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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녀들의 발언 몇 마디에 일었던 소란은
그래도 세상은 아직 이러한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건전함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증거인지.
사실은 그녀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꼴사나워지는 시대의 양상을 받아들이고 있는 속내를 들킨 것에 대한 못난 자진납세인지.

외모 성별 나이 개인의 노력으로 어찌해도 바꿀 수 없는 어떤 것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사람을 평하고 나무라는 것은 참으로 치사하고 위험한 생각이다.

그녀에게 발끈하는 이들은 모두 루저가 아니고 그녀 또한 죄인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부터 다들 알고 있었잖아?

다만 그녀는 죄인이 아니지만, 유명인이 되어버렸다.
유명해지고 싶어서 방송에 계속 출연해왔던 애초 그녀 의도대로 된 셈인가.
더불어 그녀의 발언을 빌미로 인신공격과 개인정보 파헤치기를 그만두지 않는 이들은 루저는 아닐지언정 그녀보다 더한 철딱서니들이 아닐까.

핵심은 방송의 천박함과 그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분노와 비웃음이 아닌, 인간의 가지는 가치 중 돈과 외모를 꼭짓점으로 우러러보며 돌아가는 시대의 문제이며. 그렇게 보고 자라온 비틀린 세상을 대변하는듯한 미녀들의 멘트들 또한 대다수의 사람에겐 부인할 수 없는 직접적인 현실이라는 것.
단지 저마다 뒷주머니에 억지로 꾸겨 넣고 쉬쉬하며 지녀야 했던 문제가 삐죽 겉으로 드러난 것뿐이다.

물론 나 역시도 이성의 얼굴, 몸매에 시선을 뺏기기도 하며.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외모가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그런 껍데기에 머무르는 시선이 부끄럽고 지금보다 더 성숙해져 바른 애정으로 성품, 가치관, 진심과 같은 본질적인 기준으로 사람을 볼 수 있게 되리라 믿고 있다.

좋은 사회란
구성원들이 더욱 중요하고 높은 가치를 향할 수 있도록 서로 도와주는 사회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 그 믿음에 의해 조금씩 변화하려는 사람들을 조롱하고 실망시킨 사건이다.

대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대화의 장에서.
그런 얘기를 당당히 떠들어댈 수 있을 정도로 경박하게 돌아가는 세상이. 서글프기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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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김주혁이 가을에 헤어졌다는 얘기.

6년 연애.

오래된 사귐에는 결혼하든지 정리하든지 양단간에 결론이 나와야 되는가보다.
당사자들로부터 주고받는 에너지가 그들이 생각하는 남녀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다면.
사랑을 하고자 하는 내적인 저력이 고갈되었다면.
그만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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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저들과 달리 10년째 한 여자를 만나고 최근에 결혼을 결심했다는 연상의 친구 얘기를 들으
이들이 단지 에너지를 주고받는 관계였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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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털 한 가닥 만큼의 감흥도 없었던 다른 연예인의 연애사보다 이 둘의
헤어짐이 특별히 짠하고 안타까운 기분이 드는 이유는.

정혜 때문이다.

자꾸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배우 김지수와
내가 아주 잘 아는 슬프도록 아름다웠던 여자 정혜가 겹쳐지지 뭔가.
김지수란 배우는 알지 못하지만, 그녀가 연기한 정혜는 과연. 똑바로 알고 있다.

다른 배우가 연기한 또 다른 정혜를 상상하려해도
김지수 외엔 도무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영화 속 정혜는 김지수였으며 김지수는 정혜였다.
누구나 그럴법한 일상.
상처를 끌어안고 그것이 일상을 넘어서지 않도록 덤덤한 얼굴로 꾸준히 하루를 살아내는 정혜. 넘치지 않게 일렁이는 파도처럼 눈물겹게 다들 그렇게 살고 있잖아.

정혜. 이 여자는 오늘도 걷고 또 걷고 있을텐데.
특별한 목적지가 정해져 있는 것도,
이제 더는 그녀가 걷는 도중 특별한 사건이 일어날 것 같지도 않지만.
그녀에게 낙인과 같은 아픈 기억을 품에 안고 적막하고 으스스하기까지 한 삶을 꾸려가는 여자.

"오늘 저녁, 저희 집에 오셔서 같이 식사하실래요?" 

여자 정혜를 흔들어 위로하는 작은 바람이 불어온다.
연꽃잎 같은 연약한 새로운 징조의 바람이다.

조만간, 정혜를 만날까. 
그녀가 행복해 질 수 있다는 희망을 다시금 확인하고 싶거든.

벤치에서 홀로 조용히 앉아있을 정혜에게 다가가 그녀가 자신을 얘기할 때까지 조용히 그녀 옆을 지켜 앉아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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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김사인 - 조용한 일

보이는 것과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보이지 않는 부분을. 이제 가질 수 없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되찾으려고 애쓰는 건, 너무 소모적인 일이야.
그저, 좋지 아니한가. 우리 함께 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 서로의 기운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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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의 신작을 감상하면서 좋아하는 작품을 만들었던 감독 중.
점점 뒤로 물러서는 감독과 앞으로 나아가는 감독을 잠시 나눠보았다.

이윤기는 멈추지 않고 성장하는 감독으로 남을 거라는 믿음으로 그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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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맞이란 명목하에. 착실한 저축과 맞바꾸어 쌓아가는 아득한 소비경험의 일환으로 슈트와 구두를 고르러 간 발렌시아가 매장 안에서. 번갈아 나눈 막간 대화 둘

손님 혹시 전지현씨 좋아하세요?

' 예전엔 좀 예뻐했었는데. 좋아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

여자친구 얼굴 작은 편이잖아요?

(손사레)아니야. 근데 여자친구한테만은 항상 작다고 얘기해.

'오. 정말로 사랑하는구나.'

덤으로 벤츠 CLS를 잠시 얻어 탈 기회가 있었다.
안락하고 훌륭한 성능에도
희한하지만 나는 내 차가 더 좋았다.

문득. 어린 시절 읽었던 만화 작은 아씨들 속 한장면이 떠올랐는데.

누구가 가장 예쁘고
누구가 가장 멋지고
누구는 저걸 잘하고
누구는 이걸 잘하고
하지만 난 누구보다도 너를 가장 좋아해.

당시 제일 예쁘다는 말은 좋아한다 라는 말과 같다고 여겼던 나의 어릴적 개념을 최초로 무너트린 만화였다.

둘이든 혼자이든 상관없이 세상의 많은 남녀가 지니고 있는 매력은 수시로 발하며. 저마다의 눈과 귀에 흘러들어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건 사랑의 비교우위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게 돼버리는 공식.
 
이 기억을 빌려 아직도 헷갈리는 이들과. 간 보기를 즐기는 자칭 연애박사들한테 묻고 싶다

너는 그 사람을 이뻐라한거냐. 아니면 그 사람을 좋아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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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난데없는 사랑에 대한 기대는, 아직도 내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으니.

우리가 태어날 때 -그곳은 병원일수도 있고, 택시 안, 기차 안, 비행기 안일 수도 있으며.-
그 순간부터 사랑을 관장하는 신인 Eros는 그 신비로운 장면을 살짝 지켜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가 탯줄을 자르고, 세상을 향해 힘찬 울음을 터뜨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각자의 심장에 화살을 쏘아 맞춘다.

하지만 알려진대로 그는 심술장이인 탓에.
운이 좋게 화살촉이 황금으로 된 화살에 당첨될 수도 있지만, 차가운 납덩어리로 된 화살이 날아올수도 있다.

그 결과는.

황금촉 혹은 납화살촉이 부착된 화살을 심장에 맞은 우리들은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생각을 하면서, 다른 음식을 먹으면서 살아간다.

그러다 문득, 정말 생각치도 못한 때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면 드디어 우리는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된것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불-행도 그 순-간부터.

이렇듯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는 거라고.
그것은 운명적인 것이고, 숙명적인 것은 아닐까.
아무도 바꿀 수 없는 튼튼한 인연의 줄.
어떤 노력도 부질없게 만드는. 인연의 도장.

그 사람을 세 번 만났는데, 심장이 뛰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당신이 기다리던 아깝지만 운명적인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해도 좋다.

믿거나 말거나. 믿어보면 조금 흥미진진해질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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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나란 인간이 여전히 사랑을 믿고 있다는 걸 인정할 때마다 소름이 끼칠때가 있다.
이건 좀 흐름에 맞지 않지 않나? 부자연스럽고.
아직도 내가 그런 것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건가.
정말 까발리고 보면,
난 어쩔 수 없이 낙천적이고,
난 어쩔 수 없이 너무 쉽게 믿어버리는 인간이라는 걸.

내 주위 모든 것에 대한
해석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밤이 찾아오곤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또 나는 어째서인지 미치지 못하는 인간이다.
사랑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빌려준돈은 꼭 받아야만 직성이 풀리고.
아침 이슬처럼 빛나는 눈도 보지만, 점심 식사 후 하얀 이에 두드러지는 고춧가루도 보이고.
난 사랑하기에 너무 메마른 감성을 지닌걸까?
내가 아는 사랑은 그렇게 폭발적이지도, 온 세상을 삼킬듯 거치고 열정적인 것도 아니고.
그저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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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연애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별다른 조언을 하지 않는다.는 주의다.
해봤자 당사자들에겐 결국 의미 없는 소음과 같은 가치로 전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그래도 계속해서 도움을 구하면 그들과 동시에 나 자신에게 하는 얘기가 있다.

연애 초기에 양보하지만 말고
사랑하는 사람과 맞서는 행위를 의견에 반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마라.
싸운 뒤에 차이를 조절하고 인정하는 단계를 거쳐 이 사람이 '진짜'인지 아닌지 확실해지는 법이니까.

그러니까 애써 참으려고 하지 말것.

사랑의 감정을 유지하는 데에는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연애의 첫 단추는, 그 의지가 '진짜'인지 알수있는 작업과 사랑속 의지가 굳어져, 서로가 서로에 대해 예상하는 관계로 재규정되어야 함이 필수적이다.
그러하기 위해선, 좋은 모습만큼 안 좋은 모습도 감추지 말아야하고
그에 대한 솔직한 반응도 의식적으로 억누르지 말아야 한다.
이건. 그녀와 그의 속눈썹의 길이가 얼마나 되느냐 보다 한 차원 더 깊이 들어가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오고 못배기는 방귀와 트름에 코 막고 눈 돌릴 것인가, 혹은방구 냄새와 트림을 견디며 함께할것인가의 문제이다.

너는 때로는 디러. 냄새가 나기도 해. 내 시각 청각 후각에 거슬려도 그래도 좋아하니까.
사랑한다는 말이다.

끝을 정해두고 달리는 사랑이 어디 있을까.
그렇다면. 마지막까지 어떻게 갈지. 가늠해보고,
결심한 다음. 간혹 그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사이에 낀 고춧가루를 확인시켜주고. 그녀와 나의 약간 풀려 있는 신발끈을 단단히 묶는 것이 바른 순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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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를 사랑하고
나도 너를 사랑하지만.

왜 오해와 갈등의 틈이 자꾸 벌어지고 마음과 같지 않은 일이 생기는 걸까?

그건 이를테면
소년이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이 소년을 사랑한다는 걸 알지만.
가끔 그들이 소년 때문에 소년이 그들때문에 화가 나고 눈물이 나오는 상황에 처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랑으로 구성된 감정은 일상에 치여 차갑게 식어 굳어버린 이성마저도 따스히 덮어주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연애를 더욱 돋보이고 행복하고 즐겁게 하는 장치들은.
예의, 표현, 재치가 아닐지.
이를테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몇번을 발휘해도(발회되어지는) 피곤하지 않은 사랑의 기술이라 명명해도 좋겠다.

단, 그와 그녀가 나로 인해 기뻐하는 모습에 덩달아 경이로워하는 나를 바라고 행하는 기술과 
내 자존심만을 지키고자 버티는 기싸움을 혼동하는 건 금물.

차마 말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절절함. 이 아닌, 의도적으로 행하지 않고 이리저리 재어보는 그 능숙함을, 밀고 당기기를 연애의 필수 볶음처럼 설파하는 연애철학엔 동참하고 싶지 않음을.

사랑이란 만사형통 보증수표가 아님을 인정하고 점검을 하는 일.

상대방이 수를 부리고 허튼 행동을 할 때 좌절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 내 사랑도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심리전과 의무감을 빌어 억지로 사랑을 움켜잡으려하는 우격다짐보다 사랑에도 충동과 위악 위선이라는 성분이 들어있음을 인정하고 너는 내가 아님을 깨닫는 쓸쓸함속에서 배어나오는 한줄기 진실이 '진짜' 라는것을 상대가 기억해내길 바라며 자신과 자신의 사랑을 지키는 자세가 차라리 확률높고 현명한 방법이다.

노력이 들어가는 연애는 자칫 익숙해져 덤덤해지는 연애 관계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기도 하지만
그 노력은 밀어내고 당겨오는 줄달리기가 아닌 지금보다 더 진솔한 소통과 사랑하는 사람간의 이야기를 늘려가는데 쓰여야하지 않겠나. 그럼으로서 상대를 행복하게 하는데 쓰여야 하지 않겠나.
나의 말에 상대방이 생각할 여유를 헤아리고 초조함을 이겨내어 어떤 반응에도 단절하지 않고 피하지 않으려는 노력. 온통 진심이든 혹은 거짓속 진실이든 무엇이든 말을 통해 전달하고 주고 받는 소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사랑에 근거한 사귐은 내 만족과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을 컨트롤하는 게임이 아니기에.
그건 사랑이 아니거든. 적어도 쌍방 일치하는 사랑이 될 수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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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을때
"왜?"라는 질문에 정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랑은 이미지로 다가와 실체를 남긴다.'
우리는 처음 본 순간의 그 '떨림'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후회와 상처를 남기는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

<이경덕 - 신화 읽어주는 남자>

연애에 몸을 담그는 일은 인간의 몫이 아니다. 인간의 이성 밖을 벗어난 사랑의 신. 의 임무다. 
그대를 알고 지냈던 기간과 관계없이 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 연애는 불쑥 돋아난다. 엉뚱한 타이밍. 도저히 자라나지 않을듯한 메마른 길 한복판에 아리따운 꽃 한송이가 뿌리를 내리고 뭉글한 감정의 홑씨를 뿌리며 피어오른다. 인간에게 달린 임무는 잘못하면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이 기적같은. 신묘하기만한 귀중한 꽃 한송이를 어떻게 보듬어 키우는가에 달렸다.

애석하게도 오늘날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진심은 너무도 복잡한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몇 겹의 색칠로 위장은 기본이다. 약속할게. 사랑하나요? 진심으로? 마음만으로 감정을 전해지는 시점은 이미 과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진실된 한마디엔 멋대로 상당히 많은 오해와 상상이 덧붙여지고 이러한 것을 또 해명하게 한다. 왜 그래야했는지. 왜 말하지 않았는지.
왜 내가 첫번째가 아닌지를 묻는 상대를 향해 마른 침을 삼켜가며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말하지 않고. 지레 넘겨버리면 고통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일찍이 배웠던 탓이다.
누구도 상처를 입기 싫은 것이다.

순정과 열망을 박제해둔지 오래인데.  이미 가까스로 되찾은 심장을 재차 가슴을 열어 내어주기엔. 난 이미 헤지고 닳고 닳아 그 쓰라림이 두려워 영악해질대로 영악해졋는데.

그럼에도 연애를 하고 싶어졌다.
밤중에 그저 설레이는 가슴 움켜 잡고 오늘도 보고 싶고 내일도 보고 싶을거라는 문자를 보낼 수 있는 그런 연애를.

사랑하는 것이 두려운 느낌
하지만, 내 인생 두렵게 살다가 마감하는 더욱 아찔하니까.

내가 사랑을 할 수 있느냐, 의 문제보다
이 사랑이 진짜인가, 로 더 많이 고민해야겠지.

이러나 저러나
나에게 사랑은.
여전히 물에 빠진 나에게 누군가 내미는 지푸라기 같은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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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에 관한 보고서.

이렇게 말한다.
3000년에 한 번 참으로 긴 시간만에 거북이가 바다 위로 숨을 쉬러 한 번 나오는 때가 있어
그때 유유히 바다 위를 떠돌던 나무 토막 하나가 있는데 그 나무 토막에는 우연히도 구멍이 하나 뚫려있다.
그 나무 토막의 구멍에 거북이가 코를 대고 숨을 쉴 확률
이게 바로 인연이란다. 이것이 옷깃을 스치는 인연이다.

경우1
그녀와 그는 게임방에서 상당한 순발력을 갖추고 있는 고로 게임의 법칙 및 대화의 법칙을 잘 아는 고스톱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이 둘은 어느날 한 방에서 고스톱을 치는 맞수로 만나게 되었다.
예상 외로 실력 차이가 났던 두 사람. 그는 계속되는 광박과 피박을 면치 못하는 그녀에게 어떻게든 박은 면하게 해 주고 싶어했고.
그녀는 그로부터 그 고스톱의 노하우를 전달받아 어떻게 해서든박은 면하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런 이심전심으로 인하여 교환하게 된 전화번호.. 그 후 한동안 그들은 대화를 끈끈하게 이어갔으며. 급기야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인하여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온라인 게임판에서의 전략은 인생의 전략이 되었으며, 판돈은 인생의 돈이 되었으며,
그들의 전적은 인생 역경이 되었으며, 승리할 확률이 되었다.
화교인 그를 인정받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중인 그와 그녀에게 짜고 치는 고스톱에서 만큼의 승률이 적용되었으면 좋겠다.

따져보기
이들의 인연은 이런거다.
3000년이 다 뭔가. 한 9000년 만에 바다 위로 떠오르던 거북이가 있었을 것이다.
나무토막의 경우는 구멍이 한 대여섯개가 뚫려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중 네번째 구멍에 콧구멍을 대고 숨을 쉬어야 하는데.
불-행-히-도 네번째 바로 옆에 못이 박혀 있어 잘못하면 못에 콧구멍이 찔려 죽을 판이다.
그러나 이 못에 찔린 것은 바로 5000년 묵은 거북이의 코딱지쯤 되겠다.
그렇게 해서 그 코딱지를 빼내고 네번째 구멍에 콧구멍을 들이밀고 숨을 쉴 확률이 100% 실현된 것
이것이 저들의 인연이다.

경우2
그녀와 그는 전화통화로 서로를 확인한 채무자와 채권자였다. 다소 간접적인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
"댁의 남편이 얼마의 빚을 졌습니다. 어서 갚아야겠습니다."
"전 잘 모라요..지금 나편..어써요..끄너요"
저건 오타가 아니다. 그렇다. 그녀는 후천성 언어장애자다.
그런데 어찌할까. 이 목소리와 말투에 그 남자는 그만 자신의 운명적인 인연을 감지하고 만다.
이제 그의 빚 독촉 전화는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애정독촉 전화가 되었다.
결국, 그녀는 남편과 이혼하고 두 아이를 데리고 역시 두 아이가 있는 이혼남과 결혼을 했다.
채권팀에 근무하던 그는 사랑을 얻으면서 남편의 권리와 채무자의 권리를 동시에 이양받았다.
하여. 극심한 빚 독촉 없이 돈을 값아나가는 행운 아닌 행운을 안게 되었다. 큭.큭.

따져보기
이들의 인연은 이렇다.
3000천년. 9000년이 다 뭔가. 아마도 5000만년 만에 물 밖으로 숨을 쉬러 나오는 늙수그레한 거북이가 있었을 것이다.
나무도막은 아주 세로로 길었을 것이며, 구멍은 다섯 개가 다 뭔가 아마 수십개였을 것이다.
그 중 쌍으로 나있는 15번째 구멍에 거북이가 두 개의 콧구멍을 모두 대고 숨을 쉬는데 성공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5000만년을 묵은 슈퍼 울트라 코딱지가 있어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이 거북이 어찌할까.
그러나 운명은 어떻게 해서든 이들 편이다.
때마침 어느 이름 모를 강태공이 꽂아둔 낚시바늘이 15번째 구멍 옆에 있었고,
때마침 바람이 불어 거북이의 코를 꿰고 만 것이다.
낚시바늘은 1억년짜리 쫀득한 슈퍼 울트라 코딱지만을 잽싸게 낚아챈 후 사라지고,
다시 한 번 한 점의 바람이 불어 거북이는 무사히 15번째 쌍으로 뚫린 구멍에 양쪽 콧구멍을 대고 숨을 쉬는 데 성공한다.
바고 이것이 그들의 인연이다.

나의 경우 분석
5000만년이 다 뭔가. 나의 세계에선 5000만년 짜리 거북이는 인연을 엮을 수 있는 거북이 취급도 하지 않는다.
적어도 약 1천억년은 되어야 쬐금 인연을 엮을 수 있는 거북이 자격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1천억년 된 거북이가 바다 한가운데로 나와 구멍이 약 20개쯤 뚫려 있는 나무토막을 만나야 되겠다.
이 거북이의 임무는 그 중 3번째 구멍 옆에 있는 못을 이용해 1천억년 묵은 '슈퍼 울트라 왕건이 짱 코딱지' 를 제거한 다음,
20번째 마지막 구멍에 맞추어 숨을 쉬는 것이다.
그런데 웬일인가. 이런 우-라-질!!
코딱지를 빼려고 하는 순간 바람이 불어 그만 그 못에 코가 심하게 찔려 피를 쏟고 그 충격으로 갑자기 자신의 과거가 떠올랐다.
이런 젠-장!
그 거북이는 바로 토끼간을 빼러 가던 거북이었던 것이다.
기억 상실에 걸린 거북이가 바다를 부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어찌할 것인가. 바람이 한 번 더 살랑살랑 분다. 20번째 구멍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이라도 용왕을 위해 토끼 간을 빼올 임무를 수행하러 떠나게 될 것인가.!
인연을 위해 20번째 구멍에 숨쉬게 될 것인가.!
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그 1천억년 묵은 '슈퍼 울트라 캡숑 짱 코딱지'는 어떻게 빼낼 수 있는가 이다.

나는 감히 바란다.
저 흐르는 물이 역류하기를..그래서 다시 한 번 못을 만나고, 거북이의 '슈퍼 울트라 캡숑 짱 코딱지'를 파내고, 다시 순풍이 불어와 20번째 구멍을 만나 크게 숨쉬게 되기를..그 공기의 참 맛을 알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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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손익계산에 관한 보고서.

이런 경우를 생각해보자.
한 여자가 <김수영 평전>을 돈을 들이지 않고 빌려보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드는 실제 비용과 손익계산을 말이다.

1. 지하철 왕복 비용 - 1,200원(마을버스는 유동적임으로 제외.)
2. 전화 통화 한두 번 - 약 540원(3분간의 두 번에 걸친 통화와 10초에 15원을 기준으로.)
3. 보통 밥과 술을 한 잔 - 약 15,000원(간소한 메뉴, 둘이서 번갈아 내는 것이 기본.)

*총 소요비용: 16,740*2=33,480(왜 곱하냐고? 책은 돌려줘야지.)

여기까지 살펴본 결과 실상 12,000원, 인터넷 서점에서 세일해서 9,600원인 <김수영 평전>을 '빌려'보기 위해 소비되는 비용은 그 책을 '소유'하고도 남는 비용이다.

그리고 그 만나는 시간을 절약하면 <김수영 평전>을 탐독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게다가 그걸 빌림으로써 그는 일종의 인간에 대한 작은 '빚'을 지는 셈이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손해인가?
저것이야말로 인간들 사이의 소통 인간이 인간에게 허락한 여백인것이라고.
가끔 인간들 사이의 작은 '빚'은 인간들 사이의 딱딱하고 차가운 공기를 따스히 덥히는 '빛'이기도 한 법이라는 것을 굳게 믿고 있다. 앞으로도.

따져보기
사람을 통해서 얻은 것과 책을 통해 얻는 것, 그리고 물질을 통해 얻은 것중에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를것이다. 손익이란.

이런 경우를 생각해봤다.
한 여자, 아마도 책을 들척이길 좋아하는 여자.
그녀는 <김수영 평전>을 읽어보고 싶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했을 것이다.
첫번째는 인터넷 서점을 통해 그 책을 구입하는 방법, 두번째는 그 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그 책을 빌려서 보는 방법.

하지만 그녀는 기꺼이 후자를 택했다.

다시 한번.
' 결코 그것이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저것이야말로 인간들 사이의 소통, 인간들의 여백'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인간들 사이의 작은 '빚'은 인간들 사이의 딱딱하고 차가운 공기를 따듯하게 덥히는 '빛'이기도 한 법이라는 것을 그녀는 믿었기 때문이다. '

.. 어쩌면 그녀는 그 책을 소유한 선배에게 마음이 끌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짱유치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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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공적 사안을 앞두고 그녀가, 내게 거짓으로 일관했음을 알아차렸다.
당시 사용했던 그녀의 어휘와. 장황한 행동을 복기하면서도 나는 그녀의 해명을 믿었다. 아마 믿고 싶어서였겠지만 곧 정말로 믿게 되었다. 그럴 수도 있으려니 생각하리라는 다짐을 지키지 못하고 퍼부은 나의 공세에 견디지 못하고 그녀는 눈물을 보였다.

공과 사에서 상당히 자주, 눈물은 결단을 내고, 책임소재를 가리는 순간을 화급하게 빠져나가는 도주로, 그럼으로 상대자를 낭패감에 빠트리는데에 적당한 무기로 쓰인다.

분명. 어떤 눈물은 고귀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눈물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의 레벨을 떨어트리기도 한다. 눈물은 우리가 나눴던 말들. 같이 겪은 시간들을 값싸고 허술한 모양새로 일단락 시켜버릴뿐더러 분노와 방어기제를 위장한 눈물로 하여금 돌려놓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오히려 질색하게 한다.

이제서라도 진실을 듣고 싶었는데. 그래도 충분히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관점과 입장을 설득시켜야하는 진지하고 명료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에. 울음 한방으로 말문을 막고 그저 눈물 콧물. 안쓰러운 몸짓으로 해결되던 시절의 방식이 지금도 그대로 먹힐거라 생각해? 여기가 학교야? 사랑의 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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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삼 년을 훈장 할아버지 마당에서 굴러먹은 서당개 보스 인체 소리치는
나의 예명은 요즘 '용건만' 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 모든 업무를 신속하고 정확히 치러야 한다는 강박에 의해.
딱딱한 포커페이스에 용건만 간단히. 직선으로 꽂히는 직설 화법이 요새 모토였다.
그래서 납득은 가는데 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이 서너 명.

나 또한 결국 말장난과 울먹임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던 그녀와 별반 다를바 없는 풋내기라서 그렇다.

고수란. 가지고 있는 모든 면을 동원하여 순간에 최선을 다해 어떤 경우라도 상대의 마음이 내려앉지 않도록 일과 대화를 처리한다.

진정 상대를 위하고 모두를 생각해서
잘못을 지적했다면
그 질책은 상대뿐만 아니라 평소 부족 하느니만 못했던 과도한 태도를 바로잡지 않고 지내왔던 본인의 자격지심과 불안을 포함한 게 아니냐는 오해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걸 상대는 정확하게 파악한다. 그녀도. 세 살배기도. 안다.
그래서 자기보다 크게 나아 보이지 않은 저 웃기는 남자가 따져 묻는 것이 가소롭고 짜증이 나고 억울해서 그리 울었던걸까.

진심이 통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은데, 각자 그걸 원하지 않는 때가 있어서.
내가 힘겹고. 그들이 힘겨운 것이다.

누구라도. 아무리 크게 벌어진 갈등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해하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 망할놈의 언젠가는. 이 모두 달라서 갑갑하고 피곤하지만.

팀웍의 최소, 최대의 조건은 동료를 조금 더 기다려 주는 것.
사랑의 최소, 최대의 조건은  연인을 조금 더 기다려 주는 것.
우정의 최소, 최대의 조건 친구를 조금 더 기다려 주는 것.

그러니까 이제껏 자기 페이스에 빠져 무심했을 내가 마음을 비우고 동료인 그녀를 기다려 주는 수밖에 없다. 거기에 그녀만큼이나 성급한 유상사도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 열의가 어떤 사람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단, 원칙이 없으면 동료가 아니라 종이지. 삽질은 한번이면 적당하다.

진짜 비즈니스.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배우는 일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길은 한참 멀고도 슬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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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외워보자.

빼빼로 먹고 먹고 우주로 간다, 야야호 야호.

정말 이런날 빼빼로 먹고 먹고 우주로 가고 싶어요.
배낭에다 빼빼로를 가득넣고, 아몬드, 누드, 노말빼빼로를 끄득 넣고서
떨어지지 않게 줄로 줄줄 묶어서 계속해서 쉴새 없이 오독오독 씹는거죠.
그리고 올라올라, 돌고 돌아 우주로 가는 거예요.
그런 다음 빼빼로 먹고먹고 지구로 돌아오는 거죠.
우주와 지구 사이에 놓인 수많은 연탄재들을 걷어차버리면서 가고오곤 하는 거죠.

같이 갈 사람 없어요?
같이 갈사람은 빼빼로 말고 맛동산만 접수합니다.
우리의 기나긴 여정을 안내하는 건 빼빼로지만 도착한 그곳에서 파티를 열어줄 건 맛동산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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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사실은

과거만해도 종종 듣던,  미소가 보기 좋아요.
같은 얘기들은 가을 구름 저편으로 사라져가고 있다는 체감이다.

뻣뻣한 그대여.
막장 가운데서도 웃음과 유머 재롱 발광 오르가즘을 멈추지 말아요.

기왕 살아간다면 무섭고 재수없는 존재보다 사랑받고 사랑하는 사랑스러운 인간으로 살다가 갑시다
그리 길지도 않은 인생이잖아.

근데 그게 매번 잘 안되는 내가 참 초라하고. 속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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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 좋아하세요?

누드 좋아하죠?

그럴 것 같은데.

짜잔. 누드 빼빼로가 여자애의 손에 들려있었다.

'기회를 포기하지않고 인내하는 미덕을 가진 하얀 개는 공허한 내면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절망을 하지 않는다.'

연초에 본. 앞 뒤 구분없고 괴상하지만 그럴법한 사주가 생각이 났다. 
어느 날 테이블에 올려지는 갖가지 초밥처럼 다양한 감정 중에서 우울과 함께 자신감마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실상. 나의 자신병은 좌절에 의한 분노와 증오심으로 발현된 울화병의 다른말이다.
당당함은 무척이나 길고 혼잡한 고유의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달달한 것들을 꾸준히 먹어 혈당치를 높이고 아드레날린을 증가시키면 예전의 공격적(적극적)이고 음울하고 자신에 넘쳤던 나를 기억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와이프 얘기를 할적마다 목에 족쇄를 채운양 갑갑한 표정을 해보이는 노장에게 나의 지난 연애 전력을 설명했지만 그가 이해하리라고 생각진 않았다.

처음부터 짐작했다. 늘 그래왔다. 첫눈에 이 여자와 잘 될는지 반대로 전혀 상관없는 각자의 행보를 찾아서 그저 그렇게 헤어질지 한편의 파노라마가 어지럽게 펼쳐졌다. 오늘이 아니더라도 될 관계라면 몇 일이 지나거나, 심지어 몇 개월. 수 년을 흘려보내고도 다시 만나게 된다면 못다한 교감을 완성해나갈수 있을 거라는 점.
아주 빈번한 확률로 마주대하는 사람들의 눈 뒷편에 꾹꾹 숨겨두고도 모자라 삐죽하고 튀어나온 여분의 감정 보이기도 했다. 그들의 눈 안쪽에선 어지럽고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았다. 
꽤나 영리한 대신 아주 둔한 불운한 감각을 갖고 태어난 여자를 제외한 대다수 그녀들은 나름대로 상대와 자신의 감정이 일치하는지. 관계의 양상이 공정한지에 대한 판독. 판별. 미리 읽어내기 시스템을 상황에 맞춰 봉해두고 그것을 해제해 작동하는데 자유로웠다. 나를 두고 결혼한 그녀와 재회하고 두어시간을 둘 사이의 추억과 현실에 뒤엉켜 사랑을 적당히 후려치고 서로를 노려보다가 다시는 만나지 않겠노라고 선언을 한 그날 이후부터 여자들의 눈을 마냥 쳐다보지 않게 되었다. 여하튼 그런 타고난 감각 때문에 항상 만나는 여자들에게 미움 받거나 사랑을 받았다. 좋아한다. 말하며 나를 쳐다보는 그녀들의 눈동자엔 동시에 나를 향한 경멸이 서려 있었다. 특이하고 저주스러운 '재능' 이긴 하지만 예민한 그녀들 스스로도 그들이 지닌 천부적인 감각으로 나란 인간이 관계의 폐해와 언어 도단에 의해 상처받거나 그들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종류의. 이겨도 맥 빠지는 대상이라는 것을 학실히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들도 나와 다른 종류의 저주에 걸려 있는 신세와 다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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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막대 과자 한 곽에 들뜬 기분으로 하는 소리가 맞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달라.

물론 그녀에게 있어서 누드를 좋아하는지가 궁금한 사람이 나 하나뿐인지 정확히 모르고서 하는 소리다.

맞다. 아직 어리다. 그래도 놀리지만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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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낮게 깔린 목소리로 걸려온 동생의 호출에 홀가분하게 퇴근 선언을 할 수 있는 타이밍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하고, 고민없이 회사밖을 나와버렸다.

그게 같은 피를 재어두고 사는 사람들끼리 우정이란 말이지.

함께 간단히 저녁을 먹고 시간이 따분할만큼 느리고 길게 술을 마셨다.

가을걷이를 못다한 동생이 최근들어 계속 울고 싶었단다.
이미 빨개진 눈을 하고서 지금도 자꾸 나올려고 한단다.  

" 이보게 동생. 가지가지하시는구만 "

" 니가 감수성을 알아? 감수성에 ㄱ도 모르는 게 무슨 "

" 가을과 겨울의 ㄱ은 알고 있다만. ㄱ 하니 귤하고 눈여겨봐두었던 가죽자켓도.

"오빠야. 야! 오빠라고 불러주는 동안 잘해."

어쩐일인지, 무관심은 더 애절한 사랑과 협박에 따른 후환과 땡깡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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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사랑은 건강과 영혼을 축낸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후회가 소용없는 관계로 맺어진 운명과 맞닥뜨리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다시 세상을 믿고 싶지 않았는데. 사랑하지 않으려 했는데. 날라리 악질 한량의 동생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는데. 당신의 인생에 끼어 드길 바라지 않았는데. 라며 훌쩍여봤자 이미 늦은 것이다.

그렇다고 결핍은 반드시 충족을 갈구하진 않기에. 애틋한 무관심과 미움을 상호 받아들여한다.

그래. 그래도 되는 사람 앞에서. 울어라 바부야.
오빠의 손길을 기대하지 말고. 기대려 하지도 말고 울어라.
눈물의 의미와 그에 맞는 위로는 눈물이 그치고 난 다음에라도 늦지않아.
가끔은 실컷 토해내고나서야 고통과 응어리에 갑갑함이 종결 됨으로써 한결 맑은 시야와 각막의 습기 마저 너의 눈물로 찰랑 찰랑 유지된단다.
웃는것도 우는것도 지 잘난 맛에. 지 슬프고 기쁜맛에 사는 것도 인생을 흠뻑 즐기는거란다.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것은 젊음을 버겁게 하기도 하지. 술. 술이 들어가면 인생은 생각하는 것 만큼 철학적이지도 않고. 심오하지도 않고. 의미심장한 것도 아닌. 그저 지 멋에 살고 또 심심풀이 땅콩 같은 것. 그저 죽음을 향해 터벅 터벅 걸어가다가 뒈지는 것. 이라고 본래 인생의 테마를 정말이지 무기력과 상실감에 떠밀려 올라온 끈끈하고 도발적인 자기애로부터 되살려 떠들어대는거야.
부디 오늘밤만은 뭔가 되려고 하지도 뭔가 이루려고 하지도 말아.
그저 신나게 웃다가 울다가 가자구. 애절한 너와는 상관없다는듯 천마일쯤 떨어진 거칠고 쌩쌩한 초원, 정글. 야생도 삷은 보푸라기 처럼 보잘 것 없단다. 그래서 삶 때문에 하는 맥주 드링킹과 참지 않고 쏟아내는 눈물은 기쁘고 가치있는 거야.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과거의 인생보다 존재자체가 소중한 지금의 너이기에, 졸리면 잠을 청하고 심심하면 움직여 놀아야해. 슬프면 울기도 하고 답답하면 목소리를 크게 내어야지. 여기엔 반드시 이유를 달 필요는 없지. 사는 일에 치어 마음 가는 대로 순응하지 못한다면 그건 너무 쓸쓸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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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는 일은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애절한 고해성사인지.
사랑이 힘겨우면 쓸쓸함에 그만 보내야하고 헤어짐이 지겨워지면 마침내 외로워 울고 마는 것이다.
슬픔은 고이고 고여있다 이내 눈밖으로 범람하지만 언제나 바닥까지 말라붙진 않는다.
위선과 위악은 일상을 사람을 지치게 함으로 단단히 잡고 있던 폼을 어느 시점 어느 자리에 어느 대상 앞에선 풀어놔야 하는 것이다. 
마음껏 울고 나면 눈물 대신 오로지 하고 싶은 얘기만 차분히 입가에 맴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솔직해져야한다. 솔직하다는건 이 모든 현상을 인정하는 것이다.

지금 젊어서 펄떡이는 심장이. 10년이 되고 20년이 지난다 해서 뛰지 않는 건 아닌데.
숨을 멈추는 순간까지 살아 숨쉴텐데. 이 부지런함을 배신하고 능숙하게 체념하는 일을 배워 몸보신에 열중하는 건 좀 억울하지.
십 대는 이십 대에 이르러 인생의 보완책을 찾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하지만 이십대는 생각보다 감격에 젖지도, 황홀하지만도 않게 그렇게 지나고 있기에 스스로에게 조금 더 유예를 두려는 마음이 자라났다. 서른과 마흔엔 그 이후엔 틀림없이 진일보하며 살것이야. 제멋대로. 무작정. 그러니까. 되는대로 내 앞의 긴 시간을 늘려가는데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리 살수도 저리 죽기도 마땅치 않을 때에 돌연 서른 살. 마흔 살이 오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 들으라고 외쳤던 나의 과장된 호언장담은 조금도 쓸모 없었다는 걸.
바로 지금이라도. 그대를 향해. 그 지점을 향해. 마음이 주시하는 방향대로 가려함이 오직 진실임을. 왜 나는 깨우치지 못하고 살고 있을까. 소리없이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한 걸음씩 하루 하루 내딛어 보는 일. 알 수 없어서. 그래서 하루하루가 전부여야하는 인생을 앓아가면서 가슴보다 먼저 입술을 훔친다.

지나고 보면 끊어질듯 끊어지지 않는 이 아이의 자질구레한 이야기마저도 참 좋았고 아쉬운 의미로 남겨지거나. 반드시 필요했던. 행복을 위한 오기로 돌아오리라 믿고 싶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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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호타루의 빛의 건어물녀마냥 눈물을 흘리며 맥주를 맛깔스럽게 마시던 동생은 빈 술잔을 채우고 울음이 멈추는 사이 사이 자기 인생과 내 인생 전반에 대한 참견. 훈계와 칭찬. 부탁. 설득. 감상. 으름장을. 어지럽게 늘어놓았다, 다시 흐느끼며 술잔을 들고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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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흔치않게 남자가 똑똑해지길 기다리다 지쳐 여자가 수준을 조금 내려주는 은혜로운 순간을 제외하고. 동생과 어머니. 여자들이 옳았다. 여자의 말이 옳았고 여자의 감정이 옳았고 여자의 논리가 옳았고. 여자의 믿음이 옳았다.

그녀들의 말이 옳았다. 를 옳다.로 당장에 받아들이들이는 건 나의 숙제이자.
또 여자들의 숙제이기도 하다.

잔잔히 진실하게 속삭여
뒤늦은 후회가 되지 않도록
마주보고 웃고 울고 있을 때 고개 끄덕이며 쓰다듬어 줄 수 있도록.
그렇게 돼야만하는 노력이 생의 곳곳에서 진행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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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을 등에 짊어지고 택시를 기다린 지 얼마 안 되어 가슴 언 저리에서 나지막한 신음이 세어나왔다. 순간 확 치밀어 오르더니 마른 웃음 비슷하게 입 밖으로 심호흡을 하면서 허파에 들어온 스산한 바람에 놀라 탄식과 같은 웃음이 나왔다. 클..큭 클.. 큭..  이 추위에 고맙게도 발산할 길 없는 후덥지근한 고행이 시작되누나. 술을 머리 꼭대기까지 채워 넣은 동생의 행동거지를 살피느라 얼마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비틀거리며 거의 쓰러질 뻔했다고 고백한다.
언젠가 오바이트는 했지만 취하진 않았어. 라고 외쳤던 뒷골목 시절. 내 머릿속의 똥 덩어리를 뜯어먹으며 기생하는 날파리는 비웃듯이 '너의 머리와 달리 몸은 더 이상 술과 사랑과 선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고 충고한 적이 있다. 지난 시간 그 타박을 끈덕지게 뿌리치고 술을 들이켜왔는데 아주 사랑스러운 동생 덕분에 비로소 패배를 인정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오빠를 패배감에 빠뜨린 채 '오빠'가 아닌 '엄마'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낯선 이름을 불러대는 동생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바람을 가르는 택시 지붕 위에 편히 눕혀 드리고 싶을 만큼.

다행히도 동생을 업고서 우왕좌왕 흔들리며 패배하기 직전인 두 다리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난 예전부터 사람 없는 카페. 텅 빈 사무실이. 텅 빈 거리. 텅 빈 도시가. 아득한 공간을 거닐게 하는 겨울이 좋았다. 여러모로.

이래저래. 부활을 꿈꾸는 변태 한량은 똑똑하지만 여린,
그리고 울다가 웃다 계속 행복해야만 하는 이 아이를 감싸 안고 이제서야 겨울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