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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제가 어릴 때 마녀사냥에 관한 역사적 고찰을 다룬 책을 보았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존재하지도 않지만 여러 조각조각 정보들을 모아 취합해보니 물경 확인 가능한 것만 6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마녀사냥으로 죽었다더군요. (서울과 인근 위성도시의 여성들은 모두 죽인 것과 같습니다. 게다가 당시 유럽인구는 겨우 1억을 전후하던 수준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날로 다니던 교회에 가서 목사님과 전도사님과 일대 설전이 벌어졌고 몇주 뒤 교회와 결별을 했죠. 목사님의 "순종해라"는 일갈은 정말이지 지금도 가슴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너무나도 좋아하고 존경하고 정말로 낮은 곳에서 없는 이웃들 위해 봉사하던 훌륭한 분도 교회의 권위를 건드려 자신의 존재의의를 흔드니 가만 계시질 못하시더군요.





마녀사냥이라고 하지만 사실 한국적 번역이 마녀일 뿐, 정확히는 남자도 엄청나게 많이 죽였습니다. 즉 마녀와 마남(?) 사냥이었죠.

기가 찬 얘기는 차고 넘칩니다. 마녀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가 칼로 찔러 피가 나면 마녀요, 안나면 요술을 썼으니 마녀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여튼 이딴 말도 안되는 논리가 횡행했었습니다.




마녀사냥이란 건 우리나라 삼청교육대와 같은 겁니다.

영주가 길 가다 마을에 이쁜 처자가 있어, 건드려 보려는데 앙탈이야, 게다가 그 약혼자란 촌놈이 쇠스랑을 들고 덤비네? 둘 다 화형 확정! 항의하는 마을 주민 몇몇 추가로 불 태우면 평정... 게다가 그 집안 재산은 가비얍게 몰수.

하도 이 짓들이 많으니 아예 이제는 처자들이 잡히면 몸을 내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권력자들은 여자를 취한 뒤, 몸을 팔아 사람들을 혼란시킨 마녀라면 다시 죽이죠.

길가다 기분 나쁜 눈빛을 가진 총각이 있다? 화형 확정!

내 출세에 지장주는 정적이 있다? 화형 확정!

한 마디로 아무 의미없는 살인과 약탈의 결정판입니다. 홀로코스트를 인류사의 가장 큰 죄악인 것처럼 유대인들이 홍보하지만 사실 전쟁도 아닌 평상시에 백주에 대놓고 저지른 짓으로 보자면 훨씬 광범위하고 훨씬 극악무도하다고 봐야겠죠.



그러나 인터넷 상에서 어떤 이가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 네티즌 열폭 -> 수사대 출동 -> 인적사항 까발림 -> 싸이 맹폭 등등 이런 건 마녀사냥이란 표현을 써선 안 됩니다.

마치 루저 발언같은 무개념 발언 하나로 졸지에 죽일 ㄴ이 되어버린 그 아가씨와 마찬가지로 마녀사냥이란 표현은 네티즌들의 흥분을 다시금 말할 수 없는 죄악의 경계롤 몰아버리는 또 하나의 폭력이기 때문입니다.

즉 수위가 너무 심한 표현입니다. 마녀사냥이란 표현이 가능한 건 정말이지 우리 최근 역사상 삼청교육대 같은 것이 적절합니다. 그 외엔 너무 심한 표현이란 거죠.





대체할 좋은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인민재판입니다. 정황도 적절하고 마녀사냥처럼 논란의 촉발자 없이 그냥 권력자가 폭력을 일방적으로 휘두르고 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계급적, 이데올로기적 대립각이 있는 상대에게 인터넷이란 열린 공간에서 십만명이 한마디씩 하고 그 당사자 한 사람보고 자신을 변호해 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어버버 거리면 집단린치를 가하죠. 좀 더 나가면 죽창크리...



개똥녀나 루저녀나 네티즌들의 과민한 반응과 사생활 침해는 "인민재판"이란 표현 정도에서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마녀사냥이란 표현은 다시금 네티즌들을 공격해 원래의 논란을 희석시키자는 의도 그 이상은 아니게 됩니다. 비유가 너무 경중이 맞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