부모 자식간의 사랑이나 슈바이처 마더 테레사 같은 소수의 사람들의 사랑만으로도
인간의 문명은 붕괴되지 않고 더 번영할 힘을 얻고 있으니까요.

젊은 연인들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과 그렇지 못한 사랑의 대치 전선이 매우 팽팽한 영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경우엔 진정한 사랑이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엔 그저 상대방의 매력에 끌려가는 거죠.
그렇지만 적어도 짝짓기 본능이 자유경쟁을 통해 건강한 수준에서 일어날 수 있고
소수의 진정한 사랑을 틔워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젊은 연인들의 관계맺기는 정당화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친구가 친구를 아끼고, 전우를 위해 목숨을 내어놓는 사랑 이외에
젊은 연인들간의 사랑이라는 새로운 장이 근대문명과 더불어 열린 것은
어쩌면 최후의 승부가 아닐까도 싶습니다.

사랑의 힘이 고대에서부터 점차로 강해지다가 이제는 전혀 모르는 남녀 사이에서 그 사랑의 힘을 증명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지원배경은 각종 드라마, 노래, 소설 등 문화적 배경입니다.
경제적인 욕구, 짝짓기 본능을 문화적으로 최종적으로 통제하겠다는 문명의 힘이 남녀 간의 연애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 보입니다

연애라는 관계에서 사랑을 꽃피운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하고, 혹시 그런 성공 사례가 있다면
정말로 대단한 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아직 그런 성공은 못해보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