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아아- 대체 또 잠에 취하지 않고 뭐하고 있는건지;

이러고 아마 또 후회하겠죠? 일찍 잘걸-


갑자기 드는 느낌.

익숙해진다는 거 말이에요.
누군가에게 익숙해진다는거, 어쩌면 정든다는 거 같아요.

문득, 누구라면 이 상황에서 또 이렇게 얘기했겠지? 이런 표정을 지었겠지?
이렇게 웃었겠지, 이런 액션을 취했겠지..등등-

멀리 있어도, 이제 만나지 않아도 익숙한 그 행동들을 알 것 같으니.
싫어했던 말투도 웃음소리도 이젠 좋고 싫음을 떠나서 그렇게 하겠지..라는 희미한 상상으로
마무리가 되어버리고.

누군가는 말할 때면 꼭 목소리가 낮게 깔리곤 했지,
누군가는 웃을 때면 보이는 가지런한 치아가 눈이 부셨고,
누군가는 웃을때 눈웃음이 참 예뻤는데,
누군가는 그 눈매 끝에 묻어있는 장난스러움이 매력적이었고,
누군가는 내가 마주 볼 수 없는 그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곤 했었어,
누군가는 내가 귀를 기울여야만 할 만큼 작은 목소리로만 말을 했었고,
소소한 이야기에도 큰 소리로 웃어주는 이가 있었고...


갑자기 이런 저런 생각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여러 사람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또 나타나고-

양팔 가득 타투를 한 그는,
나이들면 어떻하냐는 나의 말에 나이들면 누구다 다 추하기 마련이라고 걱정안한다고 했었지.

그래도 자긴 용 안했다고, 천사랑 하트 같은 것만 했다고 얘기하던 그 눈빛이 장난스러워.
그래서 내가 그의 팔의 천사에게 입을 맞추어 주었던가..

마치 퀼트처럼,
그동안 만나왔던 사람들, 사랑했던 혹은 사랑하지 않았던
하지만 내 곁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기억이 엮어지는 날들.


그 사람들 만큼 나도 여럿같아, 수시로 바뀌고 수시로 흔들리고, 수시로 달라지는 내 모습들
어느 것 하나를 보았다고 전부라고 여겨지지 않길-
그 사람들의 단편을, 나도 그 사람들의 전부라 생각하지 않을테니.

생각이 많아지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이 때 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