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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을 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사실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등은 필연적입니다. 특히 서울 문화, 경제의 중심지인 청계천 인근은 고가도로가 놓여있어 섣불리 철거할 경우 교통난이 예상되었으며, 주변 지역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노점상과 입점했던 상인들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었습니다. 또 유서 깊은 장소인 만큼 복원 과정에서 문화재 복원을 두고 시시비비가 있는 것도 당연하였지요. 그리고 복원 방식을 두고도, 현재와 같은 분수와 같은 형태가 될 것인지, 생태계를 염두에 둘 것인지를 생각해야만 했습니다. 이외에도 원래 건천인 만큼 물 공급 방법,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이니 만큼 예산 조달 방식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렇듯 청계천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셀 수 도 없는 수많은 정책 갈등을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은 해냈습니다. 이러한 정책 갈등을 밀어버리고 청계천을 임기내 복원하였지요. 이를 두고 대단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예전 박정희의 뚝심을 연상시킨다는 사람도 있었으며, 서울의 기반 시설을 건설하였던 불도저 김현옥에 빗대어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명박은 어떻게 저런 정책 갈등을 해소하였을까? 그는 신인가? 왜 수많은 갈등들이 분출되었을 텐데 우리는 잘 알지 못했는가? 등등의 궁금증을 해소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연찮게 제가 논문 한 편을 최근 읽었습니다. 성지은 김주환이 2005년 한국행정학보에 실은 "청계천 복원 사업에 나타난 상징정책 분석"이라는 논문입니다. 이 논문은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정당성이나 시민들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하여 서울시가 활용한 다양한 상징 기제를 분석한 글입니다.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다양한 상징들을 이용하여 청계천 복원의 필요성을 전달하여 시민들을 설득하였다라는 내용의 글이지요.

그러나 이 글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분석해보자면 이명박은 서울시민에게 어떻게 사기를 쳤는가?라는 내용의 글이 나옵니다. 다시말해 정책갈등을 위해 실질적인 보상을 하는 대신 상징적인 정책 기제를 활용함으로써 심리적 만족감만 제공하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상징 정책 활용이 정부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정책 홍보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직접적 손해를 보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사기와 기만으로 밖에 안보이는 것입니다.

이명박이 활용한 사기의 기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홍보강화입니다. 국민에게 어필되는 비전을 제시하고 언어적 상징을 활용하였습니다. 청계고가와 복개된 청계고가 하부의 안전문제와 혐오감을 부각시켰습니다. 그리고 청계고가와 복개된 청계천을 개발시대의 청산해야할 산물로 은유하여 없어져야할 것으로 부각시켰습니다. 또 복원된 이후 쾌적한 환경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내세워 호응을 얻었습니다. 또 낙후된 강북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긍정적 기회로 홍보를 하였지요. 이 밖에도 역사성과 경제성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홍보하였습니다.

둘째 타겟별로 홍보를 달리하고, 긍정적인 결과만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였습니다. 핵심우호층, 우호층, 잠재층, 비우호층 등으로 타겟을 나누어 홍보를 달리 하였습니다. 청계천에 관한 자료는 서울시와 청계천 연구회와 같은 관변 단체에게만 있었습니다. 실제 자료를 검토하고 비판해야할 시민, 시민단체에게는 우호적인 자료만 공급하였지요.

셋째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노력하였습니다. 정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신뢰성과 정당성을 호가보하기 위하여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였습니다. 청계천 추진 본부에서 상권에 있는 상인들에게 4000여회에 가까이 방문하여 의견수렴을 하였고, 공감대를 형성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의 이면에서는 상인들 달래기, 요식 행위에 그쳤다는 평가도 공존하였습니다.

넷째 정책추진체계의 신뢰성을 보여주려 노력하였습니다. 정책추진하는 집단이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기구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였습니다.

여기서 이명박의 특기가 드러납니다. 실제 청계천 시민위가 꾸려졌고, 다양한 집단에서 참여하였지만 실질 이해당사자인 주변 상인 및 주민의 참여를 배제하였습니다. 핵심 부서는 청계천 사업의 핵심우호층과 정부인사들로 꾸려졌습니다. 결국 청계천 시민위는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것이 아닌 청계천 복원 사업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기능을 수행하였습니다.

각종 위원회를 구성하였습니다만, 자신들의 입장과 상반된 위원회가 있을 경우 정책에 우호적인 새로운 위원회를 꾸리고 기존의 위원회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정책갈등을 봉합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실제 이해관계를 흡수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보다는, 절차적 정당성만 확보하고, 물타기를 하는 식으로 정책 갈등을 해소하였다는 것입니다.

다섯째 실질적 보상 보다는 상징적인 보상체계를 구축하였습니다. 서울시는 상인과의 갈등관리 방안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하였습니다. 첫째 홍보를 강화하여 정책의 호응도를 높이는 것, 둘째 경제적 전략으로 영업 중 손실 보상이 없다는 시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입니다. 셋째, 시민과의 대화를 적극 활용하여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상인대책은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마련한 대책또 동남권 유통단지를 만들어 영세상인들에게 대체 부지를 제공하는 것이었지만 실제 이 대책의 실효성은 전무했습니다. 자격요건을 까다롭게 만들고, 대체 부지 가격을 높게 책정하여 영세한 상인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상이 이명박 시장기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갈등을 해소한 방법입니다.

한줄 요약 하자면...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의 갈등해결을 위해 말만 뻔지르르하게 했지, 실제 의견수렴과 대책 개뿔 없었다 입니다.